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회장, 지분 전량 차남에게 매각…경영권 분쟁 조기 '차단'
조기 지분 승계 미무리…그룹 미래성장 토대 마련에 나선듯
장남 반격 가능성도 남아…국민연금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할 듯

장남 조현식 부회장, 차남 조현범 사장(사진출처=한국테크놀로지그룹 홈페이지)
장남 조현식 부회장, 차남 조현범 사장(왼쪽부터) (사진출처=한국테크놀로지그룹 홈페이지)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하면서 후계 구도가 사실상 확정됐다. 다만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자신의 누나인 조희원 씨와 연합전선을 구축할 경우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 분쟁 여지도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30일 공시를 통해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이 42.9%(기존 지분 19.31%)를 보유하게 되면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조 사장은 인수대금 2300여억 원을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 등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사장은 형 조현식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19.32%에 비해 두 배이상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 조 사장 최대주주 등극…승계 사실상 마무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그룹 지주사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구 한국타이어),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한국네트웍스, 한국카앤라이프 등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사명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했다.

그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해 초 조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이후 형 조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를, 동생 조 사장이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를 각각 이끄는 형제 경영을 해왔다.

다만 조 사장이 지난 23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재판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조 사장은 현재 납품업체로부터 6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2심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법원으로부터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이 전격 지분 매각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조 사장 중심으로 승계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재계는 조 회장이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형제 경영 이후 발생한 그룹 실적 저하와 자신의 형인 조석래 회장의 효성그룹에서 경영권 다툼이 일어난 것을 감안해 조기에 지분 승계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실적 악화가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변경한 그룹명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명칭에 대해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가 신청한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며 형제 경영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또 지난 1분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매출액은 12.5% 감소한 1조4357억 원, 영업이익은 24.6% 감소한 1058억 원에 그쳤다. 2분기 역시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 가동률이 낮아지며 타이어 수요가 줄었고 최근 미국 상무부가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산 자동차 타이어를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조 회장은 지분 승계를 마무리해 경영권 다툼보다 그룹의 미래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형제간 경영으로 인해 그룹 내 임원들 간의 줄서기와 제사람 챙기기 등 부작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2심 재판 국민연금 지지 힘들어…분쟁 불씨되나

이번 매각에 따라 조 사장이 최대주주에 올라서며 경영권을 쥐게 됐지만 조 부회장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 여지가 남아 있다.

일각에서 조 부회장이 자신의 지분 19.32%에 누나 조희원 씨의 지분 10.82%를 연합해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30.14%로 조 사장에는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어느 정도 표대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9.23%를 보유하고 있어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조 사장은 현재 업무상 횡령 등으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어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조희원 씨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중립을 고수하고 있다. 조 씨는 대주주 중 한 사람이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어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조 사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조카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1972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고등학교 보스턴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6살이던 1998년 한국타이어에 차장으로 입사, 2001년 광고홍보팀장을 거쳤고 4년여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마케팅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등을 거쳤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 COO(최고운영책임자·사장)와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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