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최근 보험업계가 업황 위축을 비롯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핀테크를 중심으로 업계가 요동치고 있어 기존 보험사들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디지털(온라인 전용) 보험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어 시장판도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다만 업계가 이미 온라인보험사를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이루지 못해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최근 온라인포털 업체 카카오를 비롯해 간편결제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와 함께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들은 연내 금융당국에 디지털손보사 설립과 관련해 예비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화재와 카카오는 테스크포스(TH)를 구성해 합작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하는 단계로 큰 틀의 합의는 이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고 삼성화재는 전략적 동반자로 참여해 최소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전해진다.

주력 상품은 개인형 생활밀착형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기존 설계사 등을 통해 판매가 어려웠던 소액위주의 팻보험, 공유차량 보험 등이 유력한 상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아직 제반 사항을 준비하는 중으로 구체적인 지분 관계 등은 예비인가 신청 시점이 되야 구체화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업계 움직임은 최근 핀테크 사들이 속속 보험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고 기존 보험사들도 수익 개편에 나서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한화 캐롯손보…퍼마일 개념 도입 '차별화'

실제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올해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등과 합작해 자회사인 온라인전용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을 출범시켰다.

캐롯손보는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받고 2020년 초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캐롯손보의 첫 상품은 ‘퍼마일(PER MILE)’ 개념을 도입한 자동차보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품은 가입자의 주행거리, 운전습관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실제 운행한 거리만큼만 보험료를 납부하는 상품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캐롯손보는 SK텔레콤의 5G기술과 결합한 실시한 운행정보 분석 기술뿐 아니라 운전습관 분석 기술도 적용해 안전 운전을 하는 가입자에게는 가입자별 위험도에 맞는 보험료를 제시하고 기존 상품보다 더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모회사인 한화손보는 최근 급증하는 손해율로 인해 경쟁력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자동차보험에 대해 혁신 금융서비스로 가입자에게는 저렴한 보험료를, 보험사는 수익구조 개선 및 가입자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외에도 캐롯손보는 빅데이터와 블롯체인 기술을 활용한 펫보험, 항공연착상보험, 반송보험 등 생활밀착형보험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온라인보험이 정체돼 있는 업계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최초 인터넷 전문 보험사인 중안보험은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 대형보험사인 핑안보험이 2013년 공동 설립한 이후 반송보험을 출시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반송보험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할 경우, 환불·교환하는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보장하는 조험으로 반송률 등을 빅데이터로 측정해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

중안보험은 이밖에 여행보험, 건강보험을 비롯해 신용보증, 자동차보험 등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5억 명의 누적고객과 82억 개의 상품을 판매한 바 있다.

2016년 창업한 주택보험 스타트업 회사인 미국 레모네이드는 보험가입과 보험금 지급까지 전 과정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진행하며 해당 업무를 챗봇이 맡아 90초에서 3분 내로 처리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1만4300개의 보험 상품을 팔았고 기업가치는 약 5억 달러로 평가된다.

다만 국내에서 온라인 전용 보험사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교보생명은 2013년 국내최초 인터넷 전문 생명보험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을 설립한 바 있다. 하지만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최근 온라인보험 훈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 6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억 원 가량 손실 폭이 줄었지만 출범 이후 줄곧 적자 행진 중이다.

해외 성공 사례 불구…아직 국내 안착 '미흡'

운용자산 수익률도 3.28%로 생명보험업계 평균 3.6%를 밑돈다. 더욱이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4년 380억 원, 2015년 240억 원, 2016년 150억 원 올해 350억 원등 총 1500억 원 유상증자를 통해 교보생명으로부터 자금을 투입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온라인전용 보험사들이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핀테크를 중심으로 보험업 진출이 활성화되고 있고 기존 보험사들도 속속 제휴관계 맺기 및 전용상품 출시 등으로 부진한 보험업계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인슈어테크(보험+핀테크) 업체인 보맵을 비롯해 토스, 신한카드 등에서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보험 선물하기’는 일상에 필요한 미니보험을 가족, 친구와 모바일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보맵 측에 따르면 출시 후 한 달 동안 선물하기를 경험한 이용자 중 62.5%가 2030세대로 집계돼 어렵고 복잡하게 인식돼 온 보험에 대한 인식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기존 보험사들 역시 핀테크 전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KB생명은 지난 21일부터 토스전용 상품인 (무)토스 착한 암보험을 내놨다.

여기에 이번에 삼성화재와 손잡은 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보험업에 진출을 서두를 경우 미니보험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인터넷은행 등을 통해 핀테크 산업에 중심에 서있는 카카오와 제휴를 함에 따라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면서 "빅 데이터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온라인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할 경우 보험업계의 무게중심이 기존 설계사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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