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살아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김연규가 기억 속에 맴돌고 있는 식물의 형상을 화면에 표현한 작업을 들고 전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41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김연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41(대표 심재학)에서 4월 17일부터 '기억의 잔상(Afterimage of memory)'란 타이틀의 초대전을 갖는 작가는 자연의 이미지를 구체적이지 않지만 직관을 통해 형상화 시킨 최신작품을 선보인다.

김연규 작가는 "식물에 가진 이미지들과 내 심성,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순환, 소멸, 생성의 순환을 거치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됐다"며 "자연 속에서 씨앗, 잎, 선의 모습이 번지며 여러 가지로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느꼈던 일련의 감정들을 보여주려 특정한 식물이 아니라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잔상을 현실 공간으로 끄집어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어디선가 봤을 것 같은 익숙한 식물의 이미지들이다. 화려한 색채를 줄이고 모노톤의 채색으로 깊이 감을 더욱 강조한 모양새다.

김연규, 'Botanical Subject-1941'. 162 x 130cm, Acrylic on canvas, 2019.(사진=갤러리41)

우윳빛 바탕에 도드라진 잎사귀 모양의 식물은 작가의 심성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림자와 같은 형태로 남아있는 궤적의 발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김 작가는 "과거에는 물감을 묻히고 화면을 완성하게 됐는데, 최근 작업에는 컬러를 쓰고 이미지를 변형시키기 보다는 자연스런 드로잉으로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작품에 존재하는 공간은 특정하기 보다는 생명 탄생 이전의 신비의 장소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들이다.

김연규, 'Botanical Subject-18119'. 53 x 45.3cm, Acrylic on canvas, 2018.(사진=갤러리41)

익숙한 듯 낯설게 시선에 들어오는 작품을 통해 작가는 현실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출발점을 일깨우려 하고 있다.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손이자, 붓인 것 같다. 단순화시켜 그려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작가의 숙명인 것 같다."

자연 현상을 통해 드러나는 색과 이미지들은 더욱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시적이며, 퇴적된 기억과 투영된 아련한 잔상들이 침상(沈狀)으로 남아 있기를 기원하며, 화면에 안착이 된다.

김 작가는 "혼자 넋두리는 하듯, 그냥 대화의 도구가 그림인 것 같다. 살아가면서 가장 즐거운 것이 그림이고, 그 시간이 가장 지루하지 않았다"며 "겸허하게 스스로를 다스리는 과정으로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 스스로를 반추해서 나타내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자연의 이미지들을 가장 큰 모티브로 삼는 작가의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8년 일본 동경에서의 개인전 이후 변화된 과정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새로운 작품의 가늠을 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자유로운 이미지와 단순한 표현을 통해 기억의 직관과 감성이 녹아내린 작품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시간도 제공할 것이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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