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가도? 열려라 남부의 경제
트럼프를 이해하는 다른 방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최영훈 칼럼니스트 @이코노미톡뉴스] 요즘 국제 뉴스 헤드라이너는 트럼프다. 그는 브라질의 보우소나루와 경쟁하듯이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그 위험성을 평가 절하 해 왔다.

사태가 심각해진 뒤에는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언론과 싸우면서 정은경 본부장만큼 익숙한 닥터 파우치나 닥터 벅스가 움찔할 만큼 비과학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고 해 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삼 개월 만에 재선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심지어 닥터 파우치와 벅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독립기념일 행사도 성대하게 열었다.

그동안 주지사 및 대도시 시장들에게 꾸준히 도시를 다시 열라는 압박을 해 온 트럼프와 펜스 부통령은 최근 며칠 간 학교를 다시 열라고 재촉하고 있다. 재촉하는 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온라인 수업만을 할 경우 대학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을 학기에 학교 문을 열지 않는 각급 학교의 재정 지원을 끊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이런 트럼프의 재촉을 재선을 위한 경제 회복 시도 정도로 보도하고 있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열어야 부모가 일터에 나가고 그래야 미국 경제도 살아나고 취업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당연히 실업 수당 신청이 줄어들면서 고용 지표가 회복 될 테니 말이다.

가을, 미국의 대목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가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특히 광고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프로모션의 교과서다. 미국 GDP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70퍼센트 정도 된다.

심지어 최근 미국의 경제 성장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5퍼센트라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이 소비의 대목 중 하나가, 아니 가장 큰 대목이자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대목이 추수 감사절, 블랙 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이라는 점이다.

이 시기에는 주식 시장의 소비 관련 주가가 요동칠 정도로 미국인들의 연말 소비는 엄청나다. 게다가 이 시기에 시작 된 소비는 신년 초의 소비 붐으로까지 이어지는 데 미국 대학 미식축구의 지구별 결승 정도로 볼 수 있는 소위 6대 보울 게임이 홀리데이 시즌에 열리면서 연말연시 여행, 식음료 유통, TV광고 시장을 주도한다. 그리고 이 힘은 다시 2월 초에 열리는, 초당 광고 단가가 가장 비싸다는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까지 지속된다.

이게 학교 개강과 무슨 상관일까? 미국의 학제에서 입학과 새 학년의 개학은 보통 8월 말에서 9월 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미식축구 시즌도 시작된다. 보통 관행적으로 금요일엔 고교, 토요일엔 대학, 일요일엔 프로 경기가 열리고 중계를 한다.

이 규칙은 최근 들어와서 깨졌는데 대학 미식축구의 시청률이 프로를 압도해서 경기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학이 개강을 안 하면, 그러니까 대면 수업을 안 하면 당연히 대학 스포츠를 열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십여 년간, 아니 전통적으로 대학 미식축구를 잘하는 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소위 바이블 벨트로 불리는 남부 지역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재선 가도? 열려라 남부의 경제


쉽게 말하면 미국대학 미식축구는 열 개 안팎의 팀들이 묶여 지구를 이루는데 이 중 중계권료, 광고료, 최근 십 연간 성적으로 압도하는 지구가 SEC, 즉 동남부 지구와 Big 12 지구인데, 바로 이 지역이 전통적인 공화당의 텃밭인 것이다.

SEC에는 지난 시즌 우승팀인 루이지애나, 조지아, 플로리다, 앨라배마, 테네시 지역의 대학들이 중심이 되고 있고, 여기에 남부에는 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클렘슨대학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자리하고 있다.

Big12는 최근 유세를 한 오클라호마와 부시 부자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 대학이 리드를 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가 이긴 주들인 서부의 유타와 애리조나, 중부의 남, 북 다코다 주와 네브래스카, 캔자스, 몬태나와 와이오밍, 중동부의 인디애나, 오하이오 등도 전통적인 강호로 봐야 한다.

문제는 미국 내 확진자 증가세가 두드러진 지역이다. 최근 존스 홉킨스대의 그래프를 보면 미국 내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다섯 개 주는 텍사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 조지아 순이다.

