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삼성에서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가 향후 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는지를 살펴 형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가운데 특검이 정면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향후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해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점검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별도의 발언 시간을 얻어 올해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 방식 등을 설명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공판에서 재판부가 "정치 권력으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요구한 데 따라 생겨난 기구다.

재판부는 이날 변호인의 설명을 들은 뒤 "기업범죄의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미국 연방법원은 2002∼2016년 530개 기업에 대해 '치료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최근 각종 형사재판에서 이른바 '치료적 사법'을 접목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치료적 사법은 법원이 개별 사건의 유·무죄 판단을 내리고 처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유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를 지닌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사건에서도 '준법감시제도'를 비슷한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제도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오늘 피고인과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겠다고 국민에 대해 약속을 했으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고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방법으로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하겠다"며 "독립적인 제3의 전문가를 지정해 삼성 내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시행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3명의 위원으로 위원단을 구성할 계획이며 그 중 한 명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에 특검은 반발했다.

특검은 "대통령과 최고 재벌총수 간의 사건에 (준법감시)제도 수립이 어떤 영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삼성과 같은 거대 조직이 없는 미국의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극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의 죄명 4개 중 3개는 뇌물공여와 업무상 횡령 등인데 준법감시위가 어느 양형사유에 해당하는지 보고, 다른 사유도 충실히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재벌 혁신 없는 준법감시제도는 봐주기에 불과하다"며 "재벌체제 혁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준법감시제도 하나만으로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는 재판부 명령이 '명분 쌓기'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며 "특검은 재판부에 그런 의도가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싶다. '회복적 사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2월 14일로 지정하고, 그때까지 관련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골적으로 실형을 면해 줄 작량 감경의 명분을 줄 것을 주문했다"며 "이재용의 집행유예를 위한 사법부와 삼성의 담합이자, 이재용의 구속을 면해주려는 문재인 정부와 사법당국의 또다른 사법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권력의 뇌물요구'가 아니라 '상호 이익에 기반한 정격유착'"이라며 "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재판부가 이재용에게 실형을 선고하여 감옥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삼성은 최근 만든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서도 "비슷한 기구를 여러번 만들었지만 그때뿐이었고 결국 과거로 회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부회장 실형 선고에 따른 삼성의 경영 위기'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이재용과 삼성의 실적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재용에 대한 실형선고와 경영권 박탈은 삼성을 '이재용 승계'로부터 해방해 그 위상에 맞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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