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현희, 행복우물 출판

'음식에서 삶을 짓다' 북커버
'음식에서 삶을 짓다' 북커버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 문학 전공으로 창작과 직장생활 하다가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우리음식을 만든 이야기를 ‘음식에서 삶을 짓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저자 윤현희 씨는 기업 홍보실 10년, 대학강사 10년에다 전통음식 도전, 창업 20년 경력이다. 저자의 우리음식 탐구는 당초 예정된 길이 전혀 아니라 실로 문학적 발상으로 시작됐다.

1980년대, 서울 중구 무교동 19층 빌딩, 대기업 홍보실에서 명절이면 오가는 선물꾸러기를 지켜보다가 ‘명절선물’ 사업을 생각했다. 곧이어 소고기 ‘육포’가 어떨까 싶었다.

문학동아리 친구의 여동생에게 물어보니 ‘명절 때만 하는 사업’에 동의했다. 즉시 가락시장 가서 소고기 10근 사다 육포를 맛나게 만들어 예쁜 한지상자에 담아 상식이 높은 고교 선배에게 품평을 청했다. 선배가 ‘참 좋다’ ‘되겠다’고 긍정하니 기뻤다. 곧이어 대학 선배인 보험사 홍보실 상무를 소개해 줘서 찾아갔더니 꼼꼼히 살펴보고 한우, 수입 소고기까지 묻고는 선물을 80상자 주문을 약속했다. 얼마 뒤 다시 방문하니 영업부도 육포선물을 채택키로 했는데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귀띔했다.

첫 명절선물 사업 ‘육포’의 대박이 이렇게 쉽게 터질 줄이야 미처 알지 못했다.

저자는 명절선물 사업을 기업홍보, 대학강사에 이어 인생 3막의 서곡이라고 규정했다.

첫 시즌 명절선물 사업을 끝내고 3월이니 대학강사 준비가 바쁘다. 수원 자택에서 원주, 부평대학을 왕복해야 하는 시간강사는 늘 바쁜 ‘보따리 장사’로 불린다. 그렇지만 여름방학 두 달, 겨울방학 석 달은 ‘임시휴업’ 격으로 중간에 끼인 명절선물 사업과 시간활용 조합이 적격이다.

이에 저자는 이 기회에 음식공부를 제대로 하자고 궁중음식연구원의 떡, 한과반에 등록하여 실습까지 이수했다. 그로부터 한과 다음에 송편, 다시 양갱, 이바지, 혼례식품에다 구절판까지 이르렀다.

육포 작업장을 늘리고 매장을 개설하고 판매사원도 채용해야만 했다. 명절 때는 행사가 겹쳐 매장을 두 배로 늘리고 한복차림의 판매원을 매장마다 배치했다. 식사시간이 되면 2층에서 지하실까지 작업실 식구가 서른을 헤아린다. 각 매장엔 시급(時給)이 더 높은 판매직이 그만큼 배치된다.

어느 날 명동점에 나가 회의를 마치고 매장으로 나가보니 손님보다 판매직원이 더 많았다.

명절 사업이 확대되면서 매장이 확장되고 매출이 늘어나면서 재료비와 인건비 및 집세와 각종 공과금도 껑충 뛰었다. 매출로 들어온 돈이 통장에 들어 있다가 머무는 시간이 자꾸만 짧아진다. 시즌이 지나 정산하기가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 관할 세무서에서 나와 “매출이 이렇게 있는데 왜 세금을 체납하느냐”고 물었다. 열심히 뛰며 품질관리, 고객섬김 등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실패했다는 결론이다. 이로써 이듬해 봄을 계기로 선물사업을 접기로 했다. 음식에서 삶을 짓는 인생 3막을 종료하고 본래의 길로 다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저자의 스승인 이어령 교수가 문학을 수업한 나이든 제자가 처음엔 육포를 가져오더니 계속 한과와 떡을 만들어 주더라고 했다. 송편의 맛과 색깔, 모양새가 미의식으로 젖어 제자가 생소한 음식연구에 얼마나 열성을 쏟았는지 짐작하겠노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제자가 손으로 만드는 무엇인가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저자 윤현희 씨는 이대 국어국문학과, 성신여대 일어일문과를 졸업하고 작가 활동을 통해 ‘향기의 세계’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 등 역서를 출간했다. (도서출판 행복우물, 39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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