그러니까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남부 지역의 세 개 주가 포함되어 있는데, 가장 큰 주이자 거의 미식축구가 종교인 텍사스와 Football town이라고 불리는 조지아,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은 주임에도 불구하고 미식축구에 유독 열광적이어서 무려 세 개 팀의 프로팀이 있고, 유명한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의 고향인 플로리다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남부의 주의 도시 중에는 소위 College town이라고 불리는, 대학과 대학 스포츠가 지역 경제의 기반이 되는 도시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문제인 것이다.

미국대학 스포츠, 특히 미식축구와 농구는 대학과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과 주립대학들은 8월에 말에 신입생이 입학하면 미식축구로 소속감을 높이고 11월에 개막하는 농구와 이어지는 3월의 광란을 함께 겪으면서 그야말로 충성도가 높아진다.

실제로 관련 논문들을 보면 대학의 스포츠 성적이 좋을수록 동문의 기부금도 늘고,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주 내에 있는 우수 학생들의 입학률이 증가하고, 재학생의 다음 학기의 등록률도 높아진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학생이 증가하면 인구도 늘어나고 인구가 늘어나면 당연히 소비도 늘게 되어 있다. 게다가 평소에 아무리 한적한 남부 도시라도 주 내의 이웃 도시에 있는 대학 간 라이벌전이라도 열리면 당연히 떠들썩해지고 부수적인 경제 효과가 날 수 밖에 없다.

트럼프가 던진 유학생 비자 취소 으름장은 대학을 열고 싶어 하는 그가 던진 최상의 카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대학이 많은 나라이자 학생 수는 2천만 명에 달하는데 이중 유학생 비율이 5퍼센트다. 이 유학생의 경제 효과는 대략 한화로 50조 원으로 가늠되는데 특히 미국대학의 입장에선 유학생이 자국의 학생보다 2.5배 정도 학비를 더 내고 있으니 학교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이해하는 다른 방법


트럼프는 온라인과 대면 강의 간의 교육의 질적 차이는 관심 밖이다. 더 나아가 대학 내에서의 감염이 지역 내 감염으로 이어지는 것에도 큰 관심이 없다. 그러니 무관중 경기는 상상도 할 수 없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중퇴율이 높은 미국 대학들 사이에서 미식축구 잘하는 남부 주들의 대학들만큼은 봄 학기 학생들의 등록률이 높아야만 한다. 미식축구가 시작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유세장도 없다. 시축이나 시구도 할 필요 없다. 그저 트럼프 캡을 쓰고 경기장 꼭대기 VIP 석에서 끝까지 경기를 보기만 해도 된다. 11월 3일까지는 최소한 대 여섯 경기는 열릴 테니 이보다 더 효과적인 유세는 없다.

트럼프의 행동과 말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를 미국 남부 지역에 수백 개의 마트를 운영하는 대형 유통 기업, 또는 백화점 체인의 사장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저런 말을 하지?”하며 들었던 의문들이 아주 분명하게 이해될 것이다.

그 “사장님”이 지금 남부의 경제를 위해 학교를 열라고 재촉하고 있다. 미국 백인들의 연말연시 최고의 이벤트가 열려 미국 전역이 다시 스포츠 뉴스로 도배되고 마트마다 미식축구를 보며 먹고 마실 것을 쇼핑하기 위해 사람으로 넘쳐나길 기대하고 있다. 관람을 위해 흑인 선수가 뛰는 미식축구 경기장에 들어서며 백인 관중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미국이 다시 위대해졌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최영훈

아내와 딸, 맥주와 책, 자극이 되는 일과 합이 맞는 동료만 있으면 사는 데 크게 지장 없는 철없는 카피라이터. 서울에서 태어나 파주, 의정부, 평택, 대전, 부산 등을 떠돌며 사는 사이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며 광고, PR, 문화 이론 등을 공부했다. 21세기 대부분을 카피라이터, 홍보 영상 기획자 및 작가, 대학 강사, 고스트 라이터, 다큐멘터리 기획자 및 작가로 살았다. 현재 부산에 살면서 장생포가 고향인 울산 토박이 서영빈 감독과 전국구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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