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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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급락한 주가를 방어하겠다는 명분으로 주주가치제고와 책임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오너가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와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가 용의하다는 장점도 부각돼 매입 행렬이 지속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6일까지 자사주 취득 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4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곳에 비해 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GS그룹 오너 4세인 허세홍 GS칼렉스 사장은 지난 6일에 이어 9일 그룹내 자사주인 ㈜GS 보통주 3만4133주를 장내매수했다. 그는 올 들어 총 204억 원을 들여 15차례에 걸쳐 ㈜GS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허 사장의 지분율도 지난해말 1.51%에서 최근 2.01%까지 늘어났다.

허서홍 GS에너지 전무(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도 지난 9일 ㈜GS 보통부 3만2000주를 장내매수했고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인 허준홍 대표도 지난달 2차례에 걸쳐 10만주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LS그룹 오너가도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다.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아들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지난 10일 ㈜LS 보통주 2500주를 장내매수했다. 구 회장은 이달 들어 총 4차례 걸쳐 8325주를 매입해 지분율도 4.10%로 높였다.

오너3세 중에서는 구동휘 LS전무가 전면에 나섰다. 구자열 LS그룹 히장의 아들로 지난 10일 ㈜LS 보통주 1000주를 매수했다. 구 전무도 이달들어 장내매수한 ㈜LS 주식은 7600주로 지뷴을은 LS그룹 오너3세 중 가장 많은 2.36%까지 끌어올렸다.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도 최근 ㈜LS 지분매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구 부사장은 이달 들어 4차례 걸쳐 보통주 1만2000주르 장내매수했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은 지난 4일, 5일 세아제강지주 보통주 5834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20.82%로 올렸다. 이 부사장은 창업주 이종덕 명예회장의 장손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와 사촌간으로 현재 세아그룹은 2세대간 형제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동화약품 오너4세인 윤인호 전무도 공격적인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 윤 전무는 지난 11일 자사주 3만9325주를 장내매수했다. 그는 아버지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삼촌인 윤길준 부회장에 이어 개인주주로는 3번째 많은 지분을 보고 있고 있다. 누나인 윤현경 상무보다 지분이 많다.

이 같은 매입경쟁에 대해 제계는 형제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GS·LS그룹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차기 그룹 경영권 승계 및 경쟁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자본력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락한 SK 계열사들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부양을 시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일년 새 주가가 37% 폭락하자 지난달부터 자사주 462만8000주(5785억 원 규모)를 매입하고 있다. SK네트웍스도 지난 지난 5일 자사 보유 주유소 매각대금으로 유입된 1조3321억 원 중 1000억 원을 들여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SBS미디어홀딩스, 한라홀딩스, 아이에스동서 등이 주주가치제공 차원에서 각각 1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이 활성화된 이유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 중시가 폭락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토로나19위기를 기업 가치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선 오너가의 자사주 매입은 탄탄한 경영권 확보와 함께 확실한 주가 부양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너가로서는 지분확보를 위한 비용 부담도 줄이게 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회사 실적이나 성장에 대한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진고 평가했다.

다만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자사주 매입이 오너3·4세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주가 하락 시 지분을 매입해 지분률을 끌어올릴 경우 승계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식 증여에 따른 승계비용이 크기 때문에 오너가 입장에서 주가가 저점일 때 주식을 매입하게 되면 향후 승계에 있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지분을 늘릴 수 있다”며 "최근 벌어지는 자사주매입이 단순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풀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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