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집단. (사진=연합)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연말 정기 인사 시즌을 앞두고 대기업의 임원 인사 키워드가 '변화'와 '안정'을 오가며 '혼돈'에 빠졌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현 경영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비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 글로벌 불확실성과 내수시장 침체로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마다 '고강도 인적쇄신안'과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나눠지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의 임원 정기 인사가 이달 말부터 단행될 예정인 가운데 4대 그룹은 변화보단 안정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너무 큰 시기에 수장을 바꾸는 것이 부담으로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태 관련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들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한 재판이 줄줄이 남아있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 연말 인사는 ’안정‘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소폭의 사장단 인사만 단행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전자 3대 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은 임기가 오는 2021년 3월까지여서 유임될 것으로 점쳐진다.

SK그룹 역시 안정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7월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임원 직급제도를 폐지해 부사장·전무·상무로 구분됐던 임원 직급은 본부장과 그룹장 등 직책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사실상 승진 인사가 사라진 셈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주)SK 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데다가 그룹 내 핵심역할을 맡고 있어 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소규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해외 법인장을 퇴진시키면서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연중 수시 인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조직의 유연성을 높여왔다. 틈틈이 미래 모빌리티 관련 외부인사를 수혈해오기도 했다.

LG그룹도 인상변동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첫 연말 인사에서 ’안정 속 쇄신‘을 택했다. 당시 부회장 대부분을 유임하면서도 동시에 젊은 인재를 대거 등용했다. 특히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인 LG전자, LG화학 등이 경쟁사와 소송을 진행 중에 있어 수장을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항공업계와 유통업계에는 '칼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 체제의 첫 연말 정기인사가 이뤄진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각종 악재로 인해 대한항공의 경우 계열사 CEO와 임원 인사를 모두 스톱된 상황이라 올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조 회장도 최근 구조조정과 관련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 연말 내에는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으나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비용구조 개선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고 전하며 대규모 인사 조정설에 힘을 실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수가 완료되는 내년 상반기 경 인사·조직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초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부임 이후 처음으로 정기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역대 가장 많은 총 54명의 보직 이동이 이뤄졌으며, 보직을 새롭게 부여받은 신임팀장들이 기존 보직부장들에 비해 연령대가 대폭 낮아져 주목은 받은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항공업 경험이 있는 인사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인사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력 조정 등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역대급 칼바람은 유통업계에서 불 것으로 보인다. 경기불황에 더해 최근 온라인 강세로 급격한 변환점을 맞게 되면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대규모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신 회장은 계열사 CEO들에게 최근 국내 및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됨에 따라 각사 모두 위기감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e커머스 부문 강화를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유통부문도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마찬가지 입장으로 보인다. 특히 유통계열은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까지 받았다.

올해 롯데 유통 계열사 CEO 인사 이동은 부문 최고책임자인 이원준 유통 BU장(부회장)의 유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부회장은 올해로 취임 3년째다. 이 외에도 일부 계열사 CEO의 세대교체설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만 따로 정기 인사 시즌인 12월보다 앞당겨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외부 수혈을 통해 강희석 신임 대표를 선임했고 임원 4분의 1을 교체했다. 신세계가 이마트 경영진의 대폭 물갈이로 강한 위기극복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은 실적 부분에서 선전하고 있어 큰 규모의 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실적이 불안한 면세점은 상황이 다를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은 '안정'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유통그룹에서는 인적쇄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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