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 측 손해배상 중재 신청 카드에 대해 계약 무효로 맞서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적정가격을 논의하기 위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 가능성도 남겨둔 상태여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제3 투자자를 찾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FI를 대표하는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의 박영택 회장을 만나 풋옵션 적정가격을 논의했다. 또 FI지분을 매입할 제3 투자자를 찾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FI들은 이달 말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하려 했던 교보생명 풋옵션 중재 소송을 한 달 가량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2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해 IMM프라이빅에쿼티(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은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지분 29.34%를 인수했다. 하지만 교보생명 IPO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지난해 11월 상장 지연으로 손실이 났다며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000원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지난해 12월 정기이사회를 열고 상장 추진을 결의해 FI 달래기에 나섰다. 또 올해 1월 초 미래에셋대우,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등 3곳을 주관사로 추가 선정했고 지난해 8월에는 크레디트스위스와 NH투자증권를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FI는 IPO와 상관없이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전해 갈등이 끝내 봉합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보험업계 업황 및 공모주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상장을 통한 차익보다 풋욥션 행사가 실익이 더 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FI 중재 카드내놨지만 실익은 '물음표'

문제 이들이 제시한 풋옵션이 과도하다는 게 신 회장 측 입장이다. FI는 주당 40만9000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FI측이 비교적 업황이 좋았던 2017년을 기준으로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한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생명보험사 기업가치를 보여주는 삼성생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6배로 2017년 0.8배보다 떨어졌다. 교보생명 PBR 역시 2년 전 0.8배에서 최근 0.5배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도 교보생명 가치를 주당 20만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PBR은 주가가 순자산의 몇배로 거래되는 지 나타내는 지수를 말한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중재를 받더라도 FI 측 주장대로 40만9000원으로 결정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FI 측도 마찬가지. 중재 결과가 꼭 FI 측에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면서 양측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 회장은 풋옵션을 명기한 주주간 계약(SHA) 자체가 불공정계약인 만큼 무효라는 주장을 내놓은 상황에서 법적 소송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배수의 진을 쳤다.

다만 어떤 해법이 동원되더라도 신 회장의 경영권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신 회장과 FI 측의 갈등이 지속되면 교보생명의 IPO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주주간 분쟁은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에서 결격사유다.

매각 시나리오까지 등장…경영권도 ‘미궁’

신 회장이 FI들과 풋옵션 적정가격에 합의하더라도 난관은 남아 있다.

신규 투자자 역시 이런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나 강화된 조건을 제시할 공산이 크다. 또 IPO후 FI 측 지분을 처분하고 부족한 차액을 보전을 주는 방식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지만 과도한 차액이 발생한다면 지분 일부를 정리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신 회장 측이 FI들의 투자 원리금 일부를 우선 상환하는 방안 등도 제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상황은 더욱 미궁에 빠진다. FI 측은 중재를 받은 후 신 회장의 지분 일부를 넘겨받고 풋옵션이 없는 다른 FI를 설득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금융지주 등에 통으로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 회장 측이 FI를 달래기 위해 교보증권 매각 카드를 다시금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놔 향후 양측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보생명은 이번 분쟁과 상관없이 IPO를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교보생명 측은 오는 4월에서 5월 사이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6~7월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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