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고사성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작업의 주요 모티브로 작업하던 조각가 남지형이 모든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쌓인다는 것에 착안한 작업을 들고 전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 '전시장에 설치된 서큘레이션 작품과 함께한 남지형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남 작가는 꽃이 떨어지는 순간이 허망하고, 슬프지만 또 다시 봄이 오면 다시 꽃이 피는 것처럼 인생도 순환된다는 콘셉을 1000도씨에서 녹는 쇳물을 드리핑(dripping) 기법을 활용해 생성되는 모양을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쇳물은 용광로에서 작업의 모양을 만들기 위한 틀에 떨어지는 순간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우연성으로 굳어지며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여느 조각처럼 작가의 손에 의해 깎이고 잘리는 것이 아니다.

1000도라는 고온에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시간까지 흐르고 쌓여야만 어루만질 수 있고, 작품이라는 명제를 붙여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구조다.

남지형 작가는 "어떤 형상이 나올지 모드는 상황에서 우연성도 가미된 것 같습니다. 동이라는 재료는 1000도 이상 가열해야 녹는 성질이 있죠. 저는 그 녹이는 행위에 초점을 맞췄고, 반복적으로 떨어지는 행위를 통해 쌓이는 것에 집중해보자는 의도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다른 형상으로 현실에 나타나는 것을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 남지형, 'Accumulate'. 110 × 60 × 35cm, 철, 안료도색, 우레탄 코팅, 2018.(사진=왕진오 기자)

'Accumulate(축적)'이라 이름 붙인 조각들은 유년시절 남 작가가 할머니 집에서 봤던 장독대나 동네 뒷산에 눈 내리는 모습에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이다.

또한, 사람의 반신상을 보여주는 조각과 함께 'Circulation' 설치 작업도 함께 볼 수 있다. '서큘레이션' 작업은 12월 10일부터 성북구 아트스페이스 H에서 열리는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석사학위 청구전의 타이틀인 ‘낙화(落花)’를 직접 관객들이 체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손으로 모래시계 형태의 구조물을 돌리면, 비즈나 아크릴 조각이 다양한 빛을 발산하며 반대 방향으로 떨어져 내린다. 장치를 손으로 돌리면서 쌓이고 순환되는 과정을 함께 느끼게 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여실히 반영된 작품이다.

▲ '성북동 아트스페이스H에 설치된 남지형 작가의 'Circulation'작품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남지형 작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 것 같습니다. 조각이란 장르가 쉽지 않은 분야인데도, 제 행위를 가해서 작품을 만들 수 있고 복제를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조각이란 것을 알게 되어 더욱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생활 이후에도 평생 조각가로서 세상에 행복을 전해지는 작품을 만드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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