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앞다퉈 효율성 앞세워 지주사 중심의 매트릭스 조직 운영 확대
-예비 CEO 육성 코스로 자리매김하며 '자리 만들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우리금융그룹이 지난 1일자로 조직개편에 나서면서 최근 금융그룹들이 속속 도입하고 있는 ‘매트랙스’ 열풍에 합류했다. 이미 신한금융그룹이 ‘원 신한’을 내세우고 있고 KB금융그룹도 ‘원 펌’ 전략을 진행 중이다. 이들이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사업 부문이 겹치는 각 그룹사의 역량을 결집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 하지만 매트릭스 조직 마쳐 확대되면서 구성원들의 피로도가 급격히 늘었고 사업 무게중심이 그룹사에서 지주로 이동하면서 회장님 입김만 세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1일 조직개편을 통해 WM(자산관리)·글로벌·CIB(기업투자금융)·디지털 등 4개 성장 동력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해 관리하는 ‘사업총괄제’를 도입했다.

이번에 도입된 ‘사업총괄제’는 기존 지주 산하의 ‘경영기획본부’, ‘경영지원본부’, ‘리스크관리본부’ 등 3개 본부에서 실제 사업 추진을 담당하는 4개 조직을 신설하는 형태로 전환하게 된다.

이에 따라 ‘WM 총괄’은 그룹 자산관리 역량의 강화와 그룹 차원의 경쟁력 강화 역할을 맡게 되고 ‘글로벌 총괄’은 그룹사간 동반 해외 진출 과 협업 확대를 추진하게 된다. 또 ‘CIB 총괄’은 기존 은행·종금 간 CIB부문 협업 체계를 정착시킬 계획이며 ‘디지털 총괄’은 그룹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핀테크 기업 육성 콘트롤타워를 맡게 된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지주사가 그간의 그룹사 지원 역할에서 벗어나 실제 사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책임 경영과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새 사업을 발굴하고 체계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금융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이미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지주사 주심의 ‘매트릭스’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이자수익 확대 매트릭스 주도 '호평'

우선 신한금융의 경우 일찌감치 매트릭스 조직을 적극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2012년 처음 도입해 한동우 전 회장이 은행과 금융투자 중심의 WM·CIB 사업 부문을 만들었다. 특히 이들 부문장은 신한사태 이후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자 만든 그룹경영회의에 참석하며 계열사 최고경영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조용병 회장은 ‘원 신한’을 강조하며 매트릭스 체제 사업 부문을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 CIB를 GIB로 끌어올렸고 그룹의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GMS를 만들었다. 특히 신한금융은 이들을 토대로 그룹의 비이자수익 확대를 주도하며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KB금융은 2016년 말부터 글로벌, CIB, WM 분야에서 지주사·은행·증권·카드사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매트릭스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KB금융은 최근 스마트폰 앱으로 고객에 맞춰 신용대출을 각 계열사 별로 비교하고 최적화된 상품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선보여 조직 체계부터 고객서비스까지 지주사 주도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의 매트릭스 조직 활용은 금융당국의 ‘금융지주회사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지주사들은 각 자회사 간 ‘칸막이 규제’로 시너지 효과를 이루기 어려웠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이 지주사 내 임직원 겸직제한 규정을 완화해 지주사 중심의 협업 체계를 이룰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아직까지 매트릭스 조직 활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앞선다. 과거 지주사와 대형 계열사 특히 은행장 사이에서는 신경전이 오고가기도 했다.

하지만 매트릭스 체계에서는 지주사 회장이 자회사별로 분산돼 있는 조직을 총괄할 수 있게 되면서 그룹 내 조직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불러왔다.

또 지주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인사권을 비롯해 일부 인사권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분산돼 있던 힘의 균형이 중앙으로 모이게 돼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욱이 금융그룹마다 매트릭스 부문장들을 미래 CEO로 육성하고 있어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금융은 신설 사업총괄 담당 임원들을 전원 은행의 관련 ‘그룹장’들로 채울 예정이다.

대응책 마련 효과적…규모의 함정 주의 지적도

다만 매트릭스 조직 체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칫 자리 만들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부작용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명확한 성과 평가, 분명한 책임 소지 없이는 조직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따라다니고 있다.

과거 씨티, HSBC 등 선진 금융그룹들도 매트릭스 도입에 한 때 열광했지만 부작용이 확산되면서 시들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트릭스 체계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최근 금융그룹들의 매트릭스 부문장들이 CEO 육성단계로 받아들여지면서 매트릭스 부문장이 되기 위해 무분별한 매트릭스 신설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신한금융이 최근 퇴직연금 매트릭스를 신설할 대도 비슷한 논란이 이어졌다. 갈수록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견이 없었지만 자칫 규모의 함정에 빠져 오히려 비효율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차기 계열사 CEO가 되기 위한 육성 코스로 받아들여지면서 취지와 상관없는 자리 만들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매트릭스 신설에 대한 논의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구성원의 피로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매트릭스 체계를 중심으로 금융그룹의 신사업이 지주로 중심이동하면서 회장님 입김만 세졌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근 금융그룹들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비이자수익 확대는 기존의 은행 등 큰 계열사들의 그룹 내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금융그룹 회장은 계열사 CEO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어 견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또 최근 포화상태인 금융시장을 감안할 때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유리할 수 있지만 각 계열사별로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더욱이 힘의 균형이 지주 회장에게로 쏠리고 있는 만큼 별다른 견제책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을 통한 규제만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금융그룹들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자성의 목소리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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