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왼쪽부터)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해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주요 시중 금융그룹들이 사법판단 및 금융당국 제재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큰 위기는 넘겼지만 항소심 변수가 남아 있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금감원 재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재판부로 부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서울 동부지방법원 형사 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이날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윤승욱 인사담당 부행장과 인사부장 이모씨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또 다른 인사부장 김모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사부에 특이자·임직원 자녀의 지원 사실과 인적관계를 알렸다”면서 “피고인이 인사부에 해당 지원자들을 합격시키라는 명시적 지시를 안했더라도 최고 책임자가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을 인사부에 알린 사실 자체만으로도 인사부 채용업무의 적정성을 해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설령 피고인이 특이자·임직원 자녀 명단을 보고 받지 않았더라도 이처럼 지원 사실을 알린 점에 비춰보면 특이자·임직원 자녀를 따로 관리한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 같은 위법을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가담한 점은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조 회장 결과 아쉽다지만 연임에는 '청신호'

이날 조 회장은 1심 선고 후 취재진들과 만나 “결과는 아쉽다. 공소 사실에 대해 저희가 재판 45차에 걸쳐 하면서 많은 설명을 했는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또 ”우선 동고동락한 후배들이 아품을 겪게 돼 마음이 무겁다“면서 ”회장이기 전에 선배로서 상당히 미안하고 안타깝다. 그렇지만 앞으로 항소를 통해 다시 한번 공정한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조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서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조 회장은 지난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추천돼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은 가운데 이번 재판 결과가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면 연임은 불구하고 당장 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었다.

다만 1심에서 집유로 마무리 되면서 향후 검찰의 항소로 2심 선고에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조 회장은 3년 임기를 무난히 채울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을 추인받고 정식 임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DLF사태, 금융당국 은행 CEO 중징계 '예고'

신한금융이 한고비를 넘긴 가운데 이날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2차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려 결과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이들 두 사람이 문책경고를 받게 될 경우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이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각 은행들은 이번 재재심에서 경영진의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금감원 측은 내부통제 부실이 DLF 불완전 판매로 이어졌기 때문에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은행 측은 현장에서 발생한 불완전 판매 문제를 경영진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은행 측은 이번 사태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내부통제 실패 시 금융사 CEO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바 있다.

실제 지난 16일 1차 제재심은 오전에 함 부회장이, 오후에 손 회장이 출석해 제재심을 마무리할 방침이었지만 이날 함 부회장 심의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날 정도로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결국 우리은행은 이날 2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아 소명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채 마무리 돼 2차 제재심으로 이어졌다.

우리은행 대심까지 끝나면 제재심 위원들은 두 은행과 손 회장, 함 부회장 등의 제재 수위를 정하는 심의에 돌입하게 된다. 업계는 이르면 오는 30일 기관과 경영진에 대한 제재 수위가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3월 이전 '고비'…하나, 차기 회장 '차질'

이번 제재심의 결과에 따라 우리금융을 비롯해 하나금융 역시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손 회장은 지난달 사실상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됐다. 이번 제재심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자주사 체제 전환 및 조직 안정을 위해서라도 손 회장의 연임이 중요하다는 게 회추위의 판단이다.

이에 손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확정됐지만 3월 주총 이전에 중징계가 확정되면 연임에 제동이 걸리게 우리금융그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금감원의 반대로 KEB하나은행 행장 연임을 포기한 함 부회장은 김정태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 중징계를 받을 경우 차기 회장을 노려볼 기회 조차 박탈당하게 돼 향후 하나금융은 김 회장의 뒤를 이을 후보군을 두고 미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제재심을 두고 누구도 예단하기는 힘들다“면서 ”금감원이 중징계를 예고하고 있지만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법적 근거를 따지기 힘든 상황이다. 이 부분이 금감원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 은행은 중징계가 내려지면 소송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여 이번 고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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