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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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경제부장 @이코노미톡뉴스] 거품 경제(Bubble economy)란 부동산이나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투기에 의해 상승하고 자산 가격 상승이 실물경제와 맞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경제학자 하이만 민스키에 따르면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에는 경제 주체들이 투자리스크를 저평가해 위험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면서 자산 가격이 급등한다. 하지만 가격 급등으로 실물 경제와 괴리가 커지고 기대수익을 얻지 못하게 되면 시장에 불안 심리가 형성되고, 금융시장이 긴축으로 선회하면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버블이 붕괴된다.

최근 국내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버블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저금리 상황에서 넘치는 시중자금이 주식시장과 부동산 투자에 몰리면서 자산 가격을 급등시키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현금, 수시입출식 예금 등을 포함한 광의 통화량(M2)은 307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3018조6000억원으로 3000조원대를 돌파한 통화량은 2개월 만에 58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늘어난 유동성은 자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3조2581억원으로 하루만에 16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빚투’ 열풍을 일으킨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몰렸던 약 58조원의 증거금이 반환되면서 그 절반가량이 주식 투자 대기자금으로 남은 것이다.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은 신용융자잔액은 17조원을 육박한다.

부동산 시장도 과열되고 있다. 서울지역 6월 아파트 거래량은 1만5589건으로 전월대비 181.7% 급증하며 2006년 11월(1만5757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6년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강남 재건축 등에 몰리면서 집값이 크게 오르는 등 ‘부동산 버블기’였다.

8월 서울의 전용면적 135㎡ 이상 대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억2692만원으로 처음 20억원을 넘어섰다. 1년 전에 비해 1억7154만원, 2년 전보다는 2억9050만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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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붕괴 징후는 주식시장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일 사상 최초로 1만2000선을 돌파했던 나스닥지수는 이후 폭락세로 돌아서면서 최근 3거래일 동안 10% 가량 떨어졌다. 미국 증시는 나흘만에 급락세를 벗어났지만 시장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증시는 미국 시장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1% 내외 보합권에서 등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많다.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1340억원, 1조7998억원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은 2조8626억원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물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과열 상태가 꺾이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물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넘치는 유동성 때문이다. 자산가격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커질수록 (버블붕괴)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자산가격 수준을 따라오면 우려가 해소될 수 있지만, 경제가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며 “여유자금보다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충격 이후 큰 폭의 가격조정 없이 상승세를 이어온 미국 증시는 과거 닷컴버블 국면과 흡사하다”며 “매출액의 10배를 넘어서는 시가총액을 가진 기업 수가 닷컴 버블 활황 국면보다 2배 많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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