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 정황증거’ 만으로 엄벌 주장

▲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 <사진@국회>

박영수 특검이 지난 8월 7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지원해 준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0억원대의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구형이었다.

중형 구형을 위한 억지, 뇌물혐의

[이계성 칼럼 @이코노미톡뉴스] 박영수 특별검사는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하면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60권이 넘는 수첩 어디에도 ‘정유라’라는 이름이나 ‘경영권 승계’라는 단어가 없었다.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작성자인 전 청와대 선임 행정관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언론의 관심 사항을 정리한 것이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우라고 해서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르 및 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문화융성 및 스포츠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금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또 이들 기부금은 두 개 재단 통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
특검은 또 범죄수익 은닉과 청문회의 위증 혐의도 추가했다. 그렇지만 핵심 사항은 뇌물죄다.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혐의들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박영수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이 없는 혐의를 줄줄이 붙인 것은 중형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뇌물죄는 최대 3~5년형이다. 그러니까 형량을 늘리기 위해 특검이 무리하게 혐의를 추가한 느낌이다. 뇌물죄로 엮기 위해 직접증거 없이 정황증거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뇌물죄는 청탁이 입증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세 번 만났다지만 경영권 승계지원 대가로 기부금을 납부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게다가 삼성의 K스포츠재단 출연과 정유라씨의 말 지원은 모두 공식적인 회계장부 작성을 통해 이뤄졌다. 강요에 따른 지원으로 뇌물이거나 횡령이라면 투명한 회계기록을 남겼을 리가 만무하다.

결정적 증거없이 ‘정황증거’만 강조

형사소송법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됐을 때 유죄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은 “전형적 정경유착 부패범죄로 국민주권과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면서 “이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처벌해야 국격을 높이고 경제성장과 국민화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형 이유가 어떤 정치인의 연설문 같은 내용이다. 박 특검은 국민화합이라는 정치적 수사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만 했다. 정치와 여론의 눈치 때문에 억측과 억지를 근거로 엄벌을 주장하는 특검의 태도는 정치검찰의 부패상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사익추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고 “너무 심한 오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끌어내려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엄격한 증거와 증명이 뒷받침 돼야 한다. 특검은 사건 초반부터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청탁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시 못했다. 특검은 “정황증거를 종합할 때 혐의는 입증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판단은 재판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판결은 증거와 법리에만 따라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최초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영장 전담판사가 격렬한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또 문화 블랙리스트 사건의 조윤선 전 장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도 비슷한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삼성 측 변호인은 특검이 ‘대중에게 호소하는 오류’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여론이 아니라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법정에서는 냉철한 법리에 따른 최종 판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선고 공판을 TV로 생중계 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로서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가벼운 형이 선고되면 판사가 신상털이를 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 정부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와대 캐비닛 기밀문서까지 꺼내어 언론에 공개하면서 재판부를 압박한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무죄로 선고되면 박 전 대통령도 무죄가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오직 법과 증거만 믿고 판단할 것이지 정치적 상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한 헌법 103조를 지켜야만 한다.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독립적이고 양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법관의 의무이자 헌법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재판부의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토록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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