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호]

[편집위원 지상방담]

민생 외면 죽기살기

큰 정치 왜 못하나

본지 편집위원 정국진단 방담

“DJ 말과 행동 불일치” 지적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의원 꿔오기’와 ‘안기부 자금 선거유용’으로 촉발된 정치권의 혼탁한 싸움이 끝없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론의 호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당은 의윈 1명을 추가 공급, 자민련의 국회 교섭단체구성을 끝내 성사시켜 주는가 하면 강삼재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힘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은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치권은 정쟁(政爭)만 일삼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지상방담 참여 편집위원

남시욱(南時旭) 전문화일보 사장

노계원(盧癸源) 전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송효빈(宋孝彬) 전한국일보 논설위원

임춘웅(林春雄) 전서울신문 논설주간

이청수(李淸洙) 전 KBS보도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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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욱(南時旭) 노계원(盧癸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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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효빈(宋孝彬) 임춘웅(林春雄) 이청수(李淸洙)>

복합적 난국에 캄캄한 위기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이 해야할 역할은 무엇일까.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본다.

宋: 지난 3년 동안의 구조조정은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없다. 110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붙고도 모자라서 40조원을 더 조성한 것이 그 단적인 실패사례다. 구조조정을 한답시고 관치금융만 더 심화시켰다. 여야가 협력해서 마지막 기회인 4대 부문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권당이 야당을 끌어안아야 한다.

南: 오늘의 난국은 경제위기에 정치난국이 겹친 복합적 난국이다. 정치권은 경제회복을 위해 4대 부문 개혁을 밀어주어야 한다. 특히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 협력이라 해서 야당이 무조건 정부 여당이 하자는 대로 따라 가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여투쟁에 이문제를 연계시키지 말되 야당은 반대당으로서 당당한 자세로 ‘비판적 협력’을 해서 4대 부문 개혁을 촉구하라는 말이다.

李: 구조조정을 하는데 있어서 여야를 막론하고 인기정책을 써서는 안된다. 1년 잘 살고 10년 못 살 것인가. 1년 못살고 10년 잘 살 것인가 하는 것을 국민에게 함께 설득시켜 나갈 때 구조조정은 가능해진다.

盧: 중요한 국사(國事)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이 정파적 차원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총체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사(大事)를 그르치고 난 다음 그 책임을 상대세력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술수가 아니라 대사를 해결하려는 충정과 지혜로 결집해야 한다.

林: 대다수 국민들이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가 잘못된데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사과를 했고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도 했다. 불과 몇 주전의 일이다. 정부는 또 기업·금융개혁을 작년 말까지 끝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민들은 약속된 금융개혁은 어찌됐으며 더 이상 경제문제는 없는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

정계개편보다 민생고 해결부터

-정계개편 이야기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렇게라도 돼서 정국이 안정된다면 좋으련만…

李: 김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정계개편은 모르는 일'이라고 한 말이 현재로서는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여야의 대립으로 정국이 계속 악화될 경우 여권이 정계개편문제를 현실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

야권도 그 가능성 또는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어느 당이 일반국민의 지지를 더 얻을 수 있느냐에 따라 정계개편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盧: 현재의 지역파당서 정치구조와 정치생리를 혁파하는 길이라면 정계개편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차기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꼼수차원의 정계개편이 속셈이라면 그것은 골백번해도 국민의 불신은 더욱 높아만 갈 것이다.

林: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신이 심한 이런 민심속에 여당 주도의 정계개편, 씨나 먹히겠는가. 여당이 정계개편을 하자면 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누가 호락호락 여당쪽으로 갈 것이며 또 국민들이 용납이나 하겠나.

南: 그것이 야당을 분열시켜 정국주도권을 잡거나 재집권을 하려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 않으며 또 실현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선 시점에서 구시대적 발상을 하면 국민이 깔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宋: 정계개편은 물리적으로도 어렵고 타이밍도 맞지 않는다. 경제가 이렇게 엉망인데 개헌과 정계개편을 납득하겠는가.

-현 정국을 안정시키는 방안의 하나로 대통령의 당적이탈과 거국내각 구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과연 가능한가.

林: 나는 반대한다. 노태우정권 말기 때 이미 실험을 해봤던 일이고 별효과도 없었다. 정당정치에서 집권당이 책임있게 정책을 수행하고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책임도 져야 한다.

宋: 이반(離反)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거국내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당적을 이탈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南: 대통령의 탈당이나 거국내각 구성은 책임정치 원칙에 위배된다. 김대중정권을 더욱 무력화시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盧: 거국내각을 구성하라는 요구는 장관자리를 나눠먹자는 ‘하이에나’적 발상이다. 난국을 수습하자면 정쟁(政爭)을 지양하고 여야를 불문하고 총체적으로 지혜를 모으고 협력하여 상생(相生)의 방략(方略)을 제시하면 될 것이다.

-자민련의 변칙적인 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의원 꿔오기’는 반 민주주의

南: 민주당 의원 ‘꿔오기’ 방식에 의한 교섭단체 구성은 총선민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꼼수술책이다. 자민련도 비난받아야 하지만 민주당이 더 비난받을 짓을 한 셈이다.

宋: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며 유권자에 대한 배반이다.

林: 이미 세론(世論)이 결론을 내렸지만 코미디급이 아닌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론이 정가에서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가능하고 바람직한 일인지 모르겠다.

