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경제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여 19일, 상의회관에서 관계전문가 초청 ‘남북관계 전망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발전에 따른 북한경제의 시장화, 대북제재 효과성에 공감하며 “열린 시각으로 북한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숭실대 이정철 교수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판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의 적극적인 자세와 남북한의 신뢰 쌓기 등에 비춰볼 때 전례 없는 기회가 찾아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대 김병연 교수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갖게 된 것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 남북이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고 말하고 “북한과의 관계는 변수와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은 만큼 제약요인들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패널들은 북한경제의 시장화와 대북제재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의견들이었다.

산은 북한경제팀장 김영희씨는 “북한경제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시장경제 요소가 늘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이 5.30담화를 통해 중앙정부의 통제가 아닌 기업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했으며 2014년 기업소법 개정으로 정부뿐만 아니라 신흥 부유층인 돈주도 북한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 북한의 대규모 주택건설 등 부동산 투자가 활발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과학자거리’ ‘여명거리’ 등 체제선전 목적인 국가투자개발이었지만 지금은 개인자본이 투입된 아파트 건설, 쇼핑센터 설립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대학원대 양문수 교수는 “북한 가계는 수입의 3분의 2이 이상을 시장역할을 하는 장마당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고 말하고 “충전식 선불카드 수준이지만 신용카드도 통용되고 있으며 부유층인 돈주를 통해 사금융이 금융기관 역할을 맡는 등 시장경제적 요소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중국의 제재 동참과 북한경제의 시장화로 대북제재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발휘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제재가 지속되면 올 하반기부터 북한 주민생활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한이 대북제재를 받으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이 핵개발로 얻는 이익을 초과했다”면서 “내부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리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정보자체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어 사실처럼 인식되는 부분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우리사회에 북한을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판단하고 감정적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북한의 변화나 실체에 대해 열린 시각으로 이해해야 북한에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300여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하여 최근의 남북관계 변화에 큰 관심과 기대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