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 편의 서정적인 시를 떠올리는 그림들이 전시장에 걸린다. 작가 박도은이 잘 안어울릴 듯한 두 단어를 붙여서 새로운 고유 명사구를 만든 전시 '달빛사과-차오르다'전을 9월 1일부터 마포구 합정동 여니갤러리에서 진행한다.

▲ 박도은, '달빛사과'.(사진=여니갤러리)

김정환은 2017년말 출간된 신작 시집 "소리 책력冊曆"의 윤달 파트에서 "사물을 묘사하지 않고 사물이 바로 사물 묘사다"라는 비문(非文) 시문(詩文)을 제시한다.

박도은의 작품은 김정환식으로 말하면 사과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사과가 바로 사과 작품이다. 그는 사과를 소재로 그린 것이 아니라, 그 사과 작품이 그녀의 사과인 것이다.

여니갤러리측은 박도은의 작품, 즉, 그녀의 사과를 우리가 감상할때, 그것은 사과(Apology)가 되기도, 우리의 죄(Sin), 욕망, 호기심이기도, 때로는 독(Poison), 위험이기도 하다. 또는 소수의 정체성과 저항을, 그리고 역설적으로 부(Wealth)와 명작이기도 하다고 전한다.

하지만, 박도은 작가는 이 명확한 상징을 혼란하게 만든다. 단어 앞에 형용사 달빛을 붙여, 자신의 사과에 브랜드화 했다. 바로 달빛 사과이다.

박도은의 달빛 사과 연작들은 사과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사과 그 자체이며, 사과에 대한 사랑이다. 달빛을 반사하는 그 사과들은 영롱하고 우아하다.

▲ 박도은, '달빛사과'.(사진=여니갤러리)

수박, 가지, 오이를 그린 신사임당이 사과를 그렸다면, 박도은의 달빛 사과처럼 그렸을 것이다. 나비와 사과, 꽃이 어우러진 몇 작품은 사임당의 초충도 등의 아름다운 걸작 전통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분채와 석채, 그리고 박을 활용해, 달빛이기보다는 금빛 사과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은 작품들도 있다. 박도은의 달빛 사과 연작의 상당수는 마치 선글라스를 쓰고 보는 듯한 작품들이다.

녹색 필터 선글라스를 쓰고 보는 듯 온통 녹색 달빛이 가득 찬 작품들은 감상자로 하여금 편안한Green Apple Paradise로 인도한다. 달빛은 이 모든 빛을 분위기에 따라 연출한다.

그래서 달빛 사과는 아름다운 색의 빛으로 반사되어 나오는 작가의 사과, 우리의 사과가 되는 것이다. 전시는 9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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