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증권>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초대형 투자은행(IB)만 영위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시장 규모가 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KB증권의 발행어음 시장 합류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투자도 초대형 IB 진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박차를 가하고 있어 발행어음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발행어음 시장 규모가 10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수신 잔고는 각각 5조4000억 원, 3조2000억 원으로 총잔고는 8조6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말까지 발행어음 수신 잔고를 6조 원, NH투자증권은 4조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이 목표액을 채우면 시장 규모는 10조 원이 된다. 올해도 약 3개월 만에 9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몰려 신규 단기금융업 사업자가 진출한다면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KB증권, 단기금융업 인가 ‘D-1’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8일 정례회의에서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금융위는 오는 15일 정례회의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KB증권은 2년여 만에 숙원 사업의 결실을 맺게 됐다. 앞서 KB증권은 2016년 말 국내 초대형 IB로 지정됐으며 2017년 7월 금융위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했으나 전신인 현대증권의 자전거래 문제로 받은 중징계가 발목을 잡아 2018년 1월 자진 철회, 5월 재신청 이후 약 1년여 만에 증선위에서 안건이 통과됐다.

발행어음이란 종합금융회사나 증권사가 영업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어음을 말한다. 레버리지 규제 없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조달이 용이해져 유동성 확보를 통한 효과적인 성장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두 곳이다. KB증권은 인가 작업이 마무리되면 3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B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4조4570억 원으로 이론상 자기자본의 두 배인 약 9조 원까지 발행어음을 신규 조달할 수 있다.

KB증권은 다음 달부터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해 올해 말까지 1조8000억 원어치의 어음을 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 시장 규모도 약 12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신한금투, 초대형 IB 진입 박차

아울러 신한금융투자도 연내 초대형 IB 진입 이후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발행어음 시장의 판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정기 이사회에서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6600억 원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3641억 원으로 출자액을 포함하면 초대형 IB 기준인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을 충족하게 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자체 내부 유보자금과 2000억 원 규모의 원화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충당할 예정이다. 이후 신한금융투자가 진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과정을 통해 올해 하반기 중으로 모든 절차를 완료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6월 4일 신한금융투자 신주 전량을 취득할 계획이며, 신주권 교부예정일은 6월 19일이다.

신한금융투자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 지정을 받으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6번째로 초대형 IB 대열에 진입하게 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이후 빠른 시일 내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내 초대형 IB에 지정되면 가장 먼저 진행할 사업은 단기금융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발행어음 사업자 증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리스크 관리 성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은 조달분의 50% 이상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크레딧채권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오버부킹 상태에 있는 공모채 시장에서는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주로 사모채 발행 등을 유도해 운용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발행어음 인가 증권사가 늘어나면 사모사채가 공모사채를 구축함으로써 공모시장의 크레딧채권 물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수익성이 좋은 부동산 PF 부문에 대한 영업 확대로도 연결이 예상되나, 부동산 경기가 수도권과 지방 간에 차별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 둔화 시 리스크 관리 성향에 따라 증권사별로 건전성 및 유동성에 차별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판단하며 “부동산 PF에 대한 증권사별 리스크 관리 수준 및 성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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