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톡 최서윤 기자] 교육부가 지난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와 동시에 페이스북에 올린 홍보물 속 태극기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는 흰색 바탕에 가운데 태극 문양과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四卦)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페북에 올린 태극기를 살펴보면 4괘의 순서가 잘못됐습니다. “태극기도 못 그리는 교육부”라는 비난이 빗발치자, 교육부는 애초 올린 글을 내리고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 교육부가 페이스북에 올린 태극기의 4괘에서 감괘와 이괘의 위치가 서로 뒤바뀌어 있다(사진=페북 갈무리).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정마다 태극기를 한 개씩은 갖고 있을 정도로 태극기 사랑이 각별합니다. 태극기는 1919년 3.1운동과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거치며 우리 민족의 한을 간직하기도 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응원도구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요즘은 태극기 게양을 개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기다보니 구청이나 아파트 부녀회 등에서 게양을 강요하면 적잖은 잡음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 지난해 효성그룹은 광복절 이벤트에서 70년 전 태극기의 모습을 공개했다(사진=효성).

그런데 태극기의 4괘가 예전에는 현재와 달랐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지난해 국내 대기업들은 광복절 70주년을 맞아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이른바 ‘태극기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친 바 있습니다. 각 기업들은 자사 건물에 대형 태극기를 내걸거나 태극기를 이용한 응모전 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효성은 광복 70주년 기념 이벤트를 통해 70년 전 태극기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를 보면 문화재청에 기록된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의 괘와 현재 사용되는 태극기와 괘의 위치가 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건물에 설치됐다 철거된 초대형 태극기 현수막. 아래 ‘LOTTE’를 적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항의를 받았다(사진=왕진오 기자).

앞서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앞두고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걸어둔 초대형 태극기로 인해 곤혹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광복 70주년에 이어 올해에도 태극기를 건물에 부착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가 민간기업이 영리목적 등을 위해 국기를 이용하지 말 것을 명시한 국기 훈령 18조를 근거로 들어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시와 송파구는 국기법 등을 검토한 끝에 태극기 아래 롯데 상호 표기 등을 문제 삼아 자진 철거를 안내했습니다. 결국 롯데는 태극기를 철거했습니다.

▲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삼성, 포스코, 교보생명, 에스오일 건물에 부착된 태극기. 태극기 아래 기업 로고가 표시돼 있다(사진=각 기업).

지난해에는 롯데 외에도 삼성·LG(엘지)·CJ(씨제이)·한화·현대 등 대기업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건물에 대형 태극기를 내걸었습니다. 삼성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비롯해 태평로 본관과 구 삼성생명(현 부영그룹) 사옥에, CJ는 남대문 그룹 본사와 CJ제일제당 사옥에 각각 ‘위대한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기를 부착했습니다. LG그룹은 여의도 LG트윈타워와 LG광화문빌딩, LG전자 서초R&D캠퍼스, LG유플러스 용산 신사옥 외벽에 태극기를 달았습니다. 또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등이 입주해 있는 계동 사옥에, 한화는 그룹본사와 한화손해보험, 더플라자호텔, 갤러리아명품관 건물 등에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LED조명을 켰습니다. 이 뿐 아니라 서초동 포스코센터, 광화문 현대해상화재와 교보생명, 동대문 두산타워, S-OIL(에쓰오일) 마포사옥과 신한은행 본관, 신세계백화점 본관 등에 달린 태극기 등도 주목을 끈 바 있습니다.

▲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현대해상화재, 한화갤러리아, 롯데영프라자, 신세계백화점 건물에 걸린 태극기(사진=각 기업).

따지고 보면 태극기 아래 상호명을 표기한 기업은 롯데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삼성을 비롯해 CJ, 현대차 등이 태극기 현수막 아래 기업명을 표시했지만 유독 롯데가 크게 문제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형제의 난’이 벌어지면서 의도치 않게 공개된 일본 지주회사의 지배구조 체제 때문이라는 분석 등이 힘을 얻었습니다. ‘롯데=일본기업’ 주장으로 인해 롯데는 “태극기를 이용하려 한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 최근 광화문광장에서 주말마다 열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탄핵) 요구 촛불집회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있는 많은 시민들을 볼 수 있다(사진=경제풍월DB).

태극기 이용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지난 2011년 한명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태극기를 밟은 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헌화했다가 국기모독죄로 고발당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와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2월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상시 게양을 놓고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 왼쪽부터 제주 성산일출봉 게양대에 걸린 새마을기, 태극기, 제주도기. 기사가 나간 뒤 새 깃발로 교체됐다. 관련기사는 하단 참고(사진=경제풍월DB).

본지는 평소에도 태극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훼손된 태극기를 지적해 교체를 유도한 사례도 있습니다. 앞서 7월 제주 성산일출봉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를 시작으로, 지난달 서대문형무소 앞 편의점 CU(씨유, BGF리테일)에 걸린 태극기와 삼성 본관의 태극기까지…. 평소 우리는 태극기를 보지 않고 무심코 지나쳐 버릴 때가 많습니다. 이번 국정교과서 홍보물의 태극기 오류를 계기로,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에 관심을 가지기를 소원해 봅니다.

▲ 국회 국조특위와 특검을 앞두고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관련자 및 기업들을 수사 중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깃발과 태극기(사진=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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