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의 감동, 에피의 ‘날마다 좋은 하루’

책 '낙타의 관절은 두번 꺾인다' 북커버.
책 '낙타의 관절은 두번 꺾인다' 북커버.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스물일곱에 유방암 판정을 받은 건강 직장인 에피의 투병일기를 올린 블로그 ‘에피의 날마다 좋은 하루’가 26만 명의 감동을 기록했다. 댓글엔 안타까움과 격려가 겹겹으로 쌓였다

주인공인 그녀의 유방암은 어느 날 샤워 때 가슴에 수상한 몽우리가 잡혀 외과를 방문하여 엑스레이와 조직검사를 거쳐 ‘암입니다’라는 선고를 받고 속으로 이제 고작 스물일곱 어린 나이인데…라고 항변했지만 청천벽력의 형벌을 어쩌겠는가.

수술이 두려웠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수술실 앞에서 아무도 모르게 미리 유서를 작성해뒀다. 수술 뒤엔 항암제, 탈모에 빡빡 대머리, 가발 등 상상도 못한 세상이 전개됐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 ‘에피의 날마다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그녀는 태생적으로 체력 넘치는 건강이었다. 신장 169cm에 주량 소주 5병, 1주일에 만나는 약속 7개로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활동가로 때론 이틀 밤을 새워도 멀쩡했다. 이런 건강에 어찌 암이 침입코자 작심했을까.

암 수술 이후 항암 과정을 짚어가면서 주변에 내 병을 알리는 방법이 고민이었다. 선후배, 직장동료, 주변친지 등에게 투병 메시지를 띄우면서 날마다 좋은 하루라고 명명한 것이다.

항암투병이 길어지면서 점차 지쳐간다고 느꼈다. 무슨 수를 내서라도 암 투병 이후 뒤죽박죽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보고 싶었다. 훨훨 떠나는 여행을 생각했다.

속초와 제주도 등 국내여행을 거쳐 해외로 나가고자 운전면허를 획득하고 비행기 표를 구입하여 매일 먹는 약봉지를 들고 떠났다. 가족들이 ‘환자가 어찌 해외여행 가느냐’고 말렸지만 “제 시각에 약 먹고 투병 끝내고 오겠다”고 고집했다.

매일 같은 시각에 호르몬제 먹고 일정기간마다 주사 맞고 항암제도 복용해야 한다. 해외 어느 나라에 가 있어도 어머니가 시차를 환산하여 한국시간 9시면 전화로 ‘지금 약 먹을 시간이다’라고 알려주셨다.

얼마 전에 일어학원 다니고 워킹홀리데이 경험한 도쿄로부터 세계를 주파하기로 나섰다. 스페인, 모로코 지나 포르투갈, 영국 거쳐 다시 동남아로 라오스, 태국, 베트남, 홍콩까지 차근차근 밟았다.

죽음 앞에서 떠난 유쾌한 여행의 메인타이틀이 ‘낙타의 관절은 두 번 꺾인다’이니 다소 엉뚱하다. 모로코의 사막여행 중 낙타의 다리 관절이 3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관찰했기 때문이다. 낙타가 일어 설 때는 먼저 무릎이 펴지고 나서 발목이 한 번 더 펴지는 동작 원리였다. 낙타의 발굽이 2개로 넓게 쪼개진 것은 모래 위를 걷기에 유리하고 등 위에 혹을 한두 개 달고 있는 것은 탑승 관광객의 안전보호 역학을 해줬다.

에피는 하루 소주 5병의 주량이지만 암수술 후 금주 3년차에 이른다. 암수술은 5년이 지나 재발이 없어야 완치로 판정된다. 앞으로 2년이 남아 있다는 계산이다. 그때 의사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을 날짜를 기다린다. 당연히 완치 기념으로 술 한 잔을 미리 예정해 뒀다.

이런저런 사연을 엮어 멕시코서 마시는 테킬라 한잔 원샷으로 정했노라고 이 책에 썼다. 도서출판 행복우물 2020.8.3 발간, 31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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