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금융당국이 금융혁신을 위해 적극 추진해온 제3인터넷전문은행이 예비입찰 마감에서 토스를 제외하고 유력한 후보들이 불참하면서 사실상 토스뱅크 인가전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더욱이 재도전을 선택한 토스 역시 컨소시엄에서 기존의 다양한 산업계 대신 금융권 영입을 선택하면서 자본조달 능력을  확보한 대신 혁신성을 내줬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 마감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 토스뱅크 컨소시엄을 비롯해 소소스마트뱅크, 파밀리아스마트뱅크 등 3곳이 참여했다.

이와 달리 지난 5월 예비인가를 신청했던 키움증권 측은 신청여부를 두고 심사숙고했지만 결국 불참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토스뱅크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대어급 신청자가 없어 이번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가 사실상 토스뱅크 인가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도전장을 낸 토스뱅크는 앞서 지적 받은 ‘자본조달 능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투자업체인 해외 캐피탈 등을 대신해 기본 금융권을 적극 영입했다.

컨소시엄은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34% 지분을 확보하고 KEB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월드가 2대 주주로, SC제일은행, 웰컴저축은행, 한국전자인증,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 등이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토스뱅크 금융권 합류…자본 조달능력 해소

앞서 토스뱅크는 상반기 예비인가전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성에 대해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자본 조달 능력에서 낙제점을 받은 바 있다.

현재 토스를 운용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 자본금 128억 원 중 96억 원(75%)이 상환우선주(RCPS)로 해외 벤처캐피탈(VC)가 보유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RCPS 특성상 투자자들이 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본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도 RCPS를 자본이 아닌 부채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토스 측은 이번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기존의 해외 VC 중심에서 국내 기존 금융권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선택을 해면서 금융당국의 요구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소상공인들이 중심이 된 소소스마트뱅크 컨소시엄은 일찌감치 도전 의사를 내비쳤지만 자본 확보 능력에 물음표가 떠 있다. 소소뱅크 측은 주주로 지역별 소상공인연합회, 전국패션소상공인연합회 회원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최소 1조 원 이상이 필요한 만큼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또 파밀리아스마트뱅크는 지난 5월 예비인가 접수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애니밴드가 이름만 바꿔 재신청했다.

이들은 임모 씨 등 4명의 설립 발기인을 내세워 개인 자격으로 예비인가를 접수했다. 하지만 파밀리아 측이 이번 신청에서도 자본금과 주주 구성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업계는 심사에서 또 탈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예비인가 신청서에 주주구성과 자본금 조달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번 인가전은 토스뱅크의 인가 여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업계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대해 자본 안정성을 확보했고 중소기업중앙회, 웰컴저축은행, 이랜드월드 등이 참여하면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연계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금융권에 기대는 모습은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토스가 34%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하지만 기본 금융권 지분을 감안할 때 토스 주도로 사업을 꾸려나가기에는 힘에 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시들해진 인텨넷은행 관심…정책 환경 변화에 흔들

이와 더불어 결과를 떠나 제3인터넷전문은행 흥행이 실패로 귀결되면서 후폭풍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치권은 지난해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과시킬 정도로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했지만 부진한 이번 결과로 인해 논란만 키우게 됐다.

특히 특례법 통과만으로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처한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대형 ICT기업을 중심으로 반감을 키우는 꼴이 됐다.

여기에 최근 정책 환경의 변화 때문에 기존 ICT기업이나 시중은행들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대표 ICT 기업인 네이버의 경우 인터넷은행 대신 핀테크 사업에 방점을 찍은 것도 이를 증명한 셈이 됐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별도로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기로 한 것.

핀테크 업계는 금융회사 간 장벽이 사라지는 오픈뱅킹이 올해 말 본격 시행되면 IT기업이나 핀테크 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 이유가 무색해진다는 평가를 내리고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취지대로 메기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최근 시중은행들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비대면 서비스를 구사하고 있어 굳이 참여할 명분이 없다”면서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금융시장 내 혁신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존 업권 내 사업자들이 여러 회사를 조인해서 함께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던 금융당국 수장마저 바뀌면서 사업동력이 사라졌다는 얘기도 내놓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받은 신청서류를 토대로 외부평가위원회 등을 거쳐 연말까지 심사결과를 낼 예정이다. 예비인가를 받은 기업이 요건을 갖추고 다시 본인가까지 받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출범 시기는 이르면 2020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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