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미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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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00만 대 밑으로 추락하며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국내 5대 완성차 업체 중 르노삼성·쌍용·한국지엠은 노사 갈등과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위기를 넘어 '생존' 마저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2019년 한국서 생산된 자동차는 395만1000대로 지난 2018년 판매량과 비교하면 1.5% 감소한 수치다.

내수와 수출을 가리지 않고 모두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내수판매는 178만 대, 수출은 240만2000대로 집계됐다. 내수는 2018년 보다 1.8% 감소했고, 수출은 같은 기간 1.9% 줄어들었다.

특히 내수 시장은 지난 2016년 160만 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큰 변동 없이 줄곧 155만 대 선에 머물러 있다. 이는 인구 감소와 공유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신규 소비층이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아반떼·투싼 완전변경 모델과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을 쏘렌토·카니발·스포티지 완전변경 모델 등을 선보일 계획으로 침체된 자동차에서 신차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르노삼성·쌍용·한국지엠 등은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를 보면 이들 3사의 지난해 생산량은 전년 대비 적게는 6%, 많게는 24% 쪼그라들었다. 한국지엠은 40만9830대로 -7.9%, 르노삼성차는 16만4941대로 -23.5%, 쌍용차는 13만2994대로 -6.4%를 기록했다.

파업 여파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판매 부진과 수출 계약 만료로 일감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다. 말그대로 '생산절벽' 위기에 처해있다.

르노삼성차는 수출용 닛산로그 생산이 올해 3월까지면 끝난다. 연 10만 대에 달하던 생산 물량이 이미 작년에 35%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3월에 국내에 나올 신차 크로스오버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M3에 기대를 걸고 있다.

르노그룹 전체에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처음 양산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차는 XM3 내수 물량에 더해 유럽 수출용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해서 닛산로그 공백을 채워야 한다.

그러나 르노삼성차 노사가 기본급 인상을 두고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서는 등 격하게 대립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르노삼성차 노사는 오는 4일부터 집중 교섭에 들어간다. 노사는 4일부터 7일까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과 관련해 집중적인 교섭을 벌인다. 이는 부산공장의 미래를 짊어질 신차 XM3 출시를 앞두고 갈등 국면을 지속하기에 양쪽 모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올해 '생산절벽'을 앞두고 있는 르노삼성은 지난해 선전한 QM6와 함께 신차 XM3로 내수를 뒷받침하고 XM3 유럽 수출물량을 확보해 연간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한국GM 노사가 신차 출시를 앞두고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인 것도 회사의 미래가 걸린 신차를 성공적으로 출시하자는 의지를 담았기 때문"이라며 "르노삼성차 노사도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협상에서 성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최근 소형 SUV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나오면서 모처럼 분위기가 밝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트레일블레이저는 경영정상화 교두보 마련을 위해 준비한 야심작이다. 수출 주력차종이면서 국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취임한 김성갑 한국GM 노조위원장도 출시 행사에 참석해 "경영정상화는 노사 공동의 목표인 만큼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은 협력하면서 공장가동 재개 및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 등을 얻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투리스모 등 단종으로 서 있는 공장 라인을 다시 가동하려면 당장은 대주주 마힌드라가 추진하는 포드 등 해외 업체와의 제휴 성사가 중요하다. 올해 예정된 신차가 없는 데다가 수출이 갑자기 큰 폭으로 늘기는 어려워서다.

특히 쌍용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여파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오는 4일부터 오는 12일까지 평택공장 가동을 멈춘다. 쌍용차는 부산에 본사를 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즈코리아로부터 자동차 전선제품인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받아왔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전선을 엮어 만든 배선 뭉치다. 부피가 큰 탓에 완성차 공장들은 통상 4~5일치 재고만 비축해둔다.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즈코리아는 중국 산둥성 옌타이 공장에서 와이어링 하네스를 만드는데, 옌타이시가 최근 확산된 우한 폐렴 조치로 공장 가동 중단을 명령하며 생산이 끊겼다. 이 영향에 쌍용차는 기존 재고가 바닥나는 4일부터 휴업에 들어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외 상황이 만만치 않아 올 한 해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특히 현기차를 제외한 3사의 경우 생산량 확보에 주력해야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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