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TV>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제품 감산 및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외국인 투자자가 저가 매수에 나섰다고 풀이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약 한 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집중되며 큰 폭으로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연일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들이며 1조2963억 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주가는 같은 기간 4만3900원에서 46300원으로 5.47% 상승했다.

이들은 SK하이닉스 주식도 19거래일 중 14거래일 동안 4567억 원을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도 같은 기간 6만3700원에서 7만4700원으로 17.27% 급등했다.

외국인들은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발표된 지난 1일과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발표된 지난 5일 이후로도 큰 흔들림 없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목을 계속해서 담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6조5000억 원으로 컨센서스인 6조 원을 넘긴 했지만 일회성 이익인 8000억 원을 제외하면 부진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일본의 수출 규제로 NAND 감산 가능성과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예상돼 외국인들이 저가 매수에 나섰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 10일 기준 디램익스체인지 DRAM 현물 가격이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으며, 메모리 수급 악화로 인해 업체들이 NAND에 이어 DRAM도 적극적으로 감산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NAND 수급은 개선 중에 있고 DRAM 공급 역시 긍정적이어서 재고 소진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메모리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수요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어 수요자들이 향후 규제 영향에 대비해 일단 재고를 늘리는 방향으로 구매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접어들면서 NAND의 가격 상승이 시도되고 있고 최근 발생한 일본의 수출 규제를 빌미로 DRAM 공급 3사의 감산과 보완 투자의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러한 움직임은 지나치게 낮게 형성된 시장의 실적 기대치와 맞물리기 시작해 연초와 같은 주가 상승 흐름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일본의 수출이 장기화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본 반도체 업체의 주 고객인 한국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높아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업체의 원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DRAM·NAND는 60∼90%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파급 효과가 글로벌 IT 공급망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인 한국으로의 수출 금지 가능성은 낮다”며 “규제가 장기화될 시 일본의 첨단 전자 소재 주요 고객사가 한국이기 때문에 일본 소재사에게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KB증권 리서치센터에서는 “한국 업체들은 IT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독과점적 공급 구조를 확보하고 있어 만약 일본 정부가 해당 품목의 수출 중단을 장기화한다면 한국 IT 기업의 생산 차질은 물론 글로벌 IT 밸류체인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생산 차질은 향후 부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세트 업체의 원가 상승을 야기시키기 때문에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극우적 성향 언론인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가 시작된 지 약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일본 기업에서 실제 시행과 관련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기사에서 “한일 경제는 무역과 기업 진출 등에서 깊이 연관돼 있다”며 “한국의 수출품 관리에서 시작한 기업 활동의 혼란은 앞으로도 파문을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쓰이스미토모DS에셋매니지먼트의 이치가와 마사히로(市川雅浩) 씨는 “이번 조치가 일본 기업 측에 가져오는 영향은 한정적”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 삼성의 반도체 생산이 감소, 이후 애플과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도 줄어들면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주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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