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건전성 회복중인 KDB생명, 파격 인센티브로 매각 가능성 높이나
-中안방보험 동양ㆍABL생명 매각에 나설경우 제값받기 쉽지 않아

▲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KDB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KDB생명이 오는 9월 말 다시 매각절차에 돌입한다. 산은 측은 최근 좋아진 실적을 비롯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보상으로 매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인수 후보군으로 KB금융그룹을 비롯해 우리금융, BNK금융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군침을 흘릴 만한 호재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오는 30일 전후로 KDB생명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아직 정확한 매각 공고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산은 측은 늦어도 다음 달 초를 넘기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산은은 올해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고 2020년 3월에는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산은은 지난달 중순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삼일회계법인을 KDB생명 공동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앞서 산은은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사모투자펀드를 만들어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65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4년에 두 번 시도 이후 2016년 다시 매각을 시도했지만 적절한 인수가를 제시하는 인수희망자를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KDB생명은 지속적인 재무건전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을 앞두고 있어 대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KDB생명이 지난해부터 흑자로 전환하면서 매각 가능성을 다시 키우고 있다.

KDB생명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64억 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335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또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도 개선되면서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 2017년 12월 말 기준 RBC비율은 108.5%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200%를 넘어섰고 올 6월 말 기준 232.7%를 기록했다.

이에 산은은 이를 기회로 매각을 밀어 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동걸 산은 회장은 KDB생명 매각에 성공하면 사장과 수석부사장에게 최대 45억 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공헌하기도 했다.

KDB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매각에 성공할 경우 정재욱 사장에게 매각대금에 따른 인센티브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까지 차등 지급을 의결했다. KDB생명 이사회는 또 백인균 수석부사장에게 매각 성공을 조건으로 사장 성과급의 최대 50%인 15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산은 매각 의지에 인수후보군에 이목집중

이처럼 산은이 반드시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자연히 KDB생명 인수후보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한 매체에서는 산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산업은행은 우리금융그룹, KB금융그룹, BCK금융그룹 정도가 KDB생명의 인수 여력이 있는 곳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세 곳 중 한 곳이 사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들 금융지주가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고 있는 중이다.

우선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올 초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금융그룹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 당시 내부등급법이 아닌 표준등급법를 우선 적용하면서 올해까지는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올초 기자간담회에서 우선 중소형 금융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2020년 이후부터 대형 물건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실제 올해 우리금융그룹은 자산운용사를 필두로 부동산신탁 인수 등을 추진했고 손자회사였던 우리카드를 자회사롤 전환하는 등 비은행권 포트폴리오 확충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만 보험사를 비롯해 증권사 등 덩치 큰 M&A 물건을 두고서는 업황이 부진한 보험사보다는 우선 증권업을 추가하겠다는 의지를 종종 드러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보험사 인수에는 큰 관심이 없다”면서 “내부등급법이 적용되는 시점부터는 아무래도 증권사 M&A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도 지난해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효과를 톡톡히 본 신한금융 사례를 벤치마킹해 올해 그룹 내 부족한 생명보험 부분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초 그룹 포트폴리오 확충을 위해서 생명보험사를 눈여겨보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산은은 KB금융이 KDB생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신호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룹 포트폴리오 확충 차원에서 들여다 보고는 있지만 생보사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함께 언급된 BNK금융그룹도 그간 김지완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들 실적개선을 위해 M&A에 대해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초 중장기 경영목표인 ‘그로운2023’을 통해 비은행 비중을 2023년까지 30%까지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이에 BNK금융그룹은 BNK캐피탈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뛰어들었던 점도 이 같은 의지로 해석된다.

악화된 업황에 IFRS17 도입 발목 잡나

하지만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금융그룹들이 생보사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생보사를 비롯해 손보사 등 보험 업황이 악화되면서 인수 효과를 누리기에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하고 있는 JKL파트너스도 인수 후 375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롯데손보 RBC 비율은 19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FRS17 도입으로 인해 향후 추가 유상증자가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국내 대형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경우 현재 RBC 비율 338.7%(3월 말 기준)를 기록하고 있지만 IFRS17 도입을 위한 시뮬레이션에서 RBC 비율이 100%를 넘지 못하면서 한차례 충격을 준 바 있다.

이에 금융그룹들은 IFRS17 도입 이후에 보험사 인수에 나서야 큰 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내뱉고 있다.

또 최근 KDB생명뿐만 아니라 중국 안방보험이 소유하고 있는 동양생명·ABL생명이 곧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돼 보험업계 매물이 넘쳐날 경우 제값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은은 국내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해외 매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간사에 삼일회계법인과 CS를 선정한 것도 국내에서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계 자본에 매각하는 방안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제값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은은 최소 6000억 원 이상의 매각가를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5000억 원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가격이 이번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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