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용선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 간의 본격적인 표대결 국면에 돌입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양측 모두 전문전과 독립성을 갖춘 점을 강조하며 이사 후보군을 대거 추천했다. 한진칼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현재 이사회를 사내이사는 신규 1명을 추가한 3명으로, 사외이사는 3명(임기 만료 1명 제외)에 신규 5명을 추가한 8명 등 총 11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주주연합이 주주 제안을 통해 사내외 이사 7명(8명 중 1명 사퇴)을 추천한 것은 염두에 두고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한진칼 정관에 이사 수의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해 주주연합이 신규 이사 후보 7명을 대거 추천한 만큼 한진칼 역시 이에 맞서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고 신규 이사 6명을 추가로 영입해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열리게 될 주총까지 남은 기간 동은 양측의 공방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달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기준으로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의 지분(22.45%)과 델타항공(10.00%), 카카오(1%),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 등 37.25%를 확보했다. 이에 맞서는 주주연합의 지분은 31.98%다.

그러나 양 측이 본격적인 표 확보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델타항공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소액주주 및 '180억 리베이트' 의혹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주주연합은 "델타항공은 지난해 9월 금감원 공시 당시 '지분 취득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는 점을 이미 명확히 한 바 있고 우리는 그 공시를 신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알려지고 있는 델타항공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양쪽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느냐에 따라 국민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 표 행방이 갈리게 된다.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자문사의 의안 분석보고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장 큰 변수는 소액주주들의 표다. 약 측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 싸움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 특히 주주들의 출석률에 따라 안건 통과 기준 여부가 결정될 수 있고, 실제 표대결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주주연합 측은 전자투표를 도입하자 주장했지만 이번 주총에는 도입되지 않는다. 한진칼 이사회는 "전자투표제의 본래 취지가 주주 불참으로 인한 의결 정족수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주총과 같이 참석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불필요하고, 시스템 해킹 등 보안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이번 주총에서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일반 소액주주들의 참석률이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현재로써는 조 회장 측이 좀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통상적으로는 소액주주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면 기존 경영권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에게 유리하다. 원안대로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의혹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대한항공 항공기 구매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했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베이트 의혹은 대한항공 고위 임원이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항공기 구입과정에서 180억 원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것이다. 채 의원은 최근 프랑스 검찰에서 판결문 등 관련 내용을 확보했다며 미국과 영국에서도 같은 사건으로 조사가 이뤄진 만큼 국제적 협조를 통해 비자금 또는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거듭 수사를 요청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주총을 앞두고 다양한 변수가 나오고 있다"면서 "조 회장 측에서는 '리베이트 의혹'이, 주주연합 측에서는 전자투표 무산 등이 현재로서는 가장 뼈아플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기간 양 측이 여론전은 물론 소액주주들의 설득작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변수 속에서 주주들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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