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양국의 경제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불똥이 어디로 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서민금융에서 입지를 넓혀 온 일본계 금융사들이 종종 언급되고 있어 업계가 조심스러운 눈치다. 더욱이 매각을 준비하던 일본계 금융사들이 매각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영업 중인 일본계 금융회사는 모두 27개로 이중 일본계 저축은행(4개)을 비롯해 일본계 대부업체(19개) 등이 서민금융의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계 저축은행은 SBI·JT친애, JT, OSB저축은행 등은 전체 저축은행 74개사 4곳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점유율은 지난 3월 말 19.4%를 기록했다. 여신 잔액 비중 역시 18.5%에 달한다.

더욱이 일본계 저축은행의 대출자산은 전체 대출 중 91.8%인 10조1455억 원이 중소기업과 개인대출로 이뤄져 서민금융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계 대부업체 점유율은 저축은행보다 더 높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전체 8310곳 중 19곳에 불과하지만 대출 자산 점유율은 지난해 38.5%를 기록했다.

상위권에 포진한 일본계 금융사 산와대부,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미즈사랑(사업 중단),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 등 19개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대출잔액은 6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중 4조 원 가량을 산와대부와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정이자율 인하 등 수익창출 문제가 거론되면서 일본계 금융이 탈 한국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지난 4월 OSB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일부 얘기가 되던 곳과의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격격차를 줄이 못했다는 얘기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시장 가격이 급락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OSB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일본 오릭스코퍼레이션으로 전체 지분의 76.77%를 소유하고 있다. 오릭스코퍼레이션은 2대주주인 미국 올림푸스캐피털이 지분을 정리하려고 하자 저축은행 매각을 결정한 상황이다.

하지만 비싼 매각가격이 걸림돌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OSB저축은행의 적정 매각가격을 1700억 원 안팎으로 보고 있지만 오릭스코퍼레이션은 2배에 달하는 3400억 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OSB저축은행이 일본계 자금인 점이 불거진 이후에도 매출이나 고객이탈 등은 없지만 매각 논의에서 일본계라는 꼬리표가 마이너스 요소가 되고 있어 인수자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도 최근 매각설에 시달라고 있다. 대주주인 일본 SBI그룹이 수익을 내기위해서 향후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매각설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던 얘기지만 사실 무근”이라며 “대주주 입장에서 누군가 비싼 값에 산다고 하면 고민할 수 있는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SBI그룹은 소트프뱅크 산하 시절부터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분리된 이후 2013년 인수하면서 수차례 유상 증자를 통해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또 배당문제도 아직 결손금(지난해 말 기준 4254억 원)이 수천억 남아 있어 배당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결손금이 해소되더라도 금융당국의 규제 등으로 사실상 해외 배당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얘기다.

관계자는 “높은 금리 예금 상품, 합리적인 대출 금리 등 한국 고객들을 위한 영업활동”이라며 “일본계 금융사가 대주주이지만 고용을 비롯해 사회공헌, 금융발전 등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는데 일부에서 안 좋은 시각으로 봐서 억울한 지점이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 대부업계 1위인 산와대부가 지난 3월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있어 사실상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와대부의 신규 대출 중단은 지난해 국내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로 인하된 것이 주요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산와대부의 일본 모그룹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파산하는 것을 경험한 터라 지속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고 있는 국내 시장 환경에서 영업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산와대부가 서둘러 신규대출을 재개할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불매운동 관련 게시판에 산와머니가 직접 언급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영업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라고 해서 당장 한국에서 철수하기도 쉽지는 않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여신이 6조 원이 넘는 상황이라 철수가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산와대부 관계자도 국내 사업철수 계획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사실상 매각절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일본계 금융사들이 불매운동 대상 꼬리표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을 추진할 경우 매각이후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계’라는 인식이 남게 돼 인수 메리트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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