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찰리 채플린, 피카소, 폴 세잔, 만 레이, 마르셀 뒤샹의 샘(변기) 등 익숙한 이미지가 인쇄된 종이를 자르고 엮어 새로운 입체적인 조형 이미지로 탄생한 작품들이 전시장에 걸린다.
재불 조형사진 작가 정재규(69)가 포장지와 사진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들고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2월 2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조형사진-일어서는 빛'전을 통해서다.
정재규 작가는 "정보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진을 나는 기계적 이미지에 또 다른 대화를 가능케 하는 지적 이미지를 결합하는 '올짜기' 기법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모든 물건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뒤샹의 개념을 재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말한 '올짜기' 기법은 사진을 자르고 엮어 입체감을 준 그 만의 독특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24년 전인 1994년 경주를 방문했을 때 보았던 머리가 없는 불상들 50여구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접하면서, 참혹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조화롭고 완전한 조형미를 갖춘 불상들을 또 다르게 볼 수 있는 한 방식 혹은 또 다른 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한국의 고건축이자 조형물인 경주 불국사의 극락전, 대웅전, 석가탑, 다보탑, 돌사자상 등 을 찍은 사진들을 자르고 재배열해 추상적이고 구성적인 화면을 만들어 냈다.
사진을 찍고 인화한 이미지들을 자르고 조합하는 행위는 화면 속 정해진 시공간의 이미지뿐만 아닌, 작가의 사적인 기억과 역사적 사건이 개입된 '시간의 올짜기'라고 할 수 있다.
정 작가는 "사진에서 벗어난 사진, 조형사진이란 새로운 장르로서 회화 미술을 지각적 언어, 즉 시각적 언어로 접해보자는 콘셉이다. 회화는 작가의 상상적인 두뇌작업에 의해 직접 캔버스에 옮기는데, 사진은 이미 익숙하게 보인 이미지를 갖고 역으로 회화가 지향한 지각적 체험을 해야 하기에 또 다른 방식의 표현 기법이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유사성 관계가 아닌, 한시적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인쇄된 것을 뒤샹의 개념으로 설정하고 재활용 개념을 적용해서 관점을 달리하면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기계적 이미지들의 극단적 이용 및 실리주의와는 대칭되는 미학적이며 지각적인 사진의 위상을 찾고, 조형사진을 통해 인간과 세계 사이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작가 정재규의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3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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