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둥지 석파정 서울미술관, 개관 7주년 맞아 부암동 명물로 발전시킬 것◆

[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우리 미술관은 돈 많은 마나님들의 놀이터가 아닌 젊은이들이 오고 만지고 소통하는 감성이 있는 미술관을 만들겠다."

▲ '지난 1월 22일 서울미술관 신관 M2에서 열린 설명회에 함께한 안병광 회장이 미술관 운영 계획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지난 2010년 서울옥션의 제117회 경매에서 당시 최고가인 35억 6,000만 원에 이중섭의 '황소'를 낙찰 받아 화제의 인물이 됐던 유니온약품 안병광 회장이 2012년 서울미술관을 세우고 세상에 던진 화두다.

컬렉터로서 서울에서 가장 훌륭한 미술관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 달려온 지 7년의 시간이 지난 1월 서울미술관 석파정 옆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서울미술관 신관 M2를 완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깃발을 내걸었다.

안병광 회장은 "신관은 미술관을 처음 지었던 7년 전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는 감정으로 시작했다"며 "젊은 작가들이 자기의 꿈과 끼를 키우는 감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서울미술관이 위치한 석파정은 조선말기 흥선대원군의 별장이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인 석파정 문화재 복원사업을 2010년부터 시작한 서울미술관은 현재까지 문화재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연구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 '서울미술관 신관 M2 개관전으로 열리고 있는 '거인'전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안 회장은 "인왕산이 돌이 많은 터라 지하를 파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청와대 인근에 위치해서 대통령의 외부 일정 3시간 전에는 공사가 중단됐고, 공사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도 하루 30분 작업에 필요한 수량만 제공을 받아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조선시대 정치권력의 아픔이 서린 이곳이지만, 굴욕의 땅에 미술관을 지어놓으니 권력과 권한을 잊어버리고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미술관 설립자의 의지를 반영하듯 신관 M2 개관 기념전으로 꾸려진 전시는 서울미술관이 소장한 최고의 작품들이 대거 출동했다.

"그림이 좋아야 하고, 작가의 인격과 인성을 산다고 생각했어요. 과연 재산 가치가 있느냐가 작품 구입의 조건이었죠."

곽인식, 정상화, 서세옥, 이우환, 김환기, 김창열, 박서보, 권영배 등 대가의 대형 작품을 '거인(去人)'으로 명명했다.

"묵묵히 꿈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의 뜻을 담고 있으며, 전통과 현대, 미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문화예술 환경인 서울미술관을 착실하고 굳건한 걸음으로 지켜내고자 하는 안병광 회장의 의지가 오롯이 담겨있다.

▲ '서울미술관 신관 M2 개관전 '거인'에 공개된 김환기의 10만 개의 점'.(사진=왕진오 기자)

특히, 한국적인 미의 정수를 서정적인 추상으로 화면에 응축시켜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최고 걸작 '십만 개의 점 04-VI-73 #316'(1973)이 서울미술관 설립 이래 최초로 공개된다.

또한 이들 작품과 함께 이천도예명장 권영배의 달항아리 작품이 명작과 어우러져 우리 미술의 우수한 정신성과 기품 있는 멋을 그려낸 대가들의 예술세계를 느끼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서울미술관 신관 M2의 개관을 알리는 두 번째 기획전시 '다색조선: 폴 자쿨레(Paul Jacoulet)'전도 함께 볼 수 있다.

'아시아를 그린 서양화가'로 알려진 폴 자쿨레의 작업 세계를 한국을 주제로 한 대표작 20여점을 통해 깊이 있게 살펴보는 자리이다.

폴 자쿨레(1896~1960)는 프랑스 태생의 서양화가로 아시아에서 평생을 보내며 아시아인들의 문화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이를 화폭에 담아냈다.

▲ '서울미술관 신관 M2 개관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색조선:폴 자쿨레' 전 전시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유럽적 감수성의 조화와 균형 속에서 동양의 전통기법으로 다색판화를 제작했으며, 그중 그가 그려낸 한국의 모습은 조선 후기 시대적 배경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미학적 실현을 보인다. '거인'과 '다색조선: 폴 자쿨레'는 2월 10일까지 볼 수 있다.

한편, 서울미술관은 2019년 전시의 기조를 '생활의 발견'을 세웠다. 개관 7주년을 맞이해 설립이념인 '일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다'를 기반으로 회화, 사진, 영상, 일러스트 등 현대미술 전 장르를 통해 일상 속 예술의 순간들을 조명한다.

이를 위해 상반기에는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 속 예술의 순간들을 발견하고 그 가치와 영향력을 경험하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 '서울미술관 신관 M2 개관전 '거인'에 공개된 곽인식 작가의 작품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하반기에는 '보통의 거짓말'전을 통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거짓말, 타인과 관계를 위해 던지는 착한 거짓말 등 소소한 거짓말부터 대중매체, 정치 등 사회가 던지는 거짓말까지 일상 속 거짓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석파정을 단순한 관람 공간 이상으로서, 자연과 역사를 즐기며 남녀노소 모두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꾸리기 위해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 '왕이 걷는 아침', '사계절 콘서트' 등을 통해 왕이 사랑한 정원인 석파정이 한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정원으로서의 멋을 느끼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