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거벗은 겨울나무' 북커버.
▲ '벌거벗은 겨울나무' 북커버.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올해 여든둘, 미국 연합감리교단 김애라 은퇴 목사의 삶 이야기로 한낱 남김없이 ‘벌거벗은 겨울나무’처럼 자술한 회고록.

저자는 평북 강계의 큰 부잣집 맏딸로 초등학교부터 늘 1등하고 고전무용발표회도 주연을 맡는 재원이었다. 아버지(김형윤)는 세브란스 의전 출신으로 강계에서 개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8.15로 국토가 분단되자 몰래 가족을 데리고 남하하여 다시 용산에 ‘제혜의원’을 열어 “원효로 돈 다 쓸어간다”고 할만큼 성업했다. 그러나 잠시 뒤 6.25로 인민군이 몰려와 처가댁인 온양으로 피난갔다. 9.28로 귀경하니 병원은 철골만 앙상하게 남았다. 곧이어 의사 김형윤은 군의관 대위로 소집되어 울산 제23 육군병원으로 발령났다. 이에 부인과 자녀들은 ‘군인가족’으로 기차 화물칸을 겨우 잡아 울산을 찾아 육군병원 취사장 옆 작은방 한 칸을 얻어 피난살이했다.

휴전 후 김 대위는 전역하여 용산병원을 다시 열고 맏딸은 수도여고를 1등으로 졸업하고 서울법대에 응시했다가 낙방했다. 이를 계속 숨겨오다가 이번 회고록을 통해 고백했다. 곧이어 이대 영문과에 합격, 4년 졸업 후 미국 유학시험에 합격했다. 이때 난데없이 샌프란시스코발 전보가 날아와 알고 보니 이대 동창 김명희의 사촌오빠인 부산일보 미국 특파원이 보냈다.

대학 1학년 때 동생 만나러 이대 기숙사에 왔다가 신입생 사진첩 속의 김애라를 보고 일방적으로 4년간 기다렸다는 사나이였다. 이로부터 두 사람간 옥신각신이 있었지만 얼굴도 못 본 채 ‘사진결혼’할 운명이었다.

김애라가 단신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려 억센 경상도 억양의 사나이를 처음 만나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결혼생활에 들어갔다. 남편은 MBA 공부하며 밤엔 청소부 일, 부인은 공부할 틈도 없이 알바로 밤낮없이 돈부터 벌어야 했다. 곧 첫딸을 낳고 둘째를 임신한 몸으로 그리던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서 번 돈을 밑천으로 흑석동에 ‘좋은 집’을 짓고 가정부 두고 살며 원효로의 친정 병원에도 자주 들렀다. 그러나 부부가 모두 국내생활 정착이 안 돼 다시 미국이민을 생각했다. 뜻밖에도 남편의 옛 공비활동 전력이 드러나 여권이 나올 수 없다니 청천벽력이었다.

남편의 큰 자형이 도쿄 유학생 출신으로 골수 공산주의자였다. 그가 수사기관에 체포되고 가족들이 시달리는 과정에 고교생이던 남편이 가출하여 게릴라활동에 참가했던 모양이다. 이에 중앙정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캄캄 절벽 속에 중정 부부장 부인과 선이 닿아 블랙리스트를 삭제하고 출국할 수 있었으니 요행이었다. 몇 년 뒤 남편이 영주권을 취득, 가족초청으로 두 딸과 함께 이민할 수 있었다. 남편은 무역회사, 뉴욕한인회 활동하고 박사코스 밟고 부인은 어린 딸 영어교육 시키고 운전 배우고 밤낮과 주말도 없는 투잡으로 돈벌이 노동만 했다.

이민 생활이 안정될 무렵 44세 늦은 나이에 드류신학대학에 진학, 석사․박사코스를 거쳐 목사가 되고 신학대학 교수가 됐다. 졸업 영어논문 작성 때는 두 딸이 문법, 문맥을 잡아주는 영어선생 역할을 했다.

그 사이 남편은 귀국하여 동국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기에 전화로 ‘Mrs 문’ 아닌 본명 ‘김애라 목사’로 사역활동 한다고 통보했다. 그 사이 두 딸과 사위도 의사, 교수, 변호사로 미국의 주류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남편과 원만치 못한 25년 결혼생활도 청산코자 이혼을 신청, 합의이혼으로 홀가분해졌다.

어느덧 80 할머니가 되자 두 딸이 여든 생일잔치를 준비해주고 뉴저지에 은퇴주택을 장만하는데도 도와줬다. 노안과 청력 감퇴에다 기억력도 점차 쇠잔해지는 느낌이다. 한글로 회고록을 집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 눈치 보고 숨기고 감출 것 없으니 ‘벌거벗은 겨울나무’ 이야기다.

평북 강계로부터 미국 뉴저지까지 80 평생의 꿈, 소망에다 온갖 굴절, 고비 및 열정을 부끄러움 없이 적으며 지금껏 자신을 지탱해준 충실한 삶이라고 고백한다. (행복우물 발행, 270페이지, 값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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