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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지배 권력에 대한 21세기판 '효수', 한효석의 '불평등의 균형'
  • 왕진오 이코노미톡뉴스 기자
  • 승인 2018.10.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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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참형(斬刑)이나 능지처참(凌遲處斬)을 한 뒤 그 머리를 장대에 매달아 그 죄를 경계시킨 형벌인 '효수(梟首)'를 연상시키는 실제 사람 모양의 조각품이 전시장 천장에 목이 메인 채 매달려 있어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설치된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와 함께한 한효석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일명 '엽기작가', '고깃덩어리' 작가로 불리는 한효석(46, 국립인천대학교 교수)이 목이 잘린 머리를 매단 작업과 교수형을 당한 사람을 매달고, 벼랑 끝에 서있는 군상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10월 11일부터 11월 18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대표 이동재)에서 진행하는 '불평등의 균형'전은 자본과 권력, 인종과 생명, 사회구조적 모순을 극사실로 표현했던 한효석의 또 다른 실험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효석 작가는 "자본의 지배 권력이 전 세계에 만연하고 있는 첨예한 문제를 나름의 방법으로 조명해봤다"며 "평택 미군기지 주변의 소작농과 파산하고 있는 보통사람들의 고통과 현실이 아름다운 세상을 누가 지옥으로 만들었을까? 또한 선택받은 소수만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을 빗대어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 한효석, '불평등의 균형(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그가 괴기스럽거나 흉측할 수 있다는 평을 듣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명확하다. 사회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힘의 존재를 아름다운 표현으로는 풀어낼 수 없다는 경험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어린 시절 어렵게 살았던 평택 미군기지 주변에서 보았고,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피부색깔로 인한 인종차별 그리고 자본의 종속되어 소모품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오늘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설치 조각은 개인적 서사와 함께 감춰진 힘이 남긴 사회 곳곳의 어긋남과 균열의 흔적을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이 시대의 초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설치된 '불평등의 균형'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한효석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세상을 바꿔가는 인간의 가치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전시장 지하 한편에 설치된 '불평등의 균형'은 양팔을 벌려 수평으로 뻗은 채 서 있는 인물로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 직지심체요절에 관한 영화인 '직지코드(2017)'의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데이비드 레드먼(David Redman)의 실제 인물을 모델로 작업한 작품이다.

인종 문제를 비롯한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를 작품으로 다루려는 작가의 의견을 적극 지지하며 흔쾌히 모델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이 작품과 동일한 모델, 유사한 포즈의 작품인 '영웅'이 최근 창원시에 브론즈 작업으로 영구 소장된 바 있다.

여기에 천장에 목이 매달린 채 움직이고 있는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는 평택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미군병사인 백인과 흑인을 모델로 이들의 신체를 캐스팅한 후, 긴 막대 끝에 밧줄로 매달아 놓았다.

백인의 신체에는 흑인 피부의 색을, 흑인의 신체에는 백인 피부의 색을 칠함으로써 피부색에 따른 인종 차별의 문제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작업이다.

▲ 한효석,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 2'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한 작가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의 나체를 캐스팅했다. 한국 사회를 넘어 글로벌 이슈를 다루기 위해 평택 미국기지에서 만난 이들에게 부탁을 했고, 이들도 흔쾌히 작업에 동참했다"며 "회화 전공자라서 입체가 어설픈데, 그리스 로마시대의 석상들의 인체를 참조하고, 후기자본주의 시대를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대인이 느끼는 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깔끔하기보다는 스크래치 난 표면도 그대로 살려봤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놓인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 2'도 눈여겨 볼 작품이다. 높은 나무 상자 위에 나체의 인물들이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이다.

한 발짝만 내디디면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져 버릴 극한의 상황에 놓인 불안한 현시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회생불가하게 도태되는 자영업자, 되돌릴 수 없는 위기의 현실 그리고 떨어지는 순간 가정파괴까지 이뤄지는 불안 불안한 현대 사회의 위기를 보여주려 했다고 전한다.

▲ 한효석, '완벽한 추상' 설치 모습.(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한편, 전시장 1층에는 한효석 작가의 작품이라고 느낄 수 없는 '완벽한 추상'시리즈의 평면 작업이 걸린다. 세상이 작가를 바라보는 고정된 인식을 숨기려는 위장을 위한 작품이다.

마치 추상적 형태를 만들어내는 행위의 소산을 극사실적 표현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추상과 구상의 모호한 경계를 캔버스에 유화로 작업한 것이다.

'완벽한 추상'은 그의 초기 작업에 나타난 얼굴의 상처 자국만을 표현한 것으로, 틀에 석고를 부어 부조의 물성을 실험하다가 완전한 평면으로 전환을 시도하게 된 것에서 시작된다. 마치 어린 아이가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린 낙서와 같이 행위 자체의 순수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왕진오 이코노미톡뉴스 기자  wang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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