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위원회로부터 ‘소득주도성장’
지난정부 노동개혁안은 ‘개악’규정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문재인 정부의 경제공약 실천을 위해서는 강력한 개혁의지가 뒷받침 돼야 한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간이 국정추진 동력이 가장 강력한 시기이므로 개혁의 적기다. 문 대통령이 급한대로 ‘업무지시’ 방식으로 ‘적폐청산’에 나선 것은 이와 관련된다. 그렇지만 개혁에는 음양의 효과가 있고 피해계층이 있기 마련이므로 아무리 급하다 해도 신중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친노동, 반재벌 성향의 ‘소득주도성장’론

문 정부의 경제공약은 경제민주화, 공정거래, 재벌개혁에다 친노동 성향의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경제공약 설계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소득주도 성장이란 일자리 창출로부터 출발하여 국민소득이 향상되고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투자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로 국가경제가 지속 성장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다 문 대통령은 좌파적 정치성향에다 친노동, 반재벌에 ‘촛불혁명’ 의식을 더해 적폐청산 차원으로 개혁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완성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업무지시 제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신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것도 소득주도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부터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자리위원회는 노련한 경제각료 출신 이용섭 부의장이 실무를 총괄하여 대통령 임기 내에 공공일자리 81만개 공약을 실천하고 비정규직을 일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정부는 재벌개혁도 비정규직 해소,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을 독려하는 채찍의 의미가 있다고 해석한다. 이에 따라 문 정부의 경제시책은 상고 출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주도하겠지만 재벌개혁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두 학자 출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재벌개혁론자로 명성이 쌓여 임명 직후부터 재계가 잔뜩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재벌개혁 교수 김상조, 장하성의 주도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관련 공약은 이미 재계 내부에 충격을 파급시켰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정거래정책을 통해 다중 대표소송제 등을 도입하고 공정위 내에 대기업 전담부서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고, 재벌의 경제범죄에 대해 처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세제 면에서는 법인세의 최고세율 22%를 25%로 올리고 대기업 관련 모든 비과세, 감면조항도 축소하겠다는 공약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간 너무나 요란한 개혁적 발언을 쏟아내어 탄핵론이 나올 상황이지만 법인세율의 경우 최고 35%를 일률적으로 15%까지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법인세율을 내려 기업투자의 해외탈출을 막고자 하는데 비해 문 정부는 재벌개혁 차원에서 속칭 ‘부가감세’ 철회 및 각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니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이를 순순히 수용해 줄는지가 의문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장하성 정책실장도 재벌 개혁론의 향방에 관한 재계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재벌개혁은 4대 재벌 중심”(김상조), “두들겨 패기식 재벌개혁은 안돼”(장하성) 등의 발언으로 다독거리려는 인상이다.

전 정부 노동개혁안을 ‘개악’ 규정

실상 경제민주화 공약은 전임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은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바로 박근혜 후보 경제교사 역을 맡았고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설계했었다.
당시 경제민주화 공약 내용이 재벌 오너의 경제범죄 처벌강화, 집행유예 없는 실형 및 특별사면 제한 등으로 문 정부의 공약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이 같은 공약에 따라 숱한 재벌 오너들이 횡령 배임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 실형언도로 법정에서 구속되는 사례를 보여 주었다. 또한 일부 재벌 오너들이 상당기간 수형생활 끝에 법적요건을 갖춰 특사로 풀려나기도 했지만 과거 정부에 비하면 상당히 엄격한 법 적용이었다.
당시 언론은 재벌 오너들에 대한 실형언도와 법정구속을 ‘경제민주화’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지금은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고 박 전 대통령은 뇌물 수혜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니 과거 법적용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박 정부 간 경제민주화와 공정거래 공약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결국 노동시장 개혁부문의 이념격차가 아닐까 싶다. 박 정부는 경제활성화와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 차원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4대 개혁방안을 마련했었지만 노동계가 이를 ‘개악’이라고 혹평, 반발했다. 문 정부가 바로 이 같은 노동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노동개악’ 폐기를 약속했다.
또 공공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어느 정도 실적을 나타난 ‘성과연봉제’마저 문 정부 들어서서 폐기될 운명으로 비친다. 금융노조 주택보증공사지부가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이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는 위헌”이라고 판결했으므로 공공기관 전 부문으로 영향이 파급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관한 헌재 심판 때 관련 교원노조법이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제시한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지명, 국회의 동의를 요청했다.
이 밖에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하여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제로화를 약속했지만 이와 관련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은 8만 3,328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청소, 경비 등 용역업체 파견 ‘간접고용’으로 이들을 정규직화 하게 되면 용역업체들은 일감을 구할 수 없어 회사 문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CJ그룹 이재현 회장 4년만의 ‘경영복귀’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 블로썸파크 개관식 기념 식수 행사를 위해 휠체어로 이동 중이다. <사진=CJ그룹>

‘경제민주화’ 판결로 재벌 오너들이 집행유예 없는 실형 언도를 받고 수감생활을 보여준 것은 분명 개혁이었다. 다만 횡령, 배임 등 죄가 무겁다 해도 중병에 시달리며 휠체어 타고 재판 받는 모습은 솔직히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유전무죄’(有錢無罪)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재벌 오너라고 해서 중병에도 불구하고 병보석이 안 되거나 법적요건을 충분히 갖춘 뒤에도 특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안타까운 사례로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중대한 횡령 배임 혐의로 2013년 7월에 구속됐지만 신장이식 수술에 희귀성 신경근육계 유전병을 앓아 뼈가 상상하게 드러난 몰골로 법정에 출두하기도 했었다. 결국 이 회장은 중형을 선고 받고 병보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최종 선고에 앞서 “나는 살고 싶다”, “착수한 사업들을 마무리 하고 싶다”고 애소하던 모습이 처량했다.
바로 그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특사 이후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 17일 4년 만에 경영 복귀한 장면을 보여 주었다. 이 회장은 모처럼 정장을 차려 입고 부인과 함께 수원 광교신도시의 그룹 연구개발센터에서 CJ블로썸파크 개관식 및 2017년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기념식수 행사에 참여하고 앞으로 경영 복귀를 통해 “미래성장동력 확보 및 미완성 사업들을 모두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제 CJ그룹은 오랫동안 오너 총수의 유고사태를 종식 짓고 각종 투자사업 등 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과정이 순조롭게 작동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마도 CJ그룹은 어느 재벌보다도 가장 뼈저린 각오로 개혁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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