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만에 선보이는 설치 '허상' 및 신작 2점 최초 공개◆

[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새롭게 그린 이 작품은 천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안 팔고, 내가 영원히 갖고 있을 거야."

'1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설치된 2019년 신작을 설명하고 있는 박서보 화백'.(사진=왕진오 기자)

한국 아방가르드의 선구자로 단색화의 선봉으로 불리는 화가 박서보(88)가 28년 만에 5월 18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회고전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전을 설명회를 가지며 힘주어 말한 일성이다.

오랜만에 전시장 나들이를 갖는 박서보 화백은 "내가 발가벗고 서있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나보다 그림이 그렇게 서 있는 것이 아름다워 보여 남다르다"고 말했다.

70년 화업을 정리하는 이번 전시는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렸던 회고전의 종합판 성격으로 박서보 화백의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 160여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1970년 전시 이후 처음 공개하는 박서보 화백의 설치 작품 '허상'.(사진=왕진오 기자)

박 화백은 "서울관에 설치된 작품을 봤더니 회고전의 모델이 될 것 같다"며 "당시에는 구상 작품 10점과 최초의 앵포르멜 작품과 연필 묘법 등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때로 한국성의 문제 접근을 너무 외형적으로 했다고 말을 듣는 유전질 시기와 원형질, 묘법까지 모든 작업과 설치까지도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박서보의 1950년대 초기 작품부터 2019년 신작까지 작품 및 아카이브 160여 점을 다섯 시기로 구분했다.

'원형질' 시기는 상흔으로 인한 불안과 고독, 부정적인 정서를 표출한 '회화 No.1'부터 1961년 파리 체류 이후 발표한 한국 앵포르멜 회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원형질'시리즈를 소개한다.

'유전질' 시기는 1960년대 후반 옵아트, 팝아트를 수용하며 기하학적 추상과 한국 전통 색감을 사용한 '유전질'시리즈와 1969년 달 착륙과 무중력 상태에서 영감을 받은 '허상' 시리즈를 볼 수 있다.

'16일 박서보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설치된 1957년 발표한 '회화 No.1'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초기 묘법' 시기에는 어린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 착안해 캔버스에 유백색 물감을 칠하고 연필로 수없이 선긋기를 반복한 1970년대 '연필묘법'을 소개한다.

'중기 묘법' 공간에는 1982년 닥종이를 재료로 한지의 물성을 극대화해 한지를 발라 마르기 전에 문지르거나, 긁고 밀어 붙이는 행위를 반복해 '지그재그 묘법'이라고 불린다. 무채색의 연필묘법에서 쑥과 담배 등을 우려낸 색을 활용해 색을 회복한 시기이기도 하다.

'후기 묘법' 시기는 색채 묘법으로도 불린다. 1990년대 중반 손의 흔적을 없애고 막대기자 자와 같은 도구로 일정한 간격으로 고랑처럼 파인 면들을 만들어 깊고 풍성한 색감이 강조된 대표작들을 볼 수 있다.

박서보 화백은 "내 그림은 수신을 위한 수행의 도구다. 자연의 변화가 변화무쌍함을 느낀 후 빨간색 등 여러 가지 색을 썼는데, 모두가 단색이다. 한 가지 색만 사용한 것이지"라며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고 안정감을 주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미공개 작품 일부를 비롯해 2019년 신작 2점이 최초로 공개되며, 1970년 전시 이후 선보인 적 없는 설치 작품 '허상'도 볼 수 있다.

또한 지난 70년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세계무대에 한국 작가 전시를 조력한 예술행정가이자 교육자로서의 면모도 소개한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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