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畵 대규모 전시,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 展 개최◆

[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뽄 그림, 서민용 그림이라 폄하되던 우리의 그림 '민화'가 100년이 지난 오늘 애호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 화조도, 19세기, 8점 중 2점, 종이에 채색, 각 66 x 34cm, 개인소장.(사진=갤러리현대)

'민화'란 민속에 얽힌 관습적인 그림이나 오랜 역사를 통해 사회의 요구에 따라 같은 주제를 되풀이해 그린 생활화를 일컫는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는 정의하고 있다.

민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서 구입되는 그림”을 민화라고 정의했다.

한국 민화의 대부로 불리는 대갈 조자용(1926∼2000)선생은 “서민·평민·상민·민중 등 사회 계층이나 신분의 구별 없이 도화서 화원은 물론 모든 한국 민족들이 그린 그림”이라 해석했다.

민화가 화랑가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2016년 갤러리현대와 예술의전당이 함께 진행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문자도(文字圖)·책거리(冊巨里)'전을 통해서였다. 이후 민화 병풍은 경매시장에서 억대 가격에 낙찰되는 등 미술시장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게 됐다.

▲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전이 열리고 있는 사간동 갤러리현대 전시장.(사진=왕진오 기자)

2년이 지난 7월 4일부터 8월 19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현대화랑, 두가헌갤러리 등 현대화랑의 모든 전시공간에 컨템포러리 작품이 아닌 조선시대 꽃그림인 화조도가 가득 채운다.

'화조도'는 19세기 후반부터 성행했던 민화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 받았던 장르로서 현실과 이상세계를 넘나드는 꽃과 새의 이미지 속에 특유의 밝고 따듯한 정서를 담아낸다.

꽃그림은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 보편성을 가진 그림으로 불린다. 특히 민화 꽃그림에는 우리의 취향, 정서, 감성, 상징 등이 녹아있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나라 조상들이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온 꽃의 이미지와 상징을 다채롭게 보여줌으로써 한국적인 꽃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밝힌다.

▲ 화조도, 19세기 말 - 20세기 초, 8첩병풍, 종이에 채색, 각 62 X 32 cm , 개인소장.(사진=갤러리현대)

민화 전시를 함께 구린 정병모 경주대학교 교수는 "민화를 세계화하려면 한국적이면서 국제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한국적인 그림만으로 세계화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책거리 전시회가 미국에서 각광을 받은 것은 책그림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꽃그림은 한국성과 국제성의 조명을 동시에 받으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장르다"라고 설명했다.

민화 꽃그림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꽃의 이미지이면서 '사랑', '행복', '부귀'의 메시지도 함께 전해주는 길상적 의미도 갖고 있다.

모란을 비롯한 아름다운 꽃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새와 동물의 화면은, 남녀의 사랑과 가정의 화목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부유하고 귀해질 것을 의미하는 모란병풍은 모든 중요한 잔치에 펼쳐졌다. 옷, 베개, 주머니까지 생활용품에 수놓아진 꽃과 새는 사랑과 축복의 장식이다.

▲ 베갯모, 19-20 세기 초, 비단에 자수, 개인소장.(사진=갤러리현대)

이번 전시에는 정성이 깃든 옛 베갯모 700여 점을 쌓은 설치미술을 포토 존으로 삼고, 우리나라 최고로 평가 받는 활옷을 비롯한 자수품을 함께 배치해 행복의 공간을 재현한다.

또한, 패턴으로 된 민화를 처음 발굴 전시하고, 패턴을 응용한 민화를 함께 선보인다. 이외에도 1980년대 체신부에서 우리 겨레의 미의식과 정감이 표현된 민중의 생활미술인 민화 우표를 발행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 국민의 생활감정을 미학적 측면에서 파악함과 동시에 민족의 문화 및 예술적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민화 9종을 선정해 제작한 민화 우표시리즈의 원화도 볼 수 있다.

▲ 화조도, 17-18세기, 8점, 종이에 채색, 각 92 x 41cm, 개인소장.(사진=갤러리현대)

전시를 준비한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민화 중에서도 화조도(花鳥圖)는 사람들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길상도(吉祥圖)였다. 민화에는 창의적인 발상, 화려하고도 기품 있는 색상 등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있어 분명히 조선시대 무명 천재화가들의 그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보 김기창 화백은 생전에 '민화에는 천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시며 심취해 그 유명한 바보산수가 탄생했다. 김종학 화백도 화조도와 자수에 매료되어 본인의 작품에 반영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 이돈아, '花鳥圖 in Space'. 1’ 53”, single channel video, dimension variable, 2018 (music by 김형석).

17~18세기에 제작된 화초영모도부터, 연화도까지 다양한 크기와 구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에는 회화작품을 기반으로 전통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 이돈아의 '화조도(花鳥圖) in Space' 작품이 설치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은 시공간의 변화에 길상(吉祥)의 의미를 담아내며 회화작품들보다 flexible하다.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전시와 상영의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을 부유하는 목단을 기하학적인 도형 요소들과 구성해 모든 사람들의 소망 실현을 기원하는 서정적인 분위기의 영상은 작곡가 김형석의 음악으로 더욱 서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으로 표현됐다.

▲ 모란도, 19세기, 8첩 병풍, 종이에 채색, 85 x 47cm, 개인소장.(사진=갤러리현대)

한편, 조선시대 민화병풍 명품 100틀 정도가 나오는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전은 갤러리현대, 현대화랑, 두가헌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또한 7월 18일부터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김세종컬렉션 '조선민화걸작전: 내일을 그리다'를 통해 민화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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