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10대 금융지주 회장 등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10대 금융지주 회장 등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경진 경제부장 @이코노톡뉴스] 경제학자 케인즈는 주식투자를 미인대회로 비유했다. 미인대회가 제일 예쁜 여자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1등을 할 사람을 뽑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식도 펀더멘털보다는 투자자들에게 인기있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의미다.

케인즈의 비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지주는 예쁘지만 인기는 없는 주식이다. 올 들어 코로나19사태로 대부분의 산업계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금융지주는 간판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꿋꿋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도 주가는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4만6000원대였던 신한금융 주가는 2만7000원대로 떨어졌다. 5만원을 찍었던 KB금융은 3만7000원대까지 하락했고, 하나금융도 3만8000원대에서 2만700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 1만2000원을 넘었던 우리금융은 8000원대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반토막났던 금융지주 주가는 그나마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 덕분에 현재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올 상반기 금융지주사는 충당금 적립 이슈 등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우리금융을 빼면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호조를 기록했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1조8055억원, 1조7113억원, 1조3446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9102억원, 660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KB금융과 농협금융을 제외한 다른 지주사들의 경우 파생결합증권(DLS)과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이다.

금유지주사들이 괜찮은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연초부터 계속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세 영향이 크다. 1년 전만해도 70%에 달했던 외국인의 금융지주 지분율은 60% 초중반까지 하락했다. 신한금융의 경우만 보더라도 올 들어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식만 1조원이 넘었고,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도 2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고민도 주가회복에 쏠려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 초 주가가 급락하자 잇따라 해외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하는 한편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날개없이 추락하는 주가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최근 사실상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가가 참담한 수준인데, 한국 경제와 금융에 대한 걱정과 함께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은 전통적 금융회사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지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사상 최저인 4배 수준으로 떨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관치금융의 폐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5% 정도다. 미국의 경우 은행이 벌어들인 수익의 90% 이상을 주주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배당성향을 높이려면 충당금 등을 줄여 배당금을 늘려야 하는데, 금융지주사들은 현재 한계치에 육박할 정도로 충당금 적립에 허덕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와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이 쌓은 대손비용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1조3000억원) 대비 157%(2조원)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더욱이 정부는 증권·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중소기업·소상공인 유동성 지원에 이어 최근에는 뉴딜펀드에 이르기까지 각종 지원 정책에 은행을 앞세우고 있다. 금융지주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느라 주가부양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 처지다. 

지주사들은 비금융 포트폴리오와 디지털금융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비대면 IR 활동을 강화하는 등 주주환원정책을 적극 시행한다는 원론적인 방침이지만, 배당 확대 등을 통한 궁극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등돌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이키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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