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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의 세상보기] 망할거면 곱게 망하지호국 영령들 마저 속이려는가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위원회 이사장)
  • 승인 2016.11.18 10:40
  • 댓글 0

[김동길의 세상보기]

망할거면 곱게 망하지
호국 영령들 마저 속이려는가

글/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위원회 이사장)

여당이 왜 이 꼴인가

최근 여당의원이 한 두 사람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는 설마 하였는데 단번에 23명의 의원이 탈당하고 나가서 신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엄청난 사태가 벌어지니 정말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무슨 정당이 이 꼴인가.
여당에서 대선을 몇 달 앞두고 이런 작태가 벌어진다는 것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 현상이다. 아직도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의원이 100명은 넘는다니까 아직도 큰 정당임이 확실하지만 작금의 노무현의 언동을 살펴보면 앞으로도 더 많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여당은 없고 야당끼리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고 한판 혈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은 엄연히 존재하는 여당을 떠나 새로 당을 만들고 세를 규합하여 새로운 후보를 내세워 가지고 다시 집권해 보겠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왜 하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권력에 굶주렸다 하더라도 그럴 수는 없는 것이 인간이다.

‘난 몰라라’ 도망치면…

여당과 여당의 대통령에 온갖 잘못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풀이가 되는데 그런 무책임한 인간들이 국회의원 노릇을 한다면 국가의 현실이 어지러울 수 밖에 없다. 여당이 대통령을 타이르고 가르쳐 가며 최선을 다하여 현실정치를 바로 잡고 국민의 신임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10개월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유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어느 정도 까지는 돌려놓을 수 있다고 믿어야 되는 것 아닌가. “난 몰라라”하며 내동댕이치고 달아나면 도대체 국민은 어쩌라는 것인가.
여·야의 대결구도가 민주정치의 하나의 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헌국회가 아닌 이상 여당 없이 야당끼리 대통령도 뽑고 정부도 구성한다면 반세기의 민주정치는 수포로 돌아간다는 말이 아닌가. 더욱이 여당이 제구실을 못하니까 반드시 집권해야 할 야당이 또한 뒤숭숭해 진다.
정인봉이라는 사람은 누군데 갑자기 나타나서 어쩌자고 야당 내부의 여기저기에 불을 지르며 돌아다니며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 사이에 싸움을 붙이는가. 그렇게 되면 그 두 후보가 모두 국민의 눈에 한심하게 보일텐데 그것은 곧 야당인 한나라당의 패배를 뜻하는 것 아닌가.

정인봉과 손학규는?

그뿐 아니라 오늘 대통령 후보로는 역부족이지만 학식이나 덕망에 있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던 손학규 후보가 최근에 이르러 엉뚱한 말을 내뱉는 가운데 “햇볕지지는 DJ때부터”소신이라고 어디선가 한마디 하였다니 그 사람은 민주적 질서를 갈망하고 조국의 적화통일을 두려워하는 많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모두 때려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가능성이 많으니 이것도 큰일 아닌가.
물론 손학규 후보의 뜻은 북한의 헐벗고 굶주린 2천만 동포를 살리기 위해 그들에게 햇볕을 비춰 주어야겠다는 뜻인지 모르지만 왜 하필이면 우리가 미워하는 DJ햇볕론을 들고 나오는가. 내가 보기에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17대 대통령을 한나라당이 내고난 뒤에 18대는 손학규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손학규가 김대중의 졸도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니 슬프기 짝이 없다. 오래전에 누가 나를 보고 “손학규도 빨갱이라는데요”라고 하기에 그 사람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사람 잡는 소리하지 말라고 하면서 왜 우리는 등장하는 인물들을 밀어줄 생각은 않고 때려잡을 생각만 하느냐며 분개한 적이 있는데 요즈음 손학규가 툭툭 던지는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을 혹독하게 욕을 한일이 후회스럽다.

호국영령들은 못 속인다

햇볕정책이 실패라는 사실은 이미 국민적 합의에 도달한 문제이고 햇볕정책 때문에 북이 핵무기를 만들고 핵실험을 하게 되었으니 오늘 손학규는 김대중 편에 서는 것 뿐이 아니라 더 나아가 김정일 편에 서겠다는 것이 아닌가.
어떤 발언도 그가 소속한 정당인 한나라당의 정강정책 밖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아닌가. 이미 당을 떠난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앞에 두고 어찌하여 당을 헤어나지 못할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는 것인가. 정말 분개하여 마지 않는다.
일전에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23명의 국회의원들이 동작동의 국립묘지를 찾아 절을 하는 모습이 신문에 게재된 것을 보고 정말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호국영령들 앞에 고개 숙이며 뭐라고 했는가. 앞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했는가. 아니면 국민의 눈을 속이기 위해 이 짓을 한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았는가.
산사람들을 속일 수는 있지만 나라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충성스런 혼들을 속일 수는 없다. 여당 국회의원 일동이 국립묘지를 찾아가 고개 숙이고 “우리는 호국의 영령들을 생각하며 실정에 실정을 거듭한 여당의 문을 닫겠습니다”라고 고해바친다면 모르거니와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망하려면 곱게 망할 것이지, 끝까지 산자와 죽은 자를 모두 속이고 괴롭히려 드는가. 여당이 이 꼴이고 야당은 또한 저 꼴이니 불쌍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1호(2007년 3월호) 기사입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위원회 이사장)  teuss@economyt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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