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호]

국민이 잘먹고 잘사는 나라

시장경제원리를 알아야

鄭慶植(정경식) 지음 / ‘잘묵고 잘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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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臣(군신)간 대화로 시장경제 터득

평범한 직장인이 어려운 시장경제원리와 시스템적인 접근 방법을 쉽고 명쾌한 필치로 풀어냈다.

경제서적하면 어렵고 딱딱한 이론서를 떠올리는 사람들의 편견을 비웃는 듯 책 속 황제와 군사와의 대화가 한편의 코믹 풍자 대하사극처럼 유쾌하고 통렬하다.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잘묵고 잘살자’는 기존 저자들의 엄숙주의와 현학주의를 깨뜨리고 직설화법을 사용한다.

‘이런 표현을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고 비속어가 난무하지만 독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거침없이 황제에게 직언하는 군사의 대사가 독자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저자가 가장 혐오하는 것은 실물경제에 문외한인 ‘껍데기’ 권위자들의 ‘탁상행정’과 국민만 축내는 ‘골병행정’이다.

시장경제원리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으면서 시장경제에 대해 잘안다고 생각하는 황제가 시장경제의 진의(眞意)를 터득하고 있는 군사를 통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진정한 시장경제원리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황제가 시장경제원리에 맞게 나라를 다스린 결과 전 국민이 ‘잘 묵고 잘 사는 나라’가 되고 마침내 황제는 자자손손 황제의 위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 책의 큰 줄거리다.

자칭 도사라는 선무당이 사람잡아

‘잘 묵고 잘 살자’의 저자 정경식(鄭慶植·46) 씨는 삼성전자 차장으로 근무하는 현직 샐러리맨이다.

정 차장은 82년 영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구매와 자재물류 개선 부문에서 17년간 근속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도 아닌 그가 어떤 계기로 이런 독특한 책을 쓰게 됐을까.

“경제학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가격결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12년간 구매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책으로만 배웠던 가격에 대한 이론을 실제로 실행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시장경제원리에 대해 나름대로 체득하게 된 결정적인 호기였습니다.”

정 차장은 “실물경제에 몸담고 있으면서 경제실권자들이 경제를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약자를 더 괴롭히고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을 많이 보았다”며 “한국의 시장이 시장화(屍場化)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점점 더 드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싸움을 잘하려면 태권도 책을 읽고(이론공부) 연마와 단련을 해보고(실험)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 보아야(실전) 진정한 싸움꾼이 될 수 있는데, 책만 달달외고 자신이 싸움에 도사라고 으시대는 것은 선무당이 사람잡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거침없이 비판한다.

“나와 나의 직장을 지키고 내가 몸담고 있는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조직원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책을 쓰게된 동기입니다.”

창업과 守成(수성)의 어려움은 동격

‘잘 묵고…’는 대통령과 국민에게 바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과 나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충신’들이 진언하기에는 난감하지만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일들을 저자 스스로 ‘총대를 매고’ 거침없이 설파했다.

그의 바람은 대통령이 시장경제원리를 잘 알고 실천해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 조직을 다스리는 사람들은 친견(親見)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장에 두 발로 걸어가서 두 귀로 듣고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수성(守成)의 비결이라고 귀뜸한다.

그는 정권을 쥐고 얼마 못가 실패하는 것도 모두 현장을 확인하지 않은 결과라고 단언한다.

수성이란 쉽게 말해 아버지가 이루어 놓은 것을 유지하거나 발전시키는 것으로 창업못지 않게 어려운 일로 지적된다.

“옛날 박정희 대통령이 미복잠행으로 시정을 살피고, 담당자들을 불러서 물어보고, 1년전에 들었던 것을 수첩에 적어 놓았다가 다시 그 현장을 방문했을 때 수첩을 꺼내어 확인을 했죠.

이것이 바로 수성하는 최고의 비결입니다. 이를 친견이라 하지요. 수성의 과정은 계획, 실행, 점검, 조치이지만 수성의 핵은 친견입니다.”

책에는 ‘윗분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충정어린 4대부문 개혁방안 등 그만의 대안도 함께 들어있다.

‘잘묵고…’는 ‘구매란 무엇인가’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책이다. 책에 나타난 그의 우국충정이 개인 이기주의에 함몰된 현대인에게 더욱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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