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여성국극을 둘러싼 연구와 조사, 분석에 기반을 둔 예술 프로젝트를 출품한 정은영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의 2018년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수상자 정은영 작가'.(사진=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현대미술의 가능성과 비전 그리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작가들을 지원, 육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2012년에 시작된 '올해의 작가상'은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 시상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 및 담론을 이끌어내어 한국미술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의 작가상 2018' 최종 수상작가인 정은영(44)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 6점을 비롯한 영상과 아카이브, 설치 등 총 11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정은영은 1950년대 대중적 인기를 누렸지만 전통극으로도, 현대극으로도 자리 잡지 못한 채 잊힌 공연예술장르 여성국극에 대한 연구와 조사, 분석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여성배우들로만 공연되는 여성국극은, 작가에겐 성별 규범과 문화의 동시대성이 어떻게 인식되고 구성되는지를 밝히는 매우 중요한 민족지이다.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지역의 근대기에 발견되는 이 ‘여성극장’은 근대국가의 욕망 안에서 발명되고 호명된, 젠더수행의 견고한 이분법, 전통형성과 배제의 역학에 드리운 이데올로기적 관념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여성국극을 기억하거나 설명해온 기존의 역사쓰기 방식을 의도적·적극적으로 유예시키고, 그것을 둘러싼 담론과 기억의 뒷면에 머물고자 한다.

나아가 이 유예된 시간을 공간이라는 부피의 감각으로, 수행이라는 신체 움직임으로 채워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여성국극의 본질을 찾아 회복시키기보다는, 이러한 감각적 변이를 통해 여성국극이 가진 보다 변칙적이고 퀴어한 예술실천의 정치적 힘을 역설하고 있다.

여성국극단의 대표적 공연장이었던 명동예술극장(구 한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등에서 촬영한 '유예극장'과 '나는 왕이야', '가곡실격-사잇박' 등의 신작을 발표했다.

▲ '정은영, 유예극장, HD 단채널 영상, 35분 12초, 2018'.(사진=국립현대미술관)

또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의 연구와 조사를 기반으로 여성국극 원로배우들의 사진과 친필액자, 공연영상 등을 중심으로 구성한 '보류된 아카이브'를 통해 사적 자료의 나열로서의 아카이브를 지양하고, 오히려 여성국극 원로배우들과 예술관, 공연 장면, 그들의 사진으로 구성된 이미지로 구성된 창조적 아카이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대만과 일본, 한국에서 여성국극 전수자인 남은진 배우와 각국의 남성들로만 구성된 게이코러스가 함께 진행한 '변칙 판타지' 공연영상 3편을 공개했다.

올해의 작가상 2018'의 심사위원단은 오랜 기간 심화된 주제의식과 영상과 공연, 아카이브 등 흥미로운 방식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작품과 전시 모두를 효과적으로 완성해냈다는 점에서 정은영을 올해의 작가로 선정했다.

특히 심사위원장 수잔 코터(무담 룩셈부르크 관장)는 “정은영의 시도가 현대미술의 형태를 빌어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예술을 다룬다는 점 그리고 성정체성의 위치를 무대 형식의 예술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그리고 심사위원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정은영의 주제는 한국과 동아시아의 특수성에 기반하면서도 보편성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SBS문화재단은 10월 7일, SBS채널을 통해 '올해의 작가상 2018'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담은 현대미술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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