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교보생명이 창립 60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결의해 최근 불거진 재무적투자자(FI)의 반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한 자본금 확충 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들의 고질적인 만성적 저평가 등을 고려할 때 FI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나와 IPO 성사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11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IPO 추진을 결의했다. 오는 2019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IPO가 성공할 경우 생명보험업계 빅3중 마지막 상장사이며 생보업계 6번째 상장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교보생명이 2015년 IPO를 하겠다는 약속을 차일피일 미뤄오다 최근 FI가 풋옵션 행사로 반발하자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 FI 반발에 IPO 울며 겨자먹기

교보생명은 대주주인 신창재 화장이 직접 경영을 도맡아온 보험업계 유일한 오너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자신의 경영에 간섭받는 것을 유독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엔 교보생명은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IPO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쳐 왔다.

하지만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봉생명 지분 24.0%가 변수가 됐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포스코대우가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를 FI가 사들였다.

이들은 2015년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이자를 붙여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계약에 넣었다.

하지만 기업공개를 하겠다는 약속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FI들은 최근 신 회장을 상대로 폿옵션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교보생명은 이번 IPO 결의로 FI가 잠잠해 지기만을 바라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교봉생명이 IPO를 결의한 만큼 진행과정이 가시화되면 FI들의 반발도 잦아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기도 있다.

물론 교보생명 IPO는 단순히 FI 달래기 용은 아니다. 새롭게 바뀌는 규정들로 인해 실제 자본금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교보생명은 지난 9월 총자산 107조 원을 넘겼고 보유계약자만 430만 명, 보유계약은 305조 원이 달한다. 자기자본도 9조9000억 원이고 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 9월 기준 292%(금융당국 권고치 150%)로 건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도입하게 될 IFRS17과 K-ICS를 적용할 경우 자산과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를 해야 해 교보생명은 최소 2조 원에서 최대 5조 원까지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 측은 상장규모를 K-ICS가 확정 된 이후에야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IPO에도 갈등은 여전…장기전 돌입하나

교보생명이 서둘러 대책을 내놨지만 신 회장과 FI의 갈등을 쉽사리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투자업계에서는 IPO만으로는 FI를 달래기에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신 회장 역시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여 양측의 갈등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양측은 법무법인까지 고용해 사태 대비에 나섰다.

더욱이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FI중 하나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은 교보생명의 상장 결정에 상관업시 풋옵션을 철회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풋옵션은 신 회장 개인에게 행사하는 것이라 회사가 IPO를 결정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논리다.

이에 FI 측은 12월 말까지 신 회장이 FI지분을 되사주지 않는다면 곧바로 소송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 회장도 현실적으로 보름여 만에 2조 원을 모으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신 회장도 FI 풋옵션에 대비해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관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 33.78%를 ‘담보’로 잡고 양측이 재계약 하는 방안 등이 현실적이라는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IPO까지 과제도 산적…달래기 용으로도 역부족

이런 상황에서 IPO도 과제가 산적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FI들은 풋옵션 행사를 통해 받아야할 투자원리금을 확정한 상태다. 여기에 IFRS17과 K-ICS를 대비해 확충해야 할 자금규모 더해 교보생명은 IPO 규모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보험사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어 공모가 산정작업 조차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의 비교대상으로 꼽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공모가는 각각 11만 원, 8200원 이였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각각 8만3700원(12일 종가), 4255원(12일 종가)으로 공모가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여기에 어피너티가 처음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했을 때 주당 가격은 24만5000원, 또 지난해 FI사이의 지분거래 때는 29만5000원으로 올라갔다. 결국 어피니티가 상장을 통해 수익을 내려면 공모가가 적어도 주당 30만 원 이상을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시장에 상장된 생보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ER)은 1위인 삼성생명이 0.53배, 2위인 한화생명이 0.32배 등이다.

자본총계(연결기준)가 9조9738억 원인 교보생명이 생명생명만큼 후한 평가를 받아도 공모가는 25만7900원 정도, 한화생명 수준으로 평가를 받게 되면 주당 15만5000원 대로 내려간다. 여기에 보험계약 가치를 더한 내재가치(EV) 평가를 받으면 할인은 불가피하다.

결국 IPO를 통해 FI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여 풋옵션이 수익 실현에 유리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또 신주발행을 놓고서도 양측은 입장이 엇갈린다. 신 회장은 많을수록 자본을 늘리기 수월하고, FI는 없거나 적을수록 지분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상장된 생보사들이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아 교보생명의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어 상장 때까지 FI들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교보생명은 지난 8월 크레디트스위스(CS), NH투자증권 두곳을 주관사로 선정해 IPO준비를 본격화했다. 또 이번 IPO 실행 결의로 규모가 큰 만큼 추가로 주간사 2~3을 선정해 컨소시엄을 꾸릴 예정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