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호]

“쓰고 남은 캔도 경제다”

재활용률 세계 4위

금속캔재활용협, 재활용률 높여

회수· 처리업계 相生시스템 구축

나폴레옹의 고민에서 시작된 캔

요즘 널리 일반화된 캔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캔의 역사는 200여년전 나폴레옹의 고민으로부터 시작됐다.

1795년 나폴레옹은 전투중 식량이 쉽게 부패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투식량 장기보존연구위원회를 만들어 프랑스 전역에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그로부터 14년 뒤 파리의 아페르(Nicholas Appert)가 음식물을 담은 유리용기를 중탕하는 방법을 10년 연구 끝에 고안해냈다.

원정전투에서 유리병통조림은 쉽게 깨지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실용화되지 못하나 캔이 발명되는데 크게 기여한다.

점심때마다 병조림요리를 애용하던 영국인 피터 듀란드(Peter Durand)가 추운 겨울날 차가워진 병조림음식을 작은 깡통에 담아 데워먹다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듀란드는 1810년 철판을 잘라 땜질해 만든 관(Can)을 특허내고 ‘Tin Canister’라고 불렀다. 이것이 오늘날 철캔, 알루미늄캔으로 발전했다.

재활용협회.jpg

<▲ 한국금속캔 재활용협회가 자체 제작한 저금통을 견학 유치원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협회측은 유아때부터 재활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캔 재활용률 60%선 넘어

작년 한해 한국인이 사용한 캔은 총 53억여개에 달했다.

그런데 다 쓰고 버려진 캔들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53억여개 캔 중 60%가 사단법인 한국금속캔재활용협회(회장 김용운)에 의해 재활용되고 있다.

한국금속캔재활용협회는 지난 94년 오염원인자부담원칙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따라 식음료제조업체와 제관업체, 금속캔소재업체들이 주축이 돼 만든 산자부, 환경부산하의 비영리단체다.

설립당해 재활용률이 13%대에 불과하던 것이 98년에는 68.3%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98년 현재 국가별 재활용률 현황을 보면 일본이 82.3%로 1위이고 2위 독일(81%), 3위 네덜란드(70%), 4위가 한국(68.3%)이다.

한국은 전년에 비해 20%가 증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것이 재활용협회관계자의 설명이다.

IMF때 주춤했던 발생량이 다시 증가해 최근에는 재활용협회의 재활용률(재활용량/발생량×100)이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재활용률이 98년수치보다 8%가량 떨어진 것은 재활용량에 비해 발생량이 급격히 회복된 결과다.

연 재활용효과 7백70여억

금속캔은 철캔, 알루미늄캔 등을 말한다.

사용한 캔들은 선별작업을 거쳐 압축되는데 철캔은 제철 제강회사로 팔려가 철근 등으로 다시 태어난다.

철보다 고가에 팔리는 알루미늄캔은 재생업체의 원료로 사용된다.

재활용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속캔의 재활용 경제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철캔을 재활용했을 경우 협회의 98년자료에 따르면 톤당 13만5천원의 고철대체효과를 볼 수 있고 알루미늄캔은 95만원을 아낄 수 있다.

에너지는 재활용 철캔을 사용하면 철광석원료를 사용할 때보다 톤당 20만4천원이 절약되고 알루미늄캔은 보크사이트보다 톤당 3백90만3천원이 절약된다. 또 폐캔들을 매립했을 때보다 톤당 2만원이 절감된다.

결국 폐캔을 재활용하면 고철수입 대체효과 에너지·매립비용 절감 효과면에서 철캔은 톤당 35만4천여원, 알루미늄캔은 4백87만3원을 절약하게 되는 셈이다. 98년 한해만 철과 알루미늄 재활용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총 7백75억여원으로 나타났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환경오염 감소효과도 뛰어나다.

금속캔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이 배출된다.

금속캔 1톤을 재활용하면 이산화탄소 82%, 질소산화물 79.6%, 황산화물 88.9%, 고형폐기물 92.4%의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

대·중소기업 82개사 적극 참여

98년 한해 국내 1일인당 캔소비량은 약 95개로 나타났다. 요즘은 IMF이전 소비량인 1백30여개로 다시 회복됐다. 캔소비량이 국민소득수준과 비례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캔의 재질별 증감량은 맥주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알루미늄캔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고 철캔은 캔몸체를 얇게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탄산음료용기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매년 캔 소비량이 10?20% 증가할 것으로 재활용협회측은 예상하고 있다.

재활용협회는 식음료제조회사와 제관회사, 금속캔소재회사 등 식음료 생산자들 중심으로 모인 단체다. 생산자가 곧 회원인 것이다.

