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확장하는 우리금융, 부동산신탁 인수 '적극적' vs 진출 실패 NH농협금융도 '군침'
-증권사들, 신규 진출 독식 미래 성장동력 강조…중소 신탁사들 위주 사업 재편가능성 높아져

▲ <사진=연합뉴스 / 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금융당국이 10년 만에 부동산신탁 시장의 빗장을 풀면서 금융권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최근 금융지주들이 비은행권 포트폴리요 강화를 위해 부동산신탁사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적극적으로 국재자산신탁과 협상을 벌이고 있고 지난해 신한금융지주가 아세안신탁 지분 60%를 인수하는 등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제자산신탁에 대해 최근 NH농협금융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사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신탁사 중 매물로 나온 것은 국제자산신탁이 유일해 관련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금융지주들의 러브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생보부동산신탁과 국제자산신탁이 매물로 나왔지만 생보부동산신탁의 경우 지분 50%를 들고 있는 교보생명이 경영권 문제를 비롯해 기업공개 등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나머지 절반을 들고 있는 삼성생명의 매각 찬성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매각은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따라 국재자산신탁은 우리금융을 비롯해 NH농협금융까지 관심을 나타내면서 몸 값 올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초에 국제자산산탁은 지난해 신한금융이 아시아신탁을 인수할 때 적용한 순자산비율(PBR)로 지분가치를 계산해 손태승 회장에게 지분 50%+1주의 가격으로 1100억 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손 회장 역시 긍정적인 사인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자산신탁 감자 추진 매각위한 사전작업

이런 가운데 국제자산신탁은 자사주 전량을 자본감소(감자) 하는 방안을 내놔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제자산신탁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감자에 나서게 됐다며 지난 1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보유 중인 자사주 73만8000주(24.13%)를 감자하기로 결정했다. 감자기준일은 오는 9월이다.

그간 자사주는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보완하는 장치였다. 유재운 회장의 지분율은 2010년 유상증자로 인해 29.9%로 하락, 2013년 말 기준 성우에프앤아이(9.87%, 우리은행(6.54%), 대구은행(6.54%), 한국투자증권(6.54%) 등 기타 주주들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5%에 달하는 자사주 덕에 유 회장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유 회장은 2014년부터 직접 지분을 매입했고 그의 자녀인 유재영 상무도 2016년 기준 지분 10%를 매집해 주주로 등장하면서 후계 구도를 완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유 회장은 55.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유 상무도 10%를 갖고 있다.

오는 9월 감자가 이뤄지면 오너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유 회장은 지분 73.5%를 보유하게 되고 유 상무는 13.2%, 우리은행도 8.6%로 증가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감자를 통해 직접적인 지배력 강화보다는 경영권 매각과 연관 지어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당초 손 회장은 50%+1주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맡기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이에 유 회장 측과 함께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유 회장은 우리금융에 과반 확보를 위해 필요한 지분 41.4%를 매각하더라도 잔여 지분율이 32.1% 남아 있게 된다. 여기에 유 상무의 지분 13.2%를 합치면 45.3%에 육박해 우리금융과는 불과 5%포인트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에 유 회장은 2대주주로서 경영에 상당한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어 우리금융과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 경영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금융은 감자로 기존 지분율이 상승하는 만큼 50%+1주를 확보하는 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변수로 떠오른 NH농협금융 "관심없다" 답변만

다만 NH농협금융이 신규 부동산신탁사 진출에 실패하면서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자산신탁과 얘기가 오가는 건 맞지만 감자가 매각과 관련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주주친화정책이라고만 알려져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감자가 실행될 경우 지분율이 올라가게 돼 향후 인수와 관련돼 긍정적인 영향은 미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국제자산신탁에 관심을 보인다는 건 사실무근”이라며 “신규 진출 실패한 이후 우선 내부적으로 사업을 건실하게 꾸리기로 했다. 생명보험을 비롯해 손해보험 등 미진한 사업부분에 대해 새롭게 재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인수·합병(M&A)에 관심을 두기보다 기존 사업 재정비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여러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신탁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 시장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신탁 신규 진출을 추진하는 만큼 향후 정책적인 지원도 지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또 “신규 진출이 확대돼는 등 업체가 늘어나 과당경쟁 우려도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부동산신탁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부동산 경기 악화 우려도 사실상 큰 영향력은 없다. 단순 주택시장에 국한되지 않는 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신탁업계 영업수익은 무난히 1조 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개 부동산신탁사 총 영업수익은 1조2177억8155만여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1조302억여 원 대비 약 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탄탄한 수익률로 성장세를 이끌어 가고 있다.

시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 건실한 수익율에 '군침'

한편 증권업계가 최근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출을 독식하는 등 관련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부동산신탁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신영자산신탁(가칭), 한투부동산신탁(가칭), 대신자산신탁(가칭) 등 세 곳에 대해 부동산 신탁업 예비인가를 확정했다.

신영자산신탁은 부동산 개발·분양·임대 등 전 과정에 종합재산관리 플랫폼을 연계하겠다고 밝혔고 한투부동산신탁은 ICT를 결합한 혁신적인 부동산신탁 서비스를, 대신자산신탁은 도심공원 조성, 창업클러스트 같은 공공성과 확장성을 내세웠다.

이들은 또 심사과정에서 핀테크, 리츠, 펀드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해 부동산신탁 사장의 저변을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증권사 및 금융 업계가 속속 시장에 진입하면서 그간 중소형사들이 주도해온 부동산신탁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간 관리형 신탁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했던 차입형 신탁이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 차입형은 재개발·재건축 주민들을 대신해 조합 역할을 맡아 자금 조달부터 준공 후 분양까지 모두 맡는 사업 방식이다.

물론 신규 인가를 받은 업체들은 2년간 차입형 신탁을 할 수 없고 최근 주택 시장도 불황인 만큼 시장 활성화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증권사들은 국내 부동산 시장을 벗어나 해외 개발 사업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 증권업계 관련자는 “이제 예비인가를 받아 본인가를 준비하는 상황”이라며 “일각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 과당 경쟁 등이 거론되지만 충분한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진출한 것으로 보면 된다. 증권업계 수익확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