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구룹의 지배구조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총수 일가의 화합 여부와 주주 간 합종연횡 등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오는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3월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건을 다룬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 총수 일가 중 한진칼의 사내이사는 조 회장이 유일하다.

이러한 가운데 한진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자 한 달 만에 지분 2%를 사들인 반도건설이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는 기존 입장을 완전히 바꿔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복잡해 졌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반도건설의 등장으로 어느 쪽과 손을 잡느냐가 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조 회장의 경우 가족간의 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현재 조 회장 입장에서는 최근 '반기'를 들고 나선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달래고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내 가족의 지분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다. 이 경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84%로,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JV) 등 제휴를 맺은 '백기사' 델타항공(10.00%)의 지분을 더하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배제하고 반도건설 등 다른 주주들과 손잡는 시나리오가 나오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만약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이 끝내 "공동경영이라는 선친의 유훈을 지키지 않았다"며 동생과 등을 돌려 이탈하게 되면 조 회장 측 지분(특수 관계인 포함)은 22.45%로 줄어든다.

외국인 주주나 소액주주의 지분을 제외하고 보면 이 경우 델타항공의 지원만으로는 과반 확보가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반도건설의 향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성탄절 소동'으로 갈등을 빚었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마저 이탈해 조 회장이 가족 내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일 경우 주주 간의 합종연횡이 경영권 향방을 가르게 된다.

이 경우 조 회장의 지분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도 10.67%에 불과하기 때문에 델타항공은 물론 반도건설(의결권 행사 유효 기준 8.20%)의 지원까지 절실해진다. 두 주주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지분율 합계가 28.87%에 불과해 추가 우호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것도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 일가 개개인의 보유 지분이 6% 안팎인데 비해 다른 주요 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것도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다.

당장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17.2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린 상태다.

지난 7일에는 신민석 KCGI 부대표가 유튜브 'KCGI TV' 채널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한진그룹) 경영진이 부채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총수 일가를 압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KCGI가 그동안 호텔사업 정리를 요구해 온 만큼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만약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을 잡고 반도건설까지 연대해 공동 전선을 구축할 경우 지분율 합계는 31.98%가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이나 외국인 주주 등이 가세할 경우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또한 그룹 우호세력으로 분류돼 온 델타항공이 조 회장 대신 KCGI와 손을 잡고 반도건설, 국민연금 등과 연대해 총수 일가에 맞설 경우 지분율 합계가 39.60%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렇게 되는 것은 최악의 경우로 조 회장은 물론 일가 전체가 경영권 경쟁 구도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 일가가 3월 주총 전까지 갈등을 봉합하고 연합 세력을 구축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경영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조 회장으로선 최대한 가족들간의 합의를 완료하고 3월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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