南: 4년 중임제 개헌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도 당내 화합을 잘 하여 외부의 분열공작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고 이회창 총재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宋: 4년 중임제와 5년 단임제의 장단점은 있다. 기왕에 5년 단임제를 실시해서 뿌리를 내리는 중이니 좀더 시간을 갖고 실행해 보자. 제도가 나빠서 정치가 잘 안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개헌하면 정략적이라고 거부 반응부터 일으킨다.

李: 정치 도의적으로 볼 때는 비난받을 일이다. 그러나 정치현실로 볼 때는 야권의 정치적 공세 대상은 될지라도 DJP 공조를 깨라 말라면서 강요할 수는 없는 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야권도 분열시켜 정계개편으로 발전하게 될 때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야권도 바로 이 점을 우려, 일단 강공책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제도 탓, 여당책임, 야당책임

林: 이미 해본 제도이고 일리가 없지도 않다. 그러나 지금은 정권교체 훈련을 더 쌓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권력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집권자나 국민이 다같이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주의 정치인 우리사회에서는 가능하면 여러 지역 사람들이 정권을 잡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盧: 대통령의 임기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 전정권이 추진하던 시책을 무조건 뒤엎어 보려는 발상이다. 임기내에 업적을 가시화하려는 단기업적이 문제다. 그런 발상의 최악의 피해자가 바로 지금까지 십여 차례나 바꾼 우리의 헌법이다.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 어디 헌법의 잘못 때문인가.

李: 4년 중임제든 5년 단임제든 다 장단점이 있다. 문제는 여야의 이해타산에 따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 필요성이 있다면 현 대통령은 국민을 직접 설득해서 그 당위성을 인정받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권재창출을 위한 개헌이라면 국민의 저항을 받을 것이므로 손대지 말아야 한다.

-현 정국 불안은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

宋: 야당의 책임도 없지 않으나 집권당의 책임이 몇백배 크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소수 여당을 갖고도 멋진 정치를 했고 10년 호황을 이룩하지 않았는가.

盧: 우리 헌정사에서는 집권당의 실패로 인한 반사이익을 노리는 것이 야당의 전통적인 자세로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다. 현재도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정치 자체를 혐오하고 있다.

林: 책임이 없지 않다. 3김청산론이 국민들 앞에 아직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국민이 좀더 다른 정치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회창 총재가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행태는 3김과 조금도 다를게 없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한수 더 뜬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그런 정치행태가 집권세력에 전근대적인 강압정치의 구실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南: 그런 비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국운영의 주도권과 책임은 어디까지나 여당과 정부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음 정권은 영호남 아니었으면…

-벌써부터 차기 대권주자의 이름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과연 어떤 인물이 적합한 인물인지 궁금하다.

南: 차기 지도자는 21세기의 한국과 나아가서 한반도를 경영할 수 있는 식격과 능력을 가진 새로운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의가 없는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기회주의적 사람, 특히 이념적 정체성이 애매한 민중주의자와 인기주의자는 안된다.

李: 김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운영 성공여부에 따라 민주당의 호남출신후보로 그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호남의 지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어떤 후보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의 대결구도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과연 여권이 영호남 동시 지지후보를 탄생시킬 수 있느냐, 이회창 총재가 여권은 물론 야권 내부로부터의 공세를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 대권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 본다.

林: 경선불복 같은 민주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대권후보 대열에 다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지극히 한국적 현실이다. 자식들의 병역의혹 문제로 한번 거론됐으면 그것으로 끝나버릴 일이지도 의문이다. 다음정권은 영남이나 호남 출신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盧: 대통령 앞에서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풍토가 선행되기 전에는 우리 정치의 앞날에는 희망이 없다. 그런 풍토가 조성되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국가는 발전할 것이다. 정치란 대통령만 똑똑하면 되는 일이 아니라 전체적 협업과 통합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宋: 이회창 총재가 가장 앞서 있다. 여당에서는 김중권 대표가 적격이다. 입법 사법 행정과 정당의 중요한 위치에서 경륜을 많이 쌓았다. 전임자인 김대통령과의 관계도 좋고 영호남의 뿌리깊은 지역감정을 메울 수 있는 인물이다. 다만 대중적 인기가 결여돼 있는 것이 단점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특히 여당의 ‘의원 꿔주기’와 ‘안기부 자금의 정치자금화’로 촉발된 정치권의 진흙탕싸움에 국민들은 넌더리를 내고 있다.

宋: 허언(虛言)과 교언(嬌言)을 농하지 말라. 변칙적인 술수를 삼가라. 일관된 정책추진이 아쉽다. 수에 매달리는 정치대신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라.

林: 최소한의 애국심이다. 상식 밖의 행동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어려울수록 원칙에 충실하고 정도의 정치를 하라.

대통령의 말, 행동 불일치가 큰 원인

南: 김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다른 데에 정국혼란의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정국이 풀린다. 정치는 믿음이 제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여당은 편법을 쓰지 말고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의원 꿔주기’로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도와준 것은 편법의 극치이며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폭거이다. 이제 민심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런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그리고 무리한 재집권욕도 없어야 한다.

盧: 편법정치는 국민의 불신만 더 키울 뿐이다. 수(數)에 의한 정치는 전근대적인 방식이다. 그렇게 자신이 없나. 앞으로는 대화와 타협에 의한 멋진 정치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야당 때문이라고 변명하지 말고 좀더 포용력있는 정치를 해라. 그리고 국민 앞에 약속한 일은 반드시 실천하고 실천여부가 불투명하면 함부로 약속하지 말아야 한다.

정리/ 申天均(신천균)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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