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주세법 개정이 연기되면서 일각에서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주세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행 주세법은 1972년 제정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개정됐지만 대부분 세금 부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소비자 편의나 주류산업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소주로 인식하고 있는 자몽에이슬, 순하리 등 과일소주의 경우 주세법 상 리큐르로 분류되고 있다. 시중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막걸리 역시 전통주로 분류되지 않는다.

현행 법에서는 주류 무형문화재나 식품 명인이 제조한 술 또는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생산한 술 만을 전통주로 인정한다. 대표적으로 안동소주, 이강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시판 중인 장수막걸리나 백세주 등은 전통주 범주에 들지 못한다.

또한 막걸리 업체들이 젊은 소비층을 겨냥해 내놓은 바나나막걸리 등 과일향을 넣은 막걸리는 주세법 상 탁주가 아니라 기타 주류로 분류된다.

탁주의 경우 5%의 주세가 붙지만 기타 주류로 분류되면 세금이 30%로 6배나 증가한다. 세금이 높다보니 일반 막걸리와 비교해 소비자 판매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다. 정체된 막걸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신제품을 내놓지만 세금 장벽에 밀려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제품들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주류에 따라 취급점도 달라진다. 현재 탁주는 특정주류도매업자가, 기타주류는 종합주류도매상이 취급하고 있다. 막걸리는 다른 주류와 달리 여름에 상하지 않게 냉동차가 필요하다. 종합주류도매상은 맥주나 소주에 비해 판매량이 적은 막걸리를 판매하기 위해 따로 냉동차를 사야한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특정주류도매업자는 판매를 빼앗기게 된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맥주업계의 발포주 역시 기타주류에 해당된다. 발포주란 맥주에 들어가는 맥아 함량을 70%에서 10%미만으로 낮춘 주류로 이로 인해 주세는 맥주 72%에서 기타주류 30%로 줄어든다.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제시대에 정리된 주세법이 대부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실제 청주는 한국 고유의 정통술이지만 주세법상 한국의 청주는 '약주'로 일본식 청주가 '청주'로 분류되는 등 현재와 맞지 않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주세법으로 정의하면 국내에서 포도를 생산해 만든 와인도 전통주에 들어가게 된다"며 "국내 전통주 시장 활성화는 물론 국내 주류시장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현행 주세법은 세율보다 개념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정철 교수는 "국내 주세법의 경우 선진국처럼 종량세로 가는 것은 맞다"면서 "정부 역시 주세법 관련해 그동안 공론화 된 맥주에 대해서만 논의를 진행하고 나머지 주종에 대해서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