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항공>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일본 여행을 자제하자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일본 노선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주가가 이달 들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 2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항공 주가는 이번 달 3만3150원으로 시작해 이날까지 2만8150원으로 15.08% 하락했다. 제주항공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2만74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2분기 계절적 비수기에 유가와 환율 상승 등 부정적 환경이 겹치며 실적이 크게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은 약보합권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오후 1시 40분을 기점으로 상승하며 전 거래일 대비 1.26%(350원) 오름세로 장을 마감했다. 3분기 성수기 효과에 따른 기대감으로 분석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수기 계절성의 악화와 일본 여행객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지방 노선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늘어난 공급 부담하기 어려워졌고 유류비 부담보다 유류할증료 수익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52주 신저가에서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3분기 성수기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일 관계 악화 때문에 이마저도 불확실해졌다”고 진단했다.

2분기 실적, 5년 만에 적자 예상

제주항공의 올해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81억 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5년 만에 분기 적자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격적인 기재 도입의 영향으로 국제선 공급(ASK·유효좌석킬로미터)이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 및 동남아 노선 부진으로 국제선 수송(RPK·유상승객킬로미터)은 19.0%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동시에 20%까지 확대된 지방발 여객 비중의 영향으로 국제선 탑승률(L/F)이 전년 동기 대비 3.5%p 하락하면서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지환·이지수 대신증권 연구원도 “원화 약세와 항공유가 상승 등의 대외 변수 악화, 전통적인 비수기 동남아 노선의 부진,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일본 노선 아웃바운드 수요의 약세, 경기 및 소비심리 악화에 따른 지방발 수요 둔화 등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3분기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항슬롯은 포화한 상태에서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에 그친 반면 공급은 지난해부터 20% 내외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은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리스크라는 진단이다.

더욱이 지난해 출입국자 기준으로 한-일 간 여객이 전체 여객의 2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의 26%가 일본 노선에서 나온 상황으로 양국의 관계 악화로 일본 여행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이에 대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성봉 연구원은 “3분기에도 일본 노선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행 여행 피로도가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수출 규제로 일본행 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3분기에는 최근 한·일 양국 간 갈등으로 인해 주요 홈쇼핑에서도 일본 여행 패키지 상품 광고가 취소되고 SNS에서 일본행 비행기 예매 취소를 인증하는 등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 일본 노선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며 “보통 비행기 예매가 1∼2달 전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영향은 8월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3분기 실적도 현재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걸림돌 되나

한편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의 주가 하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애경그룹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앞서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다음 주 중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애경그룹이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의 주가가 급락해 1조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인수 자금 마련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보고서 기준 AK홀딩스의 유동자산은 약 1조3833억 원이지만 부채가 8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큰 규모의 자금 조달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AK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주항공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경쟁 강도 약화, 시장 입지 강화라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반대로 재무 리스크 상승에 대한 우려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에 대한 평가는 인수가의 적정성, 지분 구조 및 구조조정 계획, FSC와 LCC의 시너지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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