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6200억 원 규모의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일부 가입자들은 원하는 때에 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이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더욱이 최근 논란이 된 파생결합상품(DLS) 사태로 투자자들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펀드 환매마저 금지되면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할지를 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이날 “사모패권이 편입된 모 펀드 ‘플루토 FID-1호’와 전환사채(CB) 등 주식연계채권이 편입된 모펀드 ‘테티스 2호’에 투자한 자 펀드들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 2개의 모펀드 규모는 약 1조1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환매 중단 대상 펀드 설정액은 6200억 원이다.

이번 환매중단으로 펀드 가입자들은 아예 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가입자가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돼 고객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라임운용이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들이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아 환매를 미뤄도 온전히 자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라임운용 측은 “자산을 무리해서 저가 매각하면 펀드 수익률이 저하되고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 있다”면서 “가입자 보호를 위해서는 환매를 중단하고 편입된 자산의 안전한 회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합리적인 가격 범위 내에서 자산들을 최대한 신속히 회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향후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판매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라임운용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미 라임운용이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을 인정한 수준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라임운용은 지난 7월 수익률 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투자자들 환매요청이 쏟아졌다. 이에 심각한 자금유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번 달 초 ‘라임 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등 3개 펀드의 274억 원 상환금 지급을 연기한 바 있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야심차게 선보인 ‘코스닥 벤처펀드’가 과열된 상황에서 대내외 경제 악화로 코스닥이 침체되면서 화를 키우고 있다.

급성장한 메자닌 상품 20조 규모…위험성 키워

라임운용 등이 운용하고 있는 ‘메자닌’(주식과 채권을 결합한 증권) 상품은 ‘코스닥 벤처펀드’ 등을 기초로 투자 규모를 키워왔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지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에 투자한 것을 말한다.

그간 메자닌 상품은 상황에 따라 투자자가 유리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특정 기업의 메자닌 채권을 인수한 뒤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 청구로 차익을 볼 수 있고 주가가 전환가액만큼 올라오지 못해도 만기 보유로 이율만큼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열 징후를 보이던 메자닌 시장이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해 한일 경제갈등으로 코스닥 부진이 이어지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금 조달을 위해 메자닌을 찍어낸 기업들의 주가가 휘청이면서 유동화가 가로막히자 투자자들이 리픽싱(전환가격 재조정)에도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여기에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일부 기업들의 회생절차나 상장 폐지까지 거론되면서 만기 보유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 발생 잔액은 올해 19조9805억 원(10월 기준)으로 20조에 달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월 900선을 돌파했던 코스닥 지수가 이달 630선까지 내려운 상황에서 규모가 급증한 메자닌 투자에 대한 후유증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플루토FID-1호’와 ‘테티스2호’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자펀드를 가장 많이 판 곳이 우리은행이여서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환매가 중단된 6200억 원 규모 펀드 가운데 2000억 원 가량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에서 판 것으로 전해진다.

라임이 운용하는 펀드는 증권사 판매 비중이 높지만 은행에서도 33% 가량 판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DLF처럼 고객에게 상품의 원금손실 위험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를 강행했을 경우 제2의 DLS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에서 수익률이 좋다고 부실 CB를 담은 펀드를 팔아도 되는 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 “증권사 고객은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은행 고객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가 많이 또 다시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은행도 33%나 판매해…위험성 인지여부 불씨

이에 금융당국도 이번 환매금지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후 처음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라임자산운용 환매 연기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그 과정에서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응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제도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다시 살펴볼 방침이다.

은 위원장은 “DLF, 라임자산운용 등 악재가 반복되고 있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라임운용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펀드 간 자전거래를 통한 수익률 돌려막기 등이 있었는지에 대한 검사를 지난 8월 착수해 이번 달 초 마무리한 가운데 이를 토대로 제재 여부를 곧 결정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라인운용의 환매중단과 관련해 이미 환매 이행계획서를 제출 받았다며 추후 투자자 손해가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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