대법원, 발레오전장 소송 원심 파기환송

근로자 ‘노조 선택권’ 존중
산별노조 탈퇴허용
대법원, 발레오전장 소송 원심 파기환송
노조형태는 근로자의 자주적 의사결정

강성 전투노조로 인식되는 민노총 금속노조가 산하 지부 및 지회조직을 마치 ‘노예조직’처럼 묶어놓은 내부규약이 대법원의 심판에 의해 허물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9일,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산하 지부·지회가 독립된 근로자단체로서 자격을 갖추고 활동했다면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산별조직을 탈퇴하여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산별 탈퇴규제는 결사의 자유 위배

▲ 민주노총.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래 단체 교섭권이 없는 산별노조 산하 지부·지회는 산별조직에서 탈퇴할 수 없다는 판례였으나 이는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들의 결사의 자유, 노조결성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이는 금속노조가 산하 조직을 노조가 아닌 일반 하부조직처럼 분류하여 내규를 통해 절대다수 조합원들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탈퇴를 막고 있는 것은 산별이나 기업노조를 선택할 수 있는 근로자들의 자주적 민주적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결과이므로 부당하다는 판결로 이해된다.
금속노조의 소송 제기로 1·2심을 거쳐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의 최종 심판을 받은 발레오전장 노조의 경우 2010년 9월, 전체 조합원 601명 가운데 550명이 참석한 조합원 총회에서 97.5%의 찬성으로 기업노조 전환을 결의한 바 있었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내규상 산별탈퇴는 금속노조위원장 및 지부장의 결재사항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노조의 총회결의가 무효라고 주장,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2심은 종전 판례를 근거로 금속노조 편을 들어줬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산별노조의 기존 구성체제는 인정하더라도 “독립된 근로자단체로서 자격을 갖추고 실제 노조활동을 해왔다면 그들의 뜻을 쫓아 기업노조 선택권을 인정해 줘야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대법관들은 산별노조 탈퇴를 허용하면 사용자 측이 노조를 지배할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소수의견에 지나지 않았다. 또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이라며 불복을 선언했지만 산하 조직의 자주적 민주적 의사결정을 내부규약으로 부정한다는 것은 일반상식과도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금속노조 탈퇴후 노사화합 매출증가

산별노조 탈퇴문제로 오랫동안 분쟁을 겪어온 발레오전장은 지난 99년 7월, 당시 한라그룹 소속 만도기계 경주공장을 프랑스 발레오그룹이 인수하여 운영해온 자동차부품 전문 공장이다. 문제는 2001년 2월 노조가 민노총에 가입하여 금속노조가 단체 교섭권을 행사하면서 정치파업에 동원되기 시작하여 노사분규가 극심했다.
그러다가 발레오전장이 경비업무를 외주화 하자 금속노조가 111일간 장기파업을 주도하여 사측이 직장폐쇄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프랑스 본사에서 공장철수를 검토하기에 이르러 절대다수 근로자들이 별도의 조합원 모임을 통해 새 노조를 결성하고 산별탈퇴 및 기업노조 전환을 압도적으로 결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주시에 노조설립을 신고, 수리되고 고용노동부의 승인도 받았다.
그런데도 금속노조가 내규를 앞세워 새 노조의 총회결의를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여 1·2심에서는 승소했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발레오전장 노조가 금속노조 내규에 예속된 존재가 아니라 근로자들의 조직임을 확인해 준 셈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발레오 노조에는 각계로부터 지지 찬사가 몰려왔다는 소식이다. 발레오노조가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한 후 노사 간 상생분위기가 조성되어 매출이 오르고 산재율은 떨어지고 연봉은 올라가 일하는 분위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발레오노조의 법정투쟁 승리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곧 산별노조 탈퇴 움직임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민노총의 경우 조직의 81%가 산별노조이며 한국노총도 절반이 산별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결의 영향으로 산별노조의 정치파업 투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전교조와 전공노 등도 조직관리에 타격이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양대 노총에 의한 노동운동의 양극화

민노총과 한국노총의 조직과 조합원 규모를 알아보면 이들 노동권력의 기득권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4년말 현재 노동조합원은 총 190만5천 명으로 전체 조직대상 근로자 1,842만9천 명에 비하면 10.3%에 지나지 않는다.
양대 노총을 비교하면 한국노총이 84만3,174명으로 44.3%, 민노총은 63만1,415명으로 33.1%이며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노조원이 43만881명으로 22.6%를 차지한다. 노조 조직률 변화로 보면 지난 89년 19.8%를 정점으로 2010년에는 9.8%로 떨어졌다가 2011년 복수노조 허용으로 10.3%로 회복되어 아직껏 이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러니까 전체 근로자 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숫자가 10.3%에 지나지 않는데다가 양대 노총이 대변할 수 있는 범위는 기껏해야 3~4%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지적할 수 있다.
2014년말 현재 노동조합 숫자는 총 5,445개로 전년도에 비해 140개가 증가했지만 양대 노총 소속보다 미가맹 노조가 훨씬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노총 2,396개(44%), 민노총 366개(6.7%), 미가맹 조합 2,683개(49.5%)의 비율이다. 여기에서 민노총의 경우 조합원 수가 많은 대기업 노조로 겨우 366개에 지나지 않으면서 산별조직을 통해 막강한 투쟁력을 과시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노조의 규모면에서도 조합원 50인 미만의 소규모노조가 2,733개로 51.1%이나 조합원 수는 4만6,734명으로 전체대비 2.5%에 불과하나 조합원 1,000인 이상 대규모 노조는 236개로 4.4%에 지나지 않지만 조합원 수는 무려 139만474명으로 73%에 달한다.
양대 노총이 입으로는 양극화와 불균형 타파를 주장하지만 노동운동의 양극화와 불균형은 얼마나 심각한가. 산별노조가 바로 노동운동 양극화와 기득권을 유지하는 투쟁력의 산실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민노총 금속노조의 경우 가입하면 탈퇴를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산하조직을 정치파업에 동원하는 산별조직으로 투쟁력을 과시해 왔던 것이다.

산별노조 투쟁력으로 정치파업 주도

민노총의 산별조직 가운데 금속노조가 가장 막강하다는 사실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파업, 쌍용차 옥쇄파업 등을 통해 우리네 눈에도 각인되어 있다. 금속노조는 국내 최대 산별조직으로 조합원수 15만 명의 거대 투쟁조직이다. 이어 공공운수노조 12만3천 명, 금융노조 6만여 명, 보건의료노조 4만여 명 등이 산별조직으로 모두 투쟁력이 막강하다.
산별노조는 기업별 노조에 비해 교섭권이 강력해져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금속노조의 경우처럼 개별 사업장 투쟁현장마다 출동하여 노사현안을 넘는 정치사회적 이슈를 앞세워 정치파업을 주도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교섭내용에 있어서도 기업현실과는 맞지 않아 산별교섭 뒤에 다시 노사 간 교섭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교섭기간의 연장, 교섭비용의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발레오전장 노조 관련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노동계도 양대 노총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조합원들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해 주는 노동권의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9호 (2016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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