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2019년 재계는 유독 창업 1·2세들의 부고 소식이 많았다. 아울러 본격적인 3·4세 경영시대가 열리며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기도 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들 창업 세대는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인물들로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에 산업화의 씨를 뿌리며 일명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이들의 시대도 저물어 가고 있다.

지난해 5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향년 73세로 별세한 데 이어 올해 초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녀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올해 4월에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향년 70세로 세상을 떠났으며 이달에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향년 83세)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향년 94세)이 차례로 별세했다.

이와 함께 재계 1위 삼성 이건희 회장은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뒤 6년째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롯데그룹을 일으킨 신격호 명예회장도 98세로 병원을 오가며 치료받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아들이자 2세대 경영자로 꼽히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82세의 고령으로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구자학(90) 아워홈 회장과 구자두(88) LB인베스먼트 회장, 구자일(85) 일양화학 회장이 모두 80세를 넘겼으며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도 올해 모두 85세로 고령이다.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역시 78세로 나이가 많다.

이를 두고 경제 개발을 이뤄낸 재계 1·2세대 경영자에서 3·4세대로 세대교체가 한창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대외 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LG그룹은 4세인 구광모 회장 체제로 전환했으며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들어 GS·한화·LS·코오롱 등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GS그룹의 허창수(71) 회장은 최근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룹 회장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며 용퇴를 결정했다.

후임 회장인 허태수(62) GS홈쇼핑 부회장은 허 회장의 막냇동생으로, 그룹 전반에 IT기업의 혁신 문화를 전한 디지털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40)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이 본격화했다. 지난해 말에는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50)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에서도 '3세 경영'에 시동이 걸렸다. 최근 발표된 인사에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6)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지 4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내년 1월 출범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의 합병법인인 한화솔루션(가칭)의 전략부문장을 맡는다. 태양광을 비롯해 석유화학, 소재까지 아우르는 핵심 직책이다.

재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한화그룹의 화학 계열사 전반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계열사를, 삼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건설·리조트 부문을 이끄는 승계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김동원 상무는 이번에 승진하지 않았지만,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로서 회사의 미래 전략 수립을 지휘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폭행 사건 이후 경영에서 물러나 개인 사업을 하는 김동선 전 팀장의 복귀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LS그룹에서는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이 3세들 중 처음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구 부사장은 최근 인사에서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또한 LS그룹 3세들 모두 승진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 구본규 LS엠트론 전무가 부사장으로,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 구동휘 ㈜LS밸류매니지먼트부문장(상무)는 전무로,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장남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이사는 상무로 승진했다.

코오롱그룹도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이웅열 회장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4세 경영' 신호탄을 올렸다. 이 인사로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고,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다만 이규호 전무는 올해 만 35세로 아직 어리고 계열사 지분도 거의 없는 상태여서 실제 경영권을 물려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등 빠르게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젊은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앞으로 세대교체를 통한 혁신 노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세습경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대주주 일가 젊은 경영인들의 '초고속 승진'과 이들의 검증되지 않은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오너십의 빠른 변화가 창업 1·2세대의 '기업가 정신'을 흐린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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