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중국, 남 일본 등 4방위 보라"

▲ 전성자 한국소비자교육원장

[이코노미톡뉴스]

골목 동화가 자꾸 생각나는 건…

세월이 하수상하니 어렸을 적 읊조리던 어린이 속요(俗謠) 한절이 문득 떠오른다. 광복 맞아 새 앞날을 그림 그리던 그 시절이었지 싶다. 동내 꼬마들 뒷골목 동요가 귀에 쟁쟁하다.
“속지마라 소련에, 믿지 마라 미국, 일어 날거다 일본~~~” 운 맞춰 재잘거렸다. 뜻도 잘 모르는 말이었지만, 독립했으니 남에게 기대지 말고 드세게 우리 힘으로 자존을 세워나가자는 다짐을 이런 돌림말로 가르쳤지 싶다. 얼마만큼 넓게 퍼졌는지, 얼마나 풍미하던 동요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렸던 것 같다.
혹은, 당시 우리 입지를 빗대어 자연 발생적으로 나온 풍자의 운문이었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요모조모 우리와 관계가 있는 나라들에 대해 대할 자세를 다잡아주기 위해 생각 깊은 분들이 펴 보급했을 성 싶다. 왜 그랬는지 중국에 대한 언급은 그 속에는 없었던 것 같다. 당시 중국은 우리에겐 그렇게 영향력 크지 않았던 시절이긴 했었다. (나중엔 한국전 확전의 요인이 되긴 했지만)

사신기(四神旗)를 꽂고 살았던 역사

옛 우리 선조들은 군영(軍營)을 펼 때는 좌청룡, 우백호, 북 현무, 남 주작의 사신기를 4방에 내걸고 영을 폈다. 사람이 죽어 묻힐 영면지지 묘 자리도 이 방위(方位)가 잘 맞는 곳을 명당이라고 하며 풍수지리를 들어왔다.
요즈음 우리는 좌 중국, 우 미국, 북 러시아, 남 일본의 4대국 방위 사이를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현세 각 국가의 나라 운영 기조들이 국제 협력을 넘어서 신고립주의 태도를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나라들의 존재감이 더욱 우리 뇌리를 파고드는 것 같다. 그들의 기세들은 올 들어(2017) 더욱 힘세졌다.
한 30 여년 세계 속에 우리도 내노라 기 펴고 잘 살아 나왔다. 방위 잘 맞는 영존의 지리(永存之地)에 선 나라다 싶다. 우리가 고수레를 방향 맞게 잘 했던지, 큰 어려움 없이 지내왔다. 남 일본은 끈질기게 우리를 고달프게 했지만 그런대로 큰 위협감 느끼지 않고 살아 올 수 있었다. 계속 우리의 자존심 할퀴는 행패를 부려 오던 빤한 아젠다를 가지고 괴롭히긴 했어도 우리도 그렁그렁 방어할 만했었다. 북 러시아도 광복과 한국전 때와는 다르게 한 동안 크게 할퀴는 일 별로 없는 사이를 유지해 왔다. 몇 차례 빌려간 돈을 갚지 않아 속 끓이는 일이 있긴 했어도 잘하면 트랜스 시베리아 길을 개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행여나” 감을 우리에게 주기도 했었다. 잘 되었더라면 북방에 좋은 일터를 함께 만들 뻔 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북핵 견제에는 우리에게 곁을 내어 주지 않았었다.
네 방향이 잠잠하면 우리도 평화를 살게 되고 어느 하나라도 성질을 내거나 몽니를 부리면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올해 들어 우리의 좌청룡 자리 중국과 우백호 자리 미국이 성깔을 부리는 듯 해 조마조마해 진다.
중국이 몽니를 부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자위를 위해 “사드”라는 방어무기 한기 사들이려 하는데 자기 나라에 위해가 될 거라며 반대하고 나서더니 마침내 우리의 북핵 방어 계획에 태클을 걸고 나섰다. 반대의지를 펴더니 교역에 고달픔을 주고 있다. 고강도 제재와 경제보복 의지를 내보이더니 한한령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참 속 아픈 일이다. 머리위에다 북한이란 숯불 화로를 이고 사는 우리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도 말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서가 아니라 한 가지 의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응하는 큰 대가를 치르고라도 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되고 있다. 북한 리스크가 또 하나의 리스크를 파생한 셈이다.
우백호 자리 미국도 우리 가슴을 조이고 든다. 미국 새 대통령이 전에 볼 수 없었던 유아독존 식 정책을 펴며 우방국을 옥죌 듯싶다. 국방비 분담액을 올리겠다느니 WTO 협약을 개정하겠다느니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편다느니 하며 우방을 근심하게 한다.
그러니 어느 해 보다도 금년은 외국 리스크가 커 보인다.

우린 강소국

노파심이 도지는 것 같다. 세계가 각박해져 가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어 미래 불안이 고문으로 다가선다. 나라 내부 사정도 어느 때 보다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국론이 갈리고 뜻이 나뉘었다. 진영이 나뉘고 편먹기가 뚜렷해 졌다. 진영 간 언어폭력이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무기만 안 들었지 가히 전쟁 같다. 민심도 흉흉하고 인정도 야멸차다. 주머니도 마르고 입도 마른다. “가장 힘든 때다, 어려운 때다” 고 말하기를 누구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도 “캔디”정신으로 살아온 우리다. “어려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힘들어도 역사 드라마를 즐겨 쓰며 반만년을 살아나온 우리다. 그런 예가 동서고금에 흔치 않다. 우리가 역사다. 우리 스스로가 증거다. 그렇게 살아 나가는 강소국이 우리다. 강국이라서 살아 온 게 아니라 살아내고 보니 강국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소국이지만 강국이다. 세계에서 다른 예를 찾아 볼 수 없는 강인한 나라다.
그래 옳다. 세계가 아무리 엄혹하다 해도 우리 살아갈 방안은 있다. 그 방안은 합심 자주이다. 하나 되어 뭉치고 힘 모아 살아왔다. 그렇게 반만년을 살아온 명당이다. 현대 들어 좌중국 우미국 북러시아 남일본의 지정학적 방위가 잘 맞게 서 있는 세계 속의 자리가 한국이다. 현대판 사신기가 잘 펴져있다.

새로운 골목 속요를 지어 가르칠 때이다

2017년은 들어서 보니 작년보다 더 냉엄한 국제정치 소용돌이 속이다. 금 그어 갈라 서 있고 작은 나라에겐 어느 편에 서겠느냐고 다그쳐 물으며 자기편에 서라고 강박하는 모양새다. 지금쯤이면 우리는 광복 직후처럼 다시 한 번 개사한 어린이 속요를 지어 부르게 해야 할 것 같다.
“속지는 말아라, 소련에; 믿지만 말아라, 미국을; 일 또 낼 거다 일본은; 중흥할 거다, 중국운; ~~~”
이젠 우리도 중심잡고 살아 나가야 할 시대에 들어 선 것이다. 현대적 사신기를 내어 걸은 코리아는 중심 잘 잡고 콧대 높게 살아갈 방도를 모색해야 할 때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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