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 농업 윤리 필요한 때

농업 4.0시대가 올 거라고?

추석 대목장 보려 한 백화점 식품부에 나가 봤다. 코너 마다 모양새도 보임새도 다른 다양한 먹거리들이 잘 정리 진열되어 있다. 사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기 충분한 나이인데도 진열품들을 보곤 욕구를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필자야 유교적 제사는 모시지 않으니 구색 맞춰 살 필요는 없었다. 남편이 좋아 할 것 같은 것에만 눈길이 갔다. 

▲ ‘살충제 계란’ 이 검출된 49개 농장의 계란 451만개가 압류되고 농가로 반품된 계란 243만개가 폐기됐다. 사진은 김천시가 '살충제 계란'을 폐기하기 위해 전량 회수하고 있는 장면. <사진@김천시>

저것들 괜찮을까? 살충제 달걀이 연상되어 식품품질 의심에 빠져들었다. 계란이 들어갔을 성 싶은 건 무조건 불신이 앞선다. 화려하게 꾸민 먹거리를 보니 이런 저런 의심으로 이어진다. - 균? 독? 충? 약? 연상된다. 살충제, 첨가제, 방부제, 착색제 범벅? 깨끗할까? 불신의 늪은 그렇게도 깊구나 싶다. 
가게에서의 의심을 듣던 남편은 그냥저냥, 쉽게 살잔다. 금방 죽기야 하겠어? 짐짓 통 큰 척 한다. 없어 못 먹고, 몰라서 못 먹는 거 아니냐며, 신경 끄고 살잔다. 걱정하다 제 명을 못 살지 않겠느냔다. 조금 기다리면 4차 산업혁명으로 농업 4.0시대가 열리면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걸러질 테니 걱정 않고 먹고 살 수 있을 거란다. 곧 코앞에 와 있다는 것이다. 
그때라고 안심 먹거리만 있을라고? 그땐 그때의 문제가 있겠지… 혼자 핀잔을 해 본다.

우리 농업의 절반의 성공 

우리 먹거리가 요즘처럼 공급이 안정적이고 품질 괜찮다고 여겨지던 때도 없었다 싶다. 경험론으론 그렇다. 가난의 추억이 아직 생생한데 요즈음의 풍요는 “헐! 대박”이다. 공급 불안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국민 염려가 높지 않은 것은 완연하다. 북한이 미사일을 날려도 사재기 광풍이 일지 않는 걸 보아 국민의 유유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냥저냥 먹고 살만한 경제를 이룬 건 사실이다. 우리 농업이 꽤 성공해 생산이 많이 늘고 품목도 꽤 다양해졌으며 품질도 썩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쯤이면 우리 농업의 절반의 성공을 선언해도 빈축 살 리 없지 싶다.

하지만 농업 선진국이라 자찬하기엔 선뜻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오늘날처럼 우리가 먹거리 품질 불안에 떨어본 적도 없지 않은가? 금년 여름은 현실로 다가선 불안 때문에 모두가 짜증을 냈었다. 설마 하던 잔류 불안이 현실로 닥쳐 온 것이다. 여기저기 농업 규제의 그물망이 뚫려 있음이 확인 되었다. 
“친환경” “HACCP” “청정” “합격” 같은 표시조차도 의심받게 되었고, 농업 관리제도도 신뢰에 금 가는 소리가 들렸었다. 검사하고 원인 규명을 하는 가운데 농피아 존재가 감지되었고, 친환경 농장관리에도 구멍이 나 있음이 밝혀졌다. 건성건성 훑어보아도 우리의 농업이 전 근대성에 메어 있음을 알게 된다. 절반의 실패 부인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착안들

 일이 터지자 여러 처방을 내 놓았다. 동물복지강화라는 이상적 제언도 나왔다. 논의돼 오던 선진 축산을 더 구체화 하자는 것이다. 
사양방식의 개선도 주장되었다. 무자비한 착취농업 방식이 아니라 동물에게 알맞은 만큼의 성긴 공간을 제공하며 사육하자는 안이다.
농축산인의 윤리 함양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기업 윤리의 강조이다. 시장 현장에 작동하고 있는 가치, 법규, 규칙, 규격의 강화를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준법 농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강조는 큰 송감을 받았다.
이런 방법들은 사실은 몰라서 안하던 것은 아니다. 알면서도 이런 저런 핑계를 앞세우며 지연시켜 오던 안(案)들이다. 
오염농장, 부정 화학물질 사용, 유통과정의 오탁, 변질, 감염, 더러운 농업 등은 소비자 공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제안들을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지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읍소이다. 그러나 농업인들은 여러 가지 형편과 이해를 나열하며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 한다는 이유를 만들며 더러운 농업을 이어가려하고 있다. 

합리적 반론

여러 안이 제시되자 경제 동물적인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대며 채택하지 않을 이유를 늘어 논다. 
첫째로 농가가 영세해서 선진 농업에 투자 할 여력이 없단다. 과연 그럴까? 이미 축산이나 양계 농가들은 산업 연령으로 보아 2세대 내지 3세대에 들어선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규모의 농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어처구니없는 영세농 보다는 자본 산업이 보통이다. 조합과 협회가 있어 정보와 규정을 수집할 능력도 있다.
둘째는 동물약품에 대한 지도가 부족하다는 핑계를 듣는다. 아니다. 동물 약품을 취급하는 사람은 약사이어야 한다. 그들에겐 충분히 투약지도를 할 면허와 지식이 있다.

셋째는 시장이 발달하지 못하고 후진적이라 선진농업을 이끌지 못한다고 변명한다. 그럴 리가? 시장이 큰손에 의해 지배되고 있어 선진 마케팅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큰손과 카르텔을 깰 힘을 우리 정부는 가지고 있다.
넷째는, 우리 형편에선 법령, 규정, 규법, 규격을 지켜낼 형편이 못 된단다. 준법정신이 안 됐다며. 못 돼긴 왜? 정확하고 엄격하게 실시하면 되는 거지.

▲ 전성자 한국소비자교육원장

현대 농업은 방법도 세계적으로 공인되어 있고, 관련 법규도 유통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 세칙들이 준거규정으로 인용되기도 한다. 상품이나 사용되는 자제나 용구들도 규격화가 되어 있다. 이들 제반 준칙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으면 불합격 상품으로 낙방되고 마는 것이다. 기준을 지키는데 충실하지 못한 농업은 세계시장에서 퇴장 당하는 것이 세계질서다. 
예컨대 우리 달걀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까? 세계에 진출 못할 상품이라면 국내 소비자도 배척할 것이다. 우리 소비자 세계화도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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