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함정’ 허덕이며 특권포기 약속만
3당 올망졸망 지도력에 모두 비대위

대통령, 국회 누가 ‘제왕적’ 인가
국회, 집단적 제왕권
‘특권함정’ 허덕이며 특권포기 약속만
3당 올망졸망 지도력에 모두 비대위

▲ 의장으로 취임 하자마자 ‘ 제왕적 대통령제’ 의 개헌론을 제기하여 여야의원들의절대적인 호응을 받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국회를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기고만장으로 출발하더니 특권(特權)의 함정에 빠진 꼴이다. 각 당 대표들이 특권, 기득권 포기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웃고 있다. 3선(選) 이상 중진들은 국회직 감투욕으로 꼴사나운 추태를 보이고 초선(初選) 의원들은 어느덧 특권남용을 배워 만용을 부리고 있으니 20대 국회도 싹수가 노랗다는 지탄이 나온다.

대통령보다 국회의 ‘집단적 제왕권’

여야 지도부가 세비삭감, 불체포특권 내려놓기 등을 약속하지만 시중에서는 그냥 두고 보자는 식의 냉랭한 반응이다. 이 판국에 비례대표로 진출한 초선의원은 세비(歲費)가 모자란다고 투정하고 4·13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을 유발한 초선은 당대표가 인책 사퇴한 뒤에도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의정활동을 개시하기도 전에 초선의원이 선배의원들의 독불장군식 제왕적(帝王的) 군림행태를 학습한 꼴 아닌가.
국회는 수시로 대통령 중심하에 권력이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제왕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대통령과 국회 어느 쪽이 제왕적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의 ‘입법권력’ 독주로 보면 국회가 대통령의 권한을 맥 못쓰게 하는 ‘집단적 제왕’이다.
역대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 예산심의권 아래 각종 국정공약을 추진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례를 많이 보여 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개혁관련 입법이나 경제활성화 입법을 호소하다 지쳐 “경제가 불쌍하다”면서 지금은 민생행보에 나섰다.
대통령이 내각구성을 위해 국무총리와 장관들을 내정했다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가 한두 건인가. 요즘은 개각을 하고 싶어도 청문회 관문이 무서워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국으로 비친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국회가 마음대로 삭감하지만 자기네 지역구 민원관련 예산은 대폭 증액하는 사례가 다반사이다. 반면에 국회인사나 국회의원 세비는 누가 감히 간섭할 수 있는가.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 국회사무처 인사에 청문회나 간섭이 어디 있는가. 이보다 앞서 국회의원 공천이나 비례대표 선정시 인사청문회 수준의 검증절차가 있는가.
이렇게 몇 가지 대목을 비교해 보면 국가원수인 대통령보다 국회가 1인 헌법기관의 집합으로 ‘집단적 제왕’이 아니냐고 비쳐지는 것이다.

분권형 이원집정제 의도가 순수한가

여소야대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더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이 의장으로 취임해 제일 먼저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헌론을 제기하여 여야의원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현행 5년 단임제가 역할을 다 했으니 4년 중임제로 개헌하자는 중론으로 곧 특위를 구성, 본격적인 개헌활동을 추진할 모양이다.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도 상당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分權型) 이원집정제(二元執政制)로 주장하는 정치권의 동기가 순수한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은 국방, 외교 등 외치(外治)나 맡고 국회의 동의를 거친 국무총리가 내치(內治) 맡도록 하자는 요지다.
이렇게 되면 국회는 국무총리 동의권을 통해 사실상 국가권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수도 있는것이다. 여기에 기존의 입법, 예산권력을 합치면 명실공히 국정을 좌우할 수 있는 ‘집단적 제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개헌론에 대한 일말의 의혹이 느껴지는 가운데 여소야대 3당이 모조리 비대위 체제가 된 것이 사상 초유이다. 이는 결코 4·13 총선 민의와는 상관없이 당권과 차기 대선주자 들의 이해와 직결되는 사항으로 관측된다.
여야 모두 당권 지도자나 차기 대권후보들이 올망졸망하여 특출한 지도력이 없는 도토리 키 재기식, 중구난방이다. 개헌론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것도 이 같은 당내 사정과 관련이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개헌을 통해 국회의 집단적 제왕권력으로 분산시키자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이다.