포스코, 롯데칠성음료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82개 회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정부는 지난 92년부터 자원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업체들에게 예치금을 걷고 사후 재활용한 금액만큼 찾아가도록 했다.

그런데 재활용을 하지 않고 정부에 낸 예치금을 찾아가지 않는 업체가 늘자 정부는 매해 조금씩 예치금액수를 인상해나갔다. 예치금의 증가는 고스란히 생산단가의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예치금인상에 부담이 된 업체들이 환경을 살리고 예치금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여보자는 의도로 의기투합한 것이 재활용협회다.

초기에는 포스코, 롯데칠성, 한일제관이 주축이 됐으나 나중에는 중소기업체들까지 속속 가입, 현재 캔관련업체의 80%가 회원으로 있다.

회원사, 재활용으로 32억원 절감

캔의 재활용과정은 이렇다.

금속캔 재활용 전용설비를 갖춘 협회직영업체와 전국 31개의 회수·처리업체들이 각지에서 금속캔을 수거하면 재활용협회가 회원업체들이 낸 돈으로 그들을 대신해 수거된 캔들을 전량 사들인다.

회수·처리업체는 폐캔들을 재활용기기에 넣고 재질별로 분리, 압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철과 알루미늄덩어리는 제철소와 재생업체로 바로 운송된다.

재활용협회가 직영하는 안양업영소에서만 한 달에 5백톤의 고철과 재활용 알루미늄이 생산된다. 평균 1톤당 15만원, 매월 7천5백만원을 버는 셈이다.

재활용협회는 회원사로부터 현행 예치금의 70?80%수준만 걷는다.

회원사들은 정부에 예치금을 낼 때보다 20?3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5월 재활용협회가 환경부와 체결한 ‘폐금속캔 생산자책임 재활용 자발적 협약’에 따른 것으로 협약을 통해 금속캔의 높은 재활용률과 금속캔이 친환경적 소재임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회원사들은 재활용협회에 가입하므로써 총 32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한 식음료제조사는 8억원의 비용절감효과를 봤다.

회원사들이 재활용협회에 내는 돈의 일부는 회수·처리업체에 기계설비를 지원하는 등 장려비로 쓰이고 나머지는 재활용에 관한 교육·홍보사업에 쓰인다.

재활용협회측은 “기업이 재활용의무는 의무대로 이행하면서 비용을 절약하고 환경도 살려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마시는 탄산음료캔 용기는 철과 알루미늄의 혼합품이다.

몸체는 철이고 뚜껑부분이 알루미늄이다.

최근 협회는 음료캔에서 철과 알루미늄을 분리해 압축하는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 각 회수·처리업체에 보급했다.

알루미늄은 캔 전체중량의 8%밖에 되지 않지만 가격은 철의 10배에 달해 철과 알루미늄을 분리, 압축하는 것이 훨씬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협회가 이 분리, 압축 기술을 개발하는데만 1년이 걸렸고 2억5천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었다.

세계최고 재활용시스템 자부

협회의 재활용시스템은 선진국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독일은 업체가 폐캔을 회수, 처리하고 난 뒤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재활용협회는 회수·처리업체가 수거한 양만큼의 돈을 바로 지급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재활용이 촉진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재활용협회가 설립 7년만에 급속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도 회원사, 협회, 회수·처리업체가 상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결과다.

협회측에서 비싼 임대료와 재활용설비 비용을 감수하고 안양업업소를 지을 때만해도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일종의 모험이었다.

“재활용협회 시스템이 지구상에 있는 재활용시스템중 가장 우월할 것”이라는 협회관계자의 자부심도 괜한 과장이 아니다. 대부분의 관련업체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과 추진력도 큰 편이다.

재활용협회는 철저한 경영마인드 아래 운영된다. 생산성과 효율성면에서 협회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협회에는 2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수익률만으로 봤을 때 1인당 생산성이 10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교육용 리사이클링 플라자 설립 꿈

전국적인 캔재활용 인프라는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로 협회측은 보고 있다. 재활용률도 일본, 독일수준은 아니지만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최근 개별적으로 고물상들과 거래하는 일부 회사때문에 폐캔 회수 처리비용이 동반 상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다 쓴 캔속에 담배꽁초나 오물을 넣는 바람에 재활용처리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캔을 물로 행군 뒤 버리기도 하는 일본인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재활용협회는 무엇보다 재활용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리사이클링 플라자(recycling plaza) 설립을 장기적인 비전으로 삼고 있다.

재활용에 관한 모든 것을 전시해 누구나 와서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재활용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배지 않고는 실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협회측은 꾸준한 교육와 홍보활동을 통해 금속캔뿐만 아니라 유리병, 페트병, 폐지 등 전품목에 걸쳐 재활용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宋今姬)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