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특별보로금ㆍ회망퇴직금에 4분기 쇼크…신한금융 반사이익 '톡톡'
-조 회장, 라응찬ㆍ한동우 라인 이탈…독자노선으로 차기 회장 자리 직행하나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2017년 리딩금융그룹의 자리를 KB금융그룹에 내준 신한금융그룹이 1년 만에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되찾아왔다. 올해 오렌지라이프의 실적까지 더해지면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한금융을 이끌고 있는 조용병 회장 역시 경영능력을 인정 받으며 차기 회장 선거에도 청신호를 켤 것으로 전망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12일 실적공시를 통해 지난해 3조1567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지난해 3조689억 원을 벌어들인 KB금융을 누르고 다시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되찾아오게 됐다.

양사의 명암을 바꾼 건 4분기 실적이다. 일회성 요인 영향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 신한금융은 4분기 당기순이익 5133억 원을 기록한 반면 KB금융은 2100억 원에 그쳤다.

KB금융의 부진에는 지난해 4분기 특별보로금 1850억 원(세전), 희망퇴직금 2860억 원 지출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희망퇴직금 비용은 희망퇴직 대상자가 전년도 407명에서 615명으로 확대됐고 이들에게 39개월 치 급여를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전년보다 무려 1300억 원 이상 늘었다.

다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지난해 KB금융은 3조4140억 원의 실적을 올리며 순익 1위 자리를 지켰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4분기 실적에 명암 엇갈려…조 회장 '활짝'

이처럼 신한금융이 1위 탈환을 달성하면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그룹 내 영향력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당시 1위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지만 그의 경영 신념인 (원 신한(One Shinhan) 전략이 빛을 발하면서 자신의 경영 성과를 인정받게 됐다.

실제 지난해 그룹사 IB(투자금융) 부문이 결집한 GIB(그룹&글로벌 IB) 사업부문은 영업이익이 47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1%(1761억 원) 증가하며 계열사급 수익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해 말 조 회장은 자경위(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해 자회사 CEO의 대폭 물갈이에 성공하며 연임에 대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아직 신한 내부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라응찬·한동우 라인을 대거 물갈이 하면서 사실상 선전포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조 회장 역시 라응찬·한동우 라인으로 평가됐으나 지난해 말부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는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차기 회장 선거의 막강한 후보였던 위성호 신한은행장 연임에 제동을 걸었고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를 비롯해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등 계열사 11곳 중 7곳의 최고경영자를 교체했다.

다만 위 행장은 인사발표 직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반발움직임이 나오자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전 임직원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퇴임하는 CEO도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놔 위 행장의 반발을 무마하기도 했다.

아직 차기 회장 선거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조 회장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는 후보들과 여전히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인적 쇄신을 비롯해 경영성과라는 굵직한 승기를 잡으며 조 회장의 체제는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게 되면서 차기 회장 선거에서도 승기를 잡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조 회장에게는 현재 진행중인 채용비리 관련 재판이 옥의 티로 남아 있다. 

오렌지라이프 시너지 1위 수성 '열쇠'

신한금융이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으며 조 회장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두 금융그룹의 진정한 박빙 승부는 올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해 양 금융그룹의 격차가 지난해 기준 878억 원에 불과해 크지 않다는 점이 조 회장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에게는 숙제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은 올해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확정됨에 따라 지분율에 따른 격차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 실적이 반영되면 연간 1700억 원~2000억 원의 경상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융당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 아시아신탁까지 마무리될 경우 격차는 더욱 벌릴 수 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신한금융은 지난 11일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내 대표 핀테크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손잡고 컨소시엄을 꾸리기로 했다.

토스는 이미 모바일에 익숙한 1000만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신한금융의 주복한 젊은 고객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제공=KB금융지주>

이에 대해 KB금융도 보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먼저 KB금융이 올해 아쉽게 1위를 내줬지만 실적 면에서는 신한을 앞서고 있었다는 점에서 올해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12일 롯데캐피탈 인수전에 나서면서 다시 한 번 몸집불리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KB금융은 이미 손보·증권사 인수를 통해 단숨에 1위를 차지한 경험이 있어 롯데캐피탈까지 인수한다면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캐피탈은 KB금융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평가다.

KB 얼떨결에 내준 1위…M&A에서 답찾나

롯데캐피탈은 ‘개인금융 강자’라는 타이틀 만큼이나 자동차금융에 집중된 KB캐피탈의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만 예비입찰에서 MBK파트너스 등 자본력을 과시하는 사모투자펀드(PEF)와 맞붙었다는 점에서 가격이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이 사모펀드와 경쟁을 펼치게 돼 가격부담을 떠안게 됐다”면서 “당초 신한금융도 입찰에 응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급등하는 가격에 불참을 선언할 정도여서 사모펀드들의 자본력을 감당해 낼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이 외에도 그룹 내 자본력은 충분하다며 “생명보험, 상품메뉴 팩쳐링, 웰스매니지먼트에 강점이 있는 증권, 고객 세그먼트에 강정이 카드 등을 타깃을 두고 있다”고 밝혀 향후 추가 M&A를 통해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한금융의 1위 탈환은 얼떨결에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KB금융 임단협이 늦어지면서 후반영 돼 4분기 실적에서 명암이 바뀌었지만 3분기까지는 KB금융이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신한금융이 자력으로 1위를 탈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이번 1위 탈환으로 경영성과를 인정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또 “윤 회장 입장에서도 굳이 충당금을 한꺼번에 적립하고 퇴직금까지 결산서를 끊은 것으로 미뤄볼 때 윤 회장은 1등에 연연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며 “양 측의 대결은 올해를 지켜봐야 한다.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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