▲ 여소야대 3당이 모두 비대위 체제가 되면서 주요 쟁점법안 및 정책 관련 여야 협상이 동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나온다. <사진=각당 홈페이지>

예쁜 구석이 어디 한점 있는가

20대 국회가 선수(選數)를 앞세워 국회직 감투싸움으로 국민을 우롱하며 많이 웃겼다. 3선 이상 이면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논리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3선 이상이 넘쳐 8개 상임위원장 임기 2년을 1년씩 쪼개 나눠 먹기로 타협했다. 더민주의 경우도 일부 위원회는 전반기 1년, 후반기 1년씩 나눠 맡기로 담합하고 이를 당당히 발표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인가. 국회직이 이권다툼이 첨예한 잡상인 대표도 아니고 출자지분으로 가르는 주식회사 임원도 아닌 국민의 대표기관이 이 모양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이 장관급이라지만 장관들을 훨씬 능가하는 입헌권력의 상석(上席)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국민이 지켜봤다. 회의소집이나 법안 상정의 절대권을 행사하니 바로 행정부 장관들을 굽실거리게 만드는 제왕적 지위다. 20대 국회 개회 초에 벌써 각 상임위가 대통령 비서실장,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권력 기관장들을 불러 초선이나 비례대표 의원들이 앞장서 호통식으로 질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행정의 달인이라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초선의원의 공박에 절절매며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들을 우리 손으로 뽑아놓고 선입감으로 비판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국회가 너무나 눈치 없이 군림하고 독주하려는 위세를 보여주니 좋게 평가할 대목이 없지 않는가.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특권의식과 갑질 행태가 쏟아져 국민의 원성이 높을 때 동해안의 제2 국회 연수원이 곧 준공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도대체 적지않은 예산이 소요될 수 있는 제2의 국회 연수원이 뭣 때문에 필요한가.
또 수천억원이 소요된다는 세종시 분원(分院)설치 입법안도 발의됐다. 세종시 공무원들을 무더기로 불러올리기 전에 국회의원들이 내려가 보고받으면 안 될까.
동남권 신공항이 거제 가덕도와 경남 밀양으로 갈라져 여야 국회의원들이 개입하여 얼마나 압박, 협박 했는가. 외국 용역기관이 겁이 나서 가덕도와 밀양을 제외시키고 김해공항 확장안을 제시하여 이를 정부가 수용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대구 출신 의원들은 이에 불복한다는 자세를 지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럴 때 더민주당 당권도전을 선언한 추미애 의원은 새만금 신공항 추진을 공약했다. 무안공항 등 세칭 지방 ‘정치공항’에 국민의 세금을 한정 없이 쏟아 부어 낭비하고 있는데도 또 다시 새만금 신공항 공약으로 당권을 잡겠다는 것이 정치권의 행태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야 믿을 것 아닌가

민의의 대변기관인 국회에 경륜 높은 다선의원도 있고 신진세력으로 초선의원도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3선 이상 중진급 의원들이 감투욕에 눈이 멀고 각종 특권, 기득권에 젖어 안주하려고 드니 새파란 초선들이 뭘 배우고 따르겠는가.
각 당 지도부가 다급하여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하지만 국민이 이를 믿지 못하는 까닭이 있는데도 국회의원들은 모르는가. 역대 국회가 개원 초에 특권 포기, 세비 삭감 약속을 몇 차례나 했는가. 바로 19대 국회에 특권포기 법안들을 수십건 발의했지만 실제 통과된 사례가 있는가.
요즘 한창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불체포특권 남용방지법안, 회의 무단불참 방지법안,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법안, 보좌진 후원금 금지법안 등등 모두가 지난 19대 국회에서 폐기되지 않았는가. 이 때문에 말로만 특권포기 말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야만 국민이 믿을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4호 (2016